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런던에는 뮤지컬 반값티켓을 파는 부스가 있어서 줄서서 기다렸다는 얘기를 전부터 들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이번 출장 때 알게됐다. 그래서 토요일(6/2)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Shopping!을 반값 티켓을 구해 보기로 결정했다.
티켓은 11시부터 파는데 11시 20분쯤에 Union Square한켠에 있는 Tix Bay Area 부스에 가보니 딱 사람 한명 줄 서 있다. 창에는 “Jersey Boys는 반값 티켓이 없다”고 크게 써붙여져있다. 원래 뉴욕 경우도 인기 공연은 반값티켓이 없다고 한다. 혹시 내가 보려는 공연 티켓이 다 팔린게 아닌가 살짝 걱정을 했지만 예상(?)대로 표는 남아 있었다. $18.75. 원가는 한 $25불 정도할테니 정확하게는 반값이 아니라 할인 티켓이라고 불러야겠지.
공연은 저녁 8시, 티켓을 손에 쥔 거는 오전 11시 20분. 무려 8시간도 넘는 남는 시간에는 여기 저기서 밥도 먹고, 괜히 버스, 전차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서점 가서 책도 보고, 백화점 쇼파에서 졸기도 하고 그랬다. -_-;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은 다음에 몰아서 업로드 해야쥐.
7시 좀 넘어 극장 위치 확인하러 갔더니 완전 대학로 소극장 분위기. 혹시 공연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면 공연이 취소될까 안될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근처 대형 서점에 가서 커피 마시며 책을 보다가 공연 시작 10분 전쯤 극장에 입장하니, 어라, 사람이 꽤 많이 차 있다. 공연이 시작될 때는 약 70석 정도의 관객석이 꽉 찼다. 그야말론 완전 매진.
뮤지컬 Shopping!에는 배우 4명이 등장한다. 한켠에선 한명이 피아노로 음악을 연주한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내가 봤던 공연은 MR을 쓰는 경우가 없다 .아무리 작은 공연이라도 모두 라이브 연주.
공연은 쇼핑에 대한 노래 10여곡을 배우들이 솔로로, 혹은 중창으로 안무하며 부르는 형식.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에 대한 곡은 여배우 한명이 노트북을 앞에 놓고 마우스를 손에 들고 클릭!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또 다른 곡은 ‘계산대에서 한참 시간끄는 아줌마’에 대한 곡. 배우 3명이 각각 계산원, 시간끄는 손님, 뒤에서 아이스크림 들고 기다리는 손님 역을 한다. 이미 계산한 물건을 빼고, 10쎈트짜리 잔돈을 한잎 한잎 계산원에게 주고, 전에 샀던 물건을 환불하거나 다시 쿠폰을 써서 계산하며 시간 끄는 과정을 노래로 묘사한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없다. 노래+안무가 함께하는 코미디 공연이라고 해야할까? 가사는 잘 못알아듣겠지만 잘 쓴 것 같다. 음율이 잘 맞아 듣기에 좋더라. 🙂 배우들의 노래 솜씨는 노코멘트 -_-;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공연은 아니었다. 이젠 진짜로 좀 비싸더라도, 혹은 자리가 나쁘더라고 큰 공연만 볼텐다. 내일은 Jersey Boys를 한 번 더 보러 갈까? 마음에 안드는 노래로 더럽혀진 귀를 감동이 있는 음악으로 씻어 내고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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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x Bay Area 부스에선 MUNI 패스포트도 판다. Powell 역에 있는 케이블카 티켓구입처에서는 안되는 카드 결제가 된다는 것이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