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대한 불만
제목부터 이해가 안 됐다. 원제는 “Work Rules”로 ‘업무가 좌우한다’와 ‘업무규칙’처럼 중의적으로 번역될 수 있는 걸로 보이는데, 한국어 제목은 좀 동떨어져 있다. ‘구글’을 강조하고 싶었나? 마음에 안 드는 제목이다.
예전에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고 쓴 글 끝에 잠시 언급했 듯이 2년도 더 전에 이 제목이 마음이 안 드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번역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좀 읽다가 덮어두었다. 그러다가 최근 사람 관리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며 책을 다시 집었다. 번역에 대한 불만을 꾸욱 참아가며 읽었다. 번역 때문에 읽기 불편함은 이번에도 그대로였다. 책 끝에 붙은 감수자의 글에 가서야 한국말을 읽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번역된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 구글북스에서 원서를 얼마나 찾아봤는지 모른다. 기술과 관련 된 부분 뿐 아니라 일상적인 표현도 잘못 번역된 곳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역자의 주석이 많은지. 지적 허세인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역자주가 붙어있을 때도 있는데 심지어 틀린 경우도 있다. 아래의 예를 보자.
번역서에는 “‘NP'(네트워크 컴퓨터)”로 돼 있지만 원서에는 “(네트워크 컴퓨터)”란 부분이 없다. 이건 옮긴이가 덧붙인 내용이고 틀린 내용이다. NP는 굳이 풀어쓰자면 Non-deterministic Polynomial이고 보통 그냥 “NP”라고 표현한다. 원저자는 이 용어를 이해 못할 사람을 위해 주석을 붙여놨는데 역자는 주석까지 번역해놨으면서도 주석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네트워크 컴퓨터”란 틀린 설명을 덧붙여놨다.

꼭 기술적인 내용만 잘못 표현한 게 아니다. 일반적인 표현에도 오역이 꽤 있다. 몇 개만 더 옮겨 본다. 아래 내용은 내가 책을 읽다가 맥락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 구글북스에서 원서를 찾아 해당 부분을 표시한 것이다. 나라면 “저는 댓글을 쓴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다음 면담 때 얘기하게 돼서 기뻐요“로 번역하겠다.

또 다른 부분. 한국어판의 내용만 봐서는 ‘센티스레드(centithread)’가 뭔지 감이 오지 않아 원서를 찾아봤다. 나라면 “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 이메일”로 번역하겠다.

책 전체에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가독성이 낮았다. 나보고 책 한 권을 다 번역하라면 이 책의 번역자보다 잘 할 수 없겠지만 뭔가 개선할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책의 내용
책의 주타겟은 구글의 HR 시스템이 궁금하고, 구글처럼 HR을 운영하고 싶은 HR 분야 쪽 사람들로 보였다. 참고로 구글에서는 HR이 아니라 PO, 즉 People Operation이라고 부른단다. 불편한 번역 때문에 머리에 책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기 힘들었지만 구글은 인사 쪽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회사 인사 조직도 이런 저런 변화를 많이 시도하는 걸로 보이는데 변화를 통한 유불리를 재대로 평가해 가며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구글은 (적어도 책을 통해서 쓴 내용으로는) 실험의 평가까지 해 가며 변화의 방향을 정하는 걸로 보인다.
구글에서 좋은 관리자의 특징을 찾기위해 Project Oxygen을 수행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한다. 다음 역량 중 나는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확실한 건 8개 모두 가진 건 아닌 듯. ㅋ.
- Is a good coach (좋은 코치이다)
- Empowers the team and does not micromanage (직원에게 권한을 넘기고 마이크로 매니징하지 않는다)
- Expresses interest in and concern for team members’ success and personal well-being (직원의 성공과 복지에 관심을 가진다)
- Is productive and results-oriented (생산적이며 결과 지향적이다)
- Is a good communicator—listens and shares information (소통을 잘한다. 잘 들어주고 정보는 공유한다)
- Helps with career development (경력 개발을 돕는다)
- Has a clear vision and strategy for the team (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이 있다)
- Has key technical skills that help him or her advise the team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역량이 있다)
One thought on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Work Ru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