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 로터리티켓으로 본 개츠비 언더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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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티켓

한국 뮤지컬 산업이 배우 팬을 원동력으로 돌아가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내한 공연이다 보니 배우 빨 받기가 쉽지 않아 관객 몰이가 힘든 것 같다. 그 덕에 전석 50,000원 로터리티켓이 등장했다. 원래 미국에서는 현장에서 추첨을 하는 방식일텐데 인터파크에서는 날짜까지 지정해서 로터리 티켓을 신청하면 당락여부를 알려주는 방식. 혹시나 하고 신청해봤는데 당첨됐다. 애초에 인기 없는 공연이라 신청 자체를 많이 안 했을 거란 예상이다.

덕분에 아주 저렴하게 마음에 들었던 위대한 개츠비를 재관람 할 수 있었다. 처음 볼때 할인 하나 없이 190,000원 정가를 내고 봤는데 보상받는 기분. 보통 이런 건 표를 수령하는 순서 대로 좋은 좌석을 주기에 매표소 오픈 1시간 전에 가서 줄을 섰다. 앞엔 아무도 없었다. 직원이 알아서 표를 주는 줄 알았는데 표를 뽑으라고 해서 살짝 당황. 뽑은 표는 1층 중블 3열 사이드. GS아츠센터는 4열부터 단차가 있기에 조금 걱정을 했지만 내 앉은 키가 커서인지 가격을 빼고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공연 후기

첫 관람 때와 달리 개츠비 역에 언더스터디 배우 Tim Quartier가 출연해서 새로웠다. 한국은 주연 배우 스케쥴이 사전 공지 되지만 외국에선 보통 극장에 가야지 아는데 이 공연도 마찬가지 시스템. 극장 로비에 있는 캐스트보드를 보고 언더스터디 배우가 출연하는 걸 알게 됐다. 금요일 저녁 공연을 언더스터디 배우가 하는 건 좀 이상하긴 하다. 급하게 이력을 검색해보니 레미제라블 전미 투어에서 콩브페르로 출연한 경력 정도가 보였다. 이 배우는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목소리가 먹먹해서 좀 별로였음. 이 친구 대성하긴 어렵군, 싶었다. 원래 하던 맷 도일이 훨씬 낫다.

지난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닉(제럴드 시저)은 최고이다. 다른 배우들도 잘 하긴하는데 이 친구는 독보적이다. 조던 역의 배우(앰버 알돌리노)도 지난 번 노래에 좀 불안한 구석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클린하게 곡들을 뽑아내서 만족스러웠다. 조연인 윌슨 부부와 마이크 울프심도 잘 한다. 오히려 데이지에게 살짝 아쉬움이 느껴졌다. 못 하는건 아니지만 OBC 앨범의 노블자다의 목소리에 비하면 맑음이나 간드러짐이 덜 하달까. 감정 표현은 역시나 좋다. 얼굴이 커서(….)인지 표정을 통한 감정 전달이 잘 되는 듯.

지난 번 관람 때는 자막을 보느라 배우들의 감정선이나 군무를 많이 놓쳤던 것 같아 이번에는 되도록 자막을 안 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군무와 합창 씬은 자막을 안 보고 집중해서 무대를 봤는데 다들 체격이 커서인지 무대가 꽉차고 움직임도 역동적이었다. 국내 배우 공연에선 느끼기 어려운 부분.

지난 번에 앉았던 1열 대비 좀 더 뒷쪽에서 보니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무대의 화려함이 더 잘 보였다. 특히 1막에 처음 개츠비 집에 몰려가며 폭죽 터지는 씬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진짜 무대 셋은 최고의 퀄리티.

참 좋은 극인데 수요없는 공급이라 안됐다. 로터리 티켓이라도 많이 풀리길. 그러면 또 보러 가줄테다.

2025년 9월 19일 (수) 19:30
GS아트센터 1층 B블록 3열 1번
로터리티켓 VIP석 50,000원

ps: Tim Quartier 본인 유튜브 계정에 본인이 For Her 부르는 영상을 올려놨다. 리허설 때 찍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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