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성남이 조바한을 3:1로 꺽고 아시아 최고 클럽 자리에 올랐다. 방에 누워 인터넷 중계를 보던 나는 감격의 눈물을 찔끔. SBS스포츠는 경기 종료 직후 중계를 끊는 대신 시상식까지 중계 해줘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진한 감동이 느껴졌다. 저런 순간엔 정말 현장에 있었어야 하는데.
성남일화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올해 새로 태어난 둘째 때문에 경기장도 자주 못 찾았는데 (올해 챔피언스리그는 단 한 경기 보러 갔음 orz) 그 어려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하다니 팀이 대견스럽다. 한국 방송국에선 중계가 없어 스타스포츠 같은 영어 채널은 중동 채널로 찾아 보던 기억도 나고… 다시 한번 올초 시작된 예선부터 우승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 (경기 기록은 AFC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결승전 미디어킷에서 가져옴).
E조 예선
02/23 | 성남 일화 (KOR) – KAWASAKI FRONTALE (JPN) | 탄천종합운동장 | 2-0 승 |
03/09 | MELBOURNE VICTORY (AUS) – 성남 일화 (KOR) | Docklands Stadium | 0-2 승 |
03/23 | 성남 일화 (KOR) – BEIJING GUOAN (CHN) | 탄천종합운동장 | 3-1 승 |
03/31 | BEIJING GUOAN (CHN) – 성남 일화 (KOR) | Beijing Workers’ Stadium | 0-1 승 |
04/14 | KAWASAKI FRONTALE (JPN) – 성남 일화 (KOR) | Kawasaki Todoroki Stadium | 3-0 패 |
04/28 | 성남 일화 (KOR) – MELBOURNE VICTORY (AUS) | 탄천종합운동장 | 3-2 승 |
만만치 않은 팀들과 한조에 편성됐지만 시작이 좋았다. 4게임 연속 승리를 한 것. 그러다가 그 당시 정대세의 소속팀인 카와사키 홈에서 크게 한방 (정대세는 부상인지 경고누적으로 출전 못함) 얻어 맞았다. 그래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K리그 팀으론 유일한 조 1위었던 걸로 기억한다.
16강
05/11 | 성남 일화 (KOR) – GAMBA OSAKA (JPN) | 탄천종합운동장 | 3-0 승 |
직접 가서 관람한 유일한 챔피언스리그 경기였던 16강 경기. 지면 막바로 탈락하는 단판 승부라 살 떨리게 봤지만 3-0이란 큰 점수차로 깔끔하게 승리하여 8강 진출!
16강에 오른 다른 한국 클럽팀 (수원, 포항, 전북) 역시 모두 승리하며 동아시아에서 4팀, 서아시아에서 4팀이 올라가는 8강에 한국 클럽팀 4팀이 모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의 4팀이 모두 4강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꿈도 야무졌지;;) 8강 경기에서 한국 팀끼리는 맞붙지 않는 대진운이 따라야 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망라한 우리나라 방송에선 기대대로 대진 추첨 중계를 안해서 대진 추첨을 생중계 하는 아랍 방송을 인터넷으로 봐야 했다.
포항과 전북은 모두 8강에서 서아시아팀과 맞붙는 대진이었으나, 성남은 수원과 맞붙는 대진이었다. 마계대전이구나! 리그 경기를 치루는 도중에 멀리 중동까지 날아가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지만 껄끄러운 상대.
8강
09/15 | 성남 일화 (KOR) – 수원 삼성 (KOR) | 탄천종합운동장 | 4-1 승 |
09/22 | 수원 삼성 (KOR) – 성남 일화 (KOR) | 수원월드컵경기장 | 2-0 패 |
지역 라이벌인 수원과의 ‘마계대전’은 언제나 흥분되는 경기. 첫 경기에 3점차 대승을 하고 수원 원정 경기를 갔는데 수원에서 먼저 두 골을 넣는 바람에 역시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시청했었다. 원정골 우선 원칙에 따라 수원이 한골만 더 넣으면 성남이 탈락 될 위기였으나 2점차를 끝까지 유지하여 겨우 준결승 진출. 1차전 경기 막판에 자책골을 넣은 양상민에게 감사할 따름!!! 2차전 경기에 이기고도 탄천 잔디 탓을 그치지 않은 ‘윤잔디’도 기억에 남는다;;
준결승
10/05 | AL SHABAB (KSA) – 성남 일화 (KOR) | King Fahd International Stadium | 4-3 패 |
10/20 | 성남 일화 (KOR) –AL SHABAB (KSA) | 탄천종합운동장 | 1-0 승 |
송종국이 뛰고 있는 알샤밥과의 1차전은 참 재미있는 경기였다. 양팀이 시종일관 공세를 유지하며 골이 이어졌으나 안타깝게 성남이 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중동 원정에서 3골이나 넣었기에 괜찮은 결과였으며 홈 경기에서도 1골을 끝까지 지켜 드디어 결승 진출!
결승
11/13 | 성남 일화 (KOR) vs Zobahan (IRN) | National Stadium | 3-1 승 |
경고누적으로 핵심 공격수인 라돈치치와 주전 미드필더 전광진이 경기에 못나가고, 신인이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던 홍철은 아시안게임대표에 차출된 상태. 하지만 올해 내내 그랬듯이 성남은 조금은 부족한 스쿼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트피스에서 두 센터백인 사샤와 조병국이 한 골 씩 넣고, 가끔 기막힌 골을 넣어주는 김철호도 쐐기골을 박아 넣었다. 이전까진 11경기에서 5골만 허용한 상대인 이란의 조바한은 이 한 경기에서만 3골을 허용했다.
사샤, 몰리나, 그리고 정성룡이 눈에 띄었다. 사샤는 선제골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다 해 ‘넘사벽’이란 별명값을 톡톡히 해주었다. 몰리나는 워낙 잘 하는 선수이긴 하나 내가 실제로 이 선수에게 감탄을 해본 일은 거의 없는데, 어제는 정말 탁월한 개인 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성룡은 몇 개의 선방으로 성남이 우승하는데 확실한 마무리를 해줬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감동 또 감동. 작년 초에 팀 맡을 때만해도 신임 감독이어서 우려를 많이 했다. 작년에 김상식 같은 베테랑과 모따와 두두같은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모두 방출 하고 리그 준우승과 FA컵 준우승이란 준수한 성적을 냈을 때도 한 해 반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주축 선수들 (김정우, 이호, 장학영)이 다 빠지고 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신인을 포함한 남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고, 리그 플레이오프에도 진출을 했다. 훌륭하다. 이번 우승으로 신태용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아시아 정상에 선 유일한 인물이 되었다.
아쉽게도 몇년 전에 개정된 규칙에 의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의 다음 해 챔피언스리그 자동 진출혜택이 없어졌다. 내년도 챔피언스리그에 참여하려면 올해 남은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최소 3위를 해야 한다. 꼭 챔피언스리그 티켓과 함께 리그에서도 좋은 마무리 (우승? ㅎㅎ) 할 수 있길! 전세계 대륙의 최강자가 맛붙는 클럽월드컵은 사실 큰 기대는 안한다. ㅎㅎ
성남일화 홈페이지 화면 캡쳐. 1995년은 현재 ACL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쉽에서 우승한 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