계획했던 부처님오신날 연휴 여행을 취소하고, 당일 오전에 예매하고 가서 본 뮤지컬 JCS (Jesus Christ Superstar: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 날 출연 배우들은 마이클 지저스, 지상 유다, 선아 마리아, 동현 헤롯. 마이클리가 포함된 건 만족스러웠다.

지저스는 1997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할 때 보고 두 번째다. 그 당시에도 윤도현씨가 유다를 맡았는데, 유다만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미리 예매했다면 마이클 지저스, 도현 유다를 골랐겠지만…

잘 알려진대로 JCS는 예수가 죽기 전 일주일 동안의 얘기인데,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하지만 인간적인 고뇌에 괴로워하는 예수와 현실의 혁명을 원하는 유다에 초점을 맞춘 락뮤지컬이다. 한 때 한국 프로덕션들은 원작에는 없는 예수의 부활 장면을 포함하기도 했단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97년 공연에도 마지막에 부활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대부분 공연들이 잘 만들어져 올라오는데, JCS 역시 잘 만들어져 올라왔다. 내가 JCS 음악을 좋아해서인지, 무척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더 큰 히트 뮤지컬인 오페라의유령이나 캣츠보다 JCS의 음악이 더 좋다. 대표 넘버들도 좋고, ‘Hosanna’나 ‘Everything’s alright’같은 자잘한 합창 넘버들도 좋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곡은 마이클리의 겟세마네와 정선아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공연 중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 겟세마네에서 뒷 부분에 한 번 끊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실수로 박수친 건 챙피함 -_-;
미스사이공에서의 마이클리는 노래에 비해 한국어 발음이 너무 부족해서 많이 아쉬웠는데,이번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지만 한국어 발음이 일취월장했다. 화내고, 고뇌하고, 고민하는 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을 잘 연기하고 노래한 그에게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겠다. 97년 JCS공연엔 유다에 비해 지저스가 너무 묻혔는데, 마이클은 아주 훌륭하게 지저스 역을 해주었다. 참, 97년엔 지저스가 외국인이었다. 위 기사에 따르면 Chan Harris란 배우다. 갑자기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니 홈페이지도 있다. 홈페이지엔 97년의 JCS 역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In 1997 he was asked to play Jesus in the Korean-language Jesus Christ Superstar for the Hyundae Theatre Company in Seoul, South Korea. For this role, he was the first foreigner to work as an actor in Korean-language theatre and the first foreigner to win a “best actor” award at the Korean Theatre Awards.
Korean Theatre Awards란건 한국뮤지컬대상은 아닌 것 같고… 상 받은 건 몰랐네. 하여튼 이 외국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하던 예수의 모습이 아주 띄엄띄엄 기억이 난다. 마이클리의 한국어 발음보다 훨씬 못했다. ^^
한지상 유다. 귀여운 외모에 고음도 잘 질러주지만, 마이클리와 음색이 비슷한 게 아쉬웠다. 지인은 유다와 지저스의 음색이 비슷했기 때문에 “유다와 예수는 결국 같은 사람”이란 해석에 소름끼칠 정도로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해석했지만 난 유다와 지저스의 음색이 좀 더 대조적이길 바랐다. 유다 vs 지저스 대결로 봤을 땐 난 마이클 지저스에게 한 표.
그래서 마이클 지저스 vs 윤도현 유다가 궁금하다. 한지상 유다가 더 높은 음은 내겠지만 윤도현씨도 그만의 거친 목소리가 매력적이니까.
무대… 싸게 보겠다고 극장 꼭대기엔 A석에서 봐 정면에서 볼 때의 무대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제주 용머리해안을 닮은 무대 장치와 아이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름다웠던 조명은, 단순하지만 극의 배경을 살리는데 충분했다.
이 공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영어를 가사에 섞어 쓴 것. 요즘 대중가요에도 영어 가사가 섞여있으면 참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JCS는 좀 심하도록 섞었다.
지저스가 시작 바닥이 된 성전의 사람들을 ‘한국어’로 다 쫓아낸 후 갑자기 ‘Get Out!!!!’하고 고음으로 화를 내는데, 너무 웃겨서 풉!!! 하고 웃었다. 그 진지한 장면에서 말이다.
아…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연출의 결정인 것 같은데 의도가 뭔지… 차라리 원어로 공연을 하고 한국어 자막을 넣지… 한국어랑 영어랑 섞어 쓰면 그렇지 않아도 잘 안들리는 가사를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 일단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면 머릿속에 있는 영어 언어 모델과 한국어 언어 모델을 이용해서 언어를 파악한 후 문장의 뜻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 이런 식으로 영어 섞어 쓰는 공연들 다 사라지길.
이 외의 사소한 불만들이 좀 더 있긴 했다. Superstar 씬에서 방송국과 기자들의 카메라가 잔뜩 등장했어야 어울릴텐데, 희안한 가림막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의미하는 걸까?)을 치고 유다와 몇몇만 노래를 부르는 건 낯설었다. 제사장 3인방(정확히 역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음) 역의 음역대가 굉장히 넓은지, 저음이 힘겹게 나오는 점도 아쉬움.
그래도 안 좋은 자리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이 있었다.

2013년 5월 17일 오후 6시 30분
샤롯데씨어터 2층 C구역 10열 3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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