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Best Friend’s Wedding“은 줄리어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로 우리나라 개봉 제목은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내 best friend인 김은정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 글 제목은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으로 번역해야 할까?
대학 1학년 때 하이텔에서 채팅으로 만난 후 가장 친한 친구 중의 하나였던 김은정이 지난 월요일 (11/12) 저녁에 결혼했다. 대학 다닐 때는 굉장히 친했지만 이 녀석이 대학 졸업 후 10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느라 그 이후에는 별로 만날 수도 없었고 얘기할 기회도 적었다. 그래도 언제나 ‘best friend’로 기억되는 친구.
은정이는 지금 Washington D.C.에 있는 Four Seasons 호텔에서 Sales Manager로 일을 하고 있다. Four Seasons는 이 친구를 통해 몇년 전 처음 알게 됐는데 알고보니 최고급 호텔 체인이란다. 언제나 exciting 하게 살아온 친구답게 결혼도 외국인과 했다. (그러고 보니 남편 국적도 못물어봤구나). 어떻게 만났는진 모르겠지만 남편 역시 Washington D.C에 산단다. 한국에서 결혼한 후 미국에 가서 또 결혼식을 한다는 듯.

월요일 저녁 예식이라 회사에서 5시 반쯤 나와 집에서 옷 갈아입고 가려는데 가현이가 따라가겠다가 울고불고 해서 가현이를 데리고 강남 노보텔로 향했다. 예식 시작 10분 전에 겨우 도착.
일단 신부대기실에 있는 친구에게 인사. 한 2년 만에 본거 같은데 드레스를 입고도 말괄량이 같은 모습은 여전. 그리곤 식장에 들어가며 친구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신랑 및 신랑 가족께 인사를 했는데 “congratulation”이란 말 밖에 생각이 안나더라. ––; 영어로 결혼 축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워낙 친한 친구여서 예전에 얘의 친구들 뿐 아니라, 친한 후배, 가족, 교수님까지 다 만나봤는데 결혼식에 온 사람들을 쓰윽 둘러보니 아는 얼굴은 안 보이더라. 워낙 만난지 오래돼서 못알아보는건지… 신부대기실에서 본 친구 딱 한명 알아봤음 (이름은 기억 못함 –).
지난 번 미국에 출장 갔을 때 은정이랑 통화하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는데 이 때 나보고 사회를 보라고 했었는데 거절했었다. ‘혼인 서약’을 빼먹는 등 버벅이는 사회자를 보니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서양 사람들이 한국까지 와서 서양식 결혼을 하는 걸 보니 (그렇다고 서양에서 이런 식으로 정형화된 틀에 맞춰 결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좀 특별했다. 보통은 푸른색과 붉은색 계통 한복을 입은 양쪽 어머니가 단상 양편의 초에 불을 붙이며 식이 시작되는데, 이 날은 양장을 입은 신랑 어머니와 한복을 입은 신부 어머니가 초를 켰다. 신랑은 그저 은정이가 하라는대로 열심히 따르는 것 같았는데 부모님께 인사 하거나 하는 장면에선 역시나 어색. 은정이의 학부 은사이신 분이 주례를 보셨는데 성혼선언문은 한국어와 영어, bilingual로 진행.
축가는 은정이의 친언니가 불렀는데, 1집은 무슨 무슨 예명으로 활동을 했고, 2집을 낸 후에는 예명을 바꿔서 활동 중인 가수라고 사회가 소개하더라. 은정이가 한국에 있었을 때 몇번 봤던 분인데 그 당시에는 가수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여튼 신기했음.
집에서 떠날 때 가현이에게 결혼식장 가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둔 탓인지 한참 동안은 내 무릎에 앉아서 얌전히 식을 구경하더니 1시간 쯤 지나자 본색을 드러내고 의자 밑과 탁자 밑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ㅠㅠ

그래도 이날 가현이가 전반적으로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친구 결혼식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행복하게 잘 살길~
– 언젠가 이 친구를 분당에서 만났을 때 블로그에 올렸던 글: 캐나다에서 온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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