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맨 – 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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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공연이 땡겨서 당일 저녁 표를 예매하여 관람한 작품인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 배우. 많은 공연 중 이 공연을 선택한 이유는 최근에 박지연 배우가 인스타그램에 이 작품 봤다고 썼던 게 기억이 나서. 정동극장 사이트를 거쳐 예매하여 10% 할인 받았다.

진주회관에서 콩국수를 먹고 정동극장으로 향했다. 정동 골목의 저녁은 고즈넉했고, 처음 가보는 국립정동극장은 아담했다. 무료로 쓸 수 있는 락커가 있어 입고 간 외투를 넣어둘 수 있었다. 클록룸에서 코트는 안 받아주는 대형 극장보다 훨씬 낫네.

공연에서 느낀 점:

  • 배우 여섯 분 모두 혼신을 다해 연기하신다. OP석에서 봐서인지 배우의 에너지가 더 전달 된 것 같다. 이들의 합창도 공간을 꽉 채운다.
  •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음악이 많은 편은 아니다.
  • 전반부, 즉 주인공인 네불라가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 배우를 하는 시점까지만 해도 스토리의 흥미진진함에 감탄했다. 작품 내에서 “오리지널”을 강조하는데 좋은 오리지널 작품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 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재미는 덜해지고 마무리에 대한 공감도 잘 안 가는. 바보 쇼는 너무 별로.
  • 네불라가 독재자의 대역을 했다는 게 그렇게 큰 죄일까? 4년 정도 옥살이 했으면 죄값을 한 걸텐데 네불라가 계속 죄책감을 느끼는 건 이해가 잘 안갔다. 아니면 국민들은 죽어가는데 본인은 호의호식 했다는 죄책감?
  • 눈물을 참을 수 없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후반부에 대한 공감이 별로 안 가서인지 눈물 한 방울 안 났다.
  • 인생을 사진으로 정리하는 네불라를 보며 나도 저런 걸 해야하나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의 사진이라도 모아봐야 하나.
  •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은 내 키만큼”의 가사1는 너무 먹먹해서 넘버를 듣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 공연 시작 때 부르고 끝에 다시 부르는데, 주인공의 인생을 알고 난 뒤에 듣는 리프라이즈는 공연 시작 때 듣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더라. 인생에 굴곡이 별로 없는 나는 큰 공감이 안 갔지만 인생이 힘든 이들은 많은 공감을 하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 이 곡을 부를 때 여섯 배우 모두 파도에 흔들리는 듯한 몸짓을 하는데 다른 배우들과 달리 눈 앞의 전성혜 배우의 몸짓에는 웨이브가 제대로 들어간 게 재미있었다.

2023년 10월 31일 (화) 19:30
국립정동극장 1층 D열 15번
63,000원 정동메이트 10% 할인


  1.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파도는 계속 쉼 없이 밀려오는데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른다

    가끔은 저 파도가 너무 거세 뛰어오를 힘조차 없을 때에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채 바닷속에 잠겨 숨을 참는다

    다시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다시 올라갈 힘이 생길 때까지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저 멀리 누군가 육지를 향해 나아갈 때에도
    머리 위 새들이 날 보고 더러 비웃을 때에도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른다 계속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애써 뛰어올라야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딱 내 키만큼 깊은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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