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운대의 밤을 배경으로 O’Kims에서 나, 아내, 가현이
올해 추석은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가현이는 생애 첫 비행이었구요. 가현이의 생애 첫 비행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오전 7시 부산행 비행기를 타려면 늦어도 6시에는 집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데, 준비가 늦어서 6시 15분에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자 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가현이를 안은 아내는 급히 집 앞 부동산 처마 밑으로 대피하고, 저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가방을 끌고 택시를 잡으러 큰 길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택시는 금방 잡혀 비를 별로 안맞고 택시에 승차하는데 성공!
하지만 택시에 승차한 시각이 6시 20분. 6시 40분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할텐데 큰일이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길을 헤치며 열심히 달린 끝에 6시 50분 쯤 겨우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보딩하는 데 가보니 8시 비행기를 보딩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줄을 서서 기다리며 공항에 무전기를 들고 서 있던 대한항공 직원에게 “7시 비행긴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7시 비행기는 못타요.”란 대답을 들었습니다. ㅠㅠ
뭘 어떻게 해야될 지 몰라서 그냥 다시 보딩데스크 앞으로 돌아가 줄을 서 있었더니 그 아저씨가 보기에 안타까웠는지 저에게 다가와서 따라 오라고 하며 다른 직원에게 데리고 가 우리 보딩을 우선하도록 해주었습니다. ^^; 그 후 미친 듯이 뛰어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탈 수 있었습니다. 저희 때문에 비행기가 10분 연착했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늦게 타는 바람에 저와 아내, 동생 부부 4명은 모두 떨어져 앉았고, 가현이는 제가 안고 탔습니다. 나름대로 얌전하던 가현이는 비행기가 택싱을 시작하자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준비해뒀던 과자를 계속 가현이에게 먹여 가현이의 울음을 멈췄습니다 (가현이는 먹을 걸 주면 울지 않습니다). 이 때문인지, 부산에 도착하여 아버지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 가현이는 먹은 걸 다 토해내는 사고도 있었죠.
어쨌든 부산에 도착. 저녁에는 조선비치호텔의 O’Kims에 가서 차례를 지내러 온 친척들과 맥주를 마셨습니다. 위 사진은 O’Kims의 바다 쪽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 이번에 찍은 사진 중, 우리 가족 세명이 모두 나온 유일한 사진입니다.

▲ 아내 품에 안겨 잠든 가현이
집에서 호텔로 갈 때 부모님과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는 가현이를 데리고 차를 타고 가셨고, 저희 부부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걸어서 갔습니다. 그런데 저랑 제 와이프가 호텔에 도착해서 가현이를 보자 마자 가현이가 ‘앙’하고 울며 와이프한테 걸어왔습니다. 졸려서 엄마를 찾은건가 봅니다. 그러더니 저렇게 안겨서 잠이 들었죠.

▲ O’Kims에서 동생 부부, 사촌동생들과 당구를 치며
O’ Kims에 빈 당구대가 있어 동생부부, 사촌동생들과 포켓볼을 쳤습니다. 11월에 결혼할 사촌동생의 눈부신 활약으로 저희 편이 졌습니다. 아내는 품에 안겨 자는 가현이 때문에 구경만 했습니다.

▲ 해운대에서 아내와 품에 안겨 잠든 가현이
O’Kims에서 나와 해변을 걸었는데 계속 가현일 안고 있던 아내는 다리가 아파 벤치에 앉아서 쉬기로 하였습니다. 가현이는 여전히 잘 자고 있습니다.
추석 당일, 아침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우리가 절 하는 것을 보더니 가현이도 따라하더군요. 정말 귀여웠는데 사진으로 남겨둔 게 없어 아쉽네요.

▲ 부산 집에서. 동생과 가현이
이 사진은 제 동생이랑 가현이가 놀면서 찍은 사진. 가현이가 신이 나서 막 웃고 있습니다. 요즘 가현이가 뭐가 그리 좋은지 부쩍 잘 웃습니다. 아주 예쁩니다. ^^;

▲ 부산 집에서 가현이
요건 가현이가 의자에 앉아 웃는 모습. 저 포즈를 ‘이쁜짓’이라고 부릅니다. 가현이에게 “이쁜짓 해봐”라고 하면 가현이가 손가락으로 볼을 누르며 저런 포즈를 잡습니다.

식탁에서 할아버지에게 안겨 또 “이쁜짓”을 하는 가현. 보통 우리가 ‘이쁜짓’을 시킨 다음에 ‘짝짝꿍’, ‘만세’, ‘잼잼’, ‘곤지곤지’를 시키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쁜짓’에 이어 다음 행동들을 줄줄이 하곤 합니다. ^^

▲ 매년 몇번씩 찍는 사진. -_- 조선비치호텔에서 찍은 해운대
추석 마지막 날. 가현이를 재우고 저희 부부와 제 동생 부부 4명이 다시 해운대로 향했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너무나 더웠기 때문에 (추석에 이렇게 덥기는 올해가 처음인 듯) 이틀 전 갔던 조선호텔로비에서 바다를 보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차가운 칵테일이나 마시자고 해서 갔죠.

▲ 호텔로비에서 찍은 아내 사진

▲ 역시나 호텔 로비에서 찍은 사진. 거울 앞에서 찍어 뒷모습도 한꺼번에 나왔군요

▲ 저와 아내가 주문한 칵테일
로비에서 파는 음료에는 제가 마시고 싶었던 피나콜라다 같은 칵테일은 없고 이상한 이름의 칵테일만 있었습니다. 어쨌든 네 명이 다 칵테일을 시켰고, 사진과 같은 음료가 4잔 나왔습니다. 그런데 맛은 진짜 없었습니다. 레몬과 다른 뭔가가 섞인 칵테일을 주문했던 동생의 표현으로는 “메로나 녹인 맛”이었습니다. 네 명의 음료가 모두 기대 이하로 맛이 없었습니다. 한잔에 10,000원도 넘는 칵테일이 말이죠. 해변을 향한 창 앞에서 맛없는 음료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보니 에어콘 바람에 쌀쌀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네 명 모두 따뜻한 맥도널드 감자 튀김을 먹고 싶다고 말을 했고, 해운대의 맥도널드로 향했습니다.

▲ 해운대 맥도널드 앞에서
맥도널드에서 먹은 감자튀김과 베이컨토마토디럭스버거 (이름도 참 기네)의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호텔에서 마신 음료 4잔의 값이면 맥도널드에서 정말 배가 터지게 먹었을텐데라는 후회도 좀 들었죠. 그래도 호텔이 훨씬 시원은 했지만.
그날 밤 가현이와 함께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가현이는 비행기 안에서 울었고 먹을 걸 주며 달랬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저랑 아내의 좌석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 가현이 돌보기가 부산에 내려갈 때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가현이와의 여행이 너무 정신이 없어 즐겨찍던 ‘공항샷’도 이번에는 제대로 못 찍었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또 2005년의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모두 다 즐겁게 한가위 보내셨기를…
참고로 다음은 예전에 올렸던 2004년, 2003년의 추석 얘기입니다.
2004년 추석 : 이때는 KTX를 타고 내려갔었군요. 가현이가 갓 태어났을 때라 저랑 동생만 내려갔었군요.
2003년 추석 : 지금보니 이 때 역시 비행기를 타고 내려갔는데 역시나 우여곡절이 있었네요. 지갑을 잃어버렸고 올라 올 때는 태풍 매미 때문에 원래 예약했던 날이 아닌 그 다음날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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