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워크샵
보통 컨퍼런스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엔 워크샵을 하는데 나는 최근 몇년 동안은 워크샵은 듣지 않고 귀국을 한다. 해외에 오래 있으면 점점 피곤해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일찍 귀국하고 싶어서. 이번 CIKM도 원래 그럴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인 QPP에 대한 워크샵이 금요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일정을 토요일 귀국으로 변경했다.
학회 첫날인 월요일, CIKM 개회식에서 워크샵을 소개하는데 내가 듣고자 했던 워크샵은 빠져있었다. 학회 홈페이지의 프로그램에서도 사라졌다. 아마 워크샵이 취소됐나보다. 하루가 붕 떠버렸다. 다른 워크샵들은 관심이 가는 주제가 없다. 하루 이른 귀국으로 일정을 변경하려니 신경 쓰이는 게 많다.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흘러 목요일 밤이 됐다. 다시 한번 워크샵 리스트를 봐도 들을만한 게 없어서 혼자 하루 동안 놀자고 결정. 차가 없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런 저런 검색을 하다가 걸린 게 From Atlanta: Half-day Wine Country Tour. 버스를 타고 조지아 주 북부에 있는 와이너리 세 곳을 들르는 프로그램이다. 109.99불. 와인에는 별 관심 없지만 하루를 때우기에 가장 적당한 프로그램이라서 예약을 했다.

조지아 와인 투어
금요일 아침, 내가 묵는 호텔에서 3 블록 정도 떨어진 힐튼 호텔 앞에서 셔틀 버스를 탔다. 방문한 와이너리는 다음 세 곳으로, 아틀란타에서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 Chateau Meichtry Family Vineyard and Winery
- Ott Farms and Vineyard
- Fainting Goat Vineyards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 쪽 와인들은 대부분 달아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조지아주 와인이 왜 유명하지 않은지 알 것 같았다. 와인 맛보다는 날씨 좋은 날 야외에 앉아 자연을 보며 술을 음미한다는 기분이 좋았다. 각 와이너리에서 12~13불이면 시음할 수 있기 때문에, 투어비 109.99불 중 70불이 교통비인 셈으로 가성비는 별로다.
각 와이너리에서 시음할 와인을 고르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 Chateau Meichtry Family Vineyard and Winery (5종 시음): 글래스 하나로 와인 리스트에서 선택하는 5종을 순서대로 시음.
- Ott Farms and Vineyard (4종 시음): 와인 리스트에서 4종을 선택하면 시음잔 4개에 따라줌
- Fainting Goat Vineyards (3종 시음): 와이너리에서 미리 정해놓은 3종짜리 세트 여럿 중 하나를 골라 시음.
투어에는 나 외에 한 팀(두 명)이 더 있었다. 이 팀은 아틀란타 현지인이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친구랑 가는 거라고. 와이너리에서 시음할 와인 선택법을 설명할 때 내가 잘 이해하지 못 하자 옆에서 설명도 해줬음. 내가 인싸라면 와이너리에서 이분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떠들며 마셨을텐데 아싸라서 혼자 마셨음. 셔틀버스 기사였던 Cory는 친구가 한국 미군 기지에 있단다. Cory가 모는 버스의 모니터에선 계속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 같은 8~90년대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다. 미국 같았다.
투어 마지막에는 아웃렛에 들러 1시간 동안 식사와 쇼핑을 하는 시간도 준다. 투어 마지막에 쇼핑 넣는 건 우리나라 여행사에서만 하는 게 아니구나. 이상한 쇼핑센터가 아니라 멀쩡한 아울렛 (The Outlet Shops at Atlanta)이어서 괜찮았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해서 간단한 쇼핑 후 칙필라에서 치킨 버거를 먹는 둥 마는 둥하며 버스로 뛰어 돌아가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