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S용 Ultima 6
아이폰 용 콘솔 에뮬레이터 Delta를 설치하고 이런 저런 게임 ROM들을 설치해보는 와중에, SNES 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용 Ultima 6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콘솔과 울티마라니, 잘 안 어울리는데? PC용 울티마6에 비해 여러 내용이 간략화 돼 있지만 콘솔로 포팅된 울티마 시리즈 중에서는 그나마 수작이란 평가. 그래서 이 SNES용 울티마6를 아이폰에 설치했다. 울티마 6는 꽤 오래전 PC에서 엔딩을 봤던 게임으로, 엔딩 씬의 음악에 무척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키보드가 아닌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콘솔 용이라 기본적인 인터페이스가 불편한데, 물리적 게임패드 없이 화면에 표시된 버튼을 터치해서 조작해야 하니 더 불편했다. 하지만 게임이 워낙 재미있어서 조작이 불편한 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빠져서 게임을 즐겼고 8일만에 엔딩을 봤다.
엔딩을 위해 걸어간 길
인터넷에 널린 공략법과 지도 덕을 많이 봤다. 특히 던젼 부분. 어렸을 때부터 울티마의 던젼을 헤매는 걸 싫어했었지.
수십년 전에 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브리타니아의 지리는 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도시간 여행은 물리적으로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말을 탈 수가 없었다. SNES버전에서는 빠진 건지 원래 Ultima6가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도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달의 보주 Orb of the Moon의 이동 기능 덕분에 게임의 소요 시간과 난이도가 확 떨어졌다. 다음은 내가 진행한 내용의 간단한 요약:
- 첫번째 퀘스트라고 할 수 있는 도시 간 8개의 shrine을 해제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 그 다음 퀘스트라고 할 수 있는 호킨스의 보물 지도를 모으는 것이 좀 까다로웠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한 던젼 지도의 도움을 받았다. 드래곤 알 구하는 퀘스트가 제일 까다로웠는데 Sleep과 Charm마법을 활용하여 겨우 완료.
- 호킨스의 보물 지도를 찾는 와중에 열기구 문서를 발견하여 기구를 제작. 이 이후에는 달의 보주로도 못 가는 곳으로의 이동이 쉬워졌다.
- 그 다음 퀘스트로 은판 Silver Tablet을 찾아야 하는데 Hythloth 던젼에 있다. 공략법을 보니 이 던젼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내가 쓴 꼼수는 달의 보주로 가고일의 땅으로 이동 —> 열기구로 가고일 땅 측의 Hythloth 던젼 입구로 들어가기. 여기가 브리타니아 기준으로는 Hythloth의 가장 아래 층인데 바로 앞에 목적지가 있다. 아무 저항도 안 받고 은판을 찾은 후 달의 보주를 이용해 Lycaeum으로 이동해 마리아에게 전달.
- 그 다음 퀘스트는 가고일 랜드의 shrine 정복인데 던젼 지도를 보고 어렵지 않게 처리. 다만 Shrine of Control의 퍼즐은 공략법의 해답이 안 먹혀서 내가 직접 처리.
- 가장 마지막 단계에 렌즈와 Vortex 큐브 배치가 있는데 어떻게 내려놓는지를 몰라 좀 헤맸지만 어쨌든 성공.
게임 시작 부분에서 도시의 물건을 주인의 허락없이 챙겨서 (a.k.a. 도둑질) 카르마 점수가 엄청 깍였다. 최저 3점까지 내려갔었던 것 같다. 다행히 8개의 미덕 shrine에 가서 명상을 하여 80점대 수준으로까지 올릴 수 있었다. 카르마 점수가 깍이고 올라가는 게 공략법에 나온 방식과 달랐다.
90년대 것이 좋다
그나저나 울티마 6가 꽤나 옛날 게임인데도 공략법을 비롯한 관련 자료들이 인터넷에 잘 올라와 있다. 게임 원본 패키지에 들어있던 천으로 된 지도 뿐 아니라 Compendium, Cluebook 같은 문서가 PDF로 잘 올라와 있어 그 시절로 돌아가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요즘 90년대 말에 하이텔에 올라온 글을 갈무리하여 셀빅에 넣어 고시원 방에서 읽었던 드래곤라자를 오디오북으로 다시 보고 있다. 책도 옛날 것, 게임도 옛날 것. 옛날 것들이 좋구나. 추억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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