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괌 여행 후기 7편 – 4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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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빙에 지친 가현이. 좀 타서 볼이 발갛다.

하얏트 주차장에서 향후 일정을 고민했다. 벌써 오후 4시가 다 됐다. 원래 남부 드라이빙을 2시 정도에 시작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아침에 호텔에서 늦게 나오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버린 것이다. 드라이빙을 시작하기 좀 늦은 시간이라 라데라로 돌아가서 피곤한 몸을 좀 쉬다가 저녁 식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계획했던 남부 드라이빙을 강행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또 늦은 점심 식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굶고 저녁을 일찍 먹을지도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가현이가 계속 보채니깐 가현이를 재우기 위해 남부 드라이빙을 가자는 것 (아주 안좋은 선택이었다. 흑흑.) 일단 GPO 푸드코트로 다시 차를 몰고 가서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구입했다. 이번에는 중국음식을 샀다. 국수+반찬2개에 $5. 콜라 한캔에 $1. 처음에 가게 주인이 나보고 일본말로 한참 설명했다. 그래서 내가 영어로 물었더니 그때부터 영어로 설명을 하더라. 워낙 괌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이런 경우가 잦다.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운전을 하다보니 가현이 뿐만 아니라 아내도 잠이 들었다. 옆에서 지도 봐 줄 사람이 없어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지도 모른 체 무조건 남쪽으로 달렸다.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냥 남쪽으로 향한 길만 따라가면 됐기 때문이다. 오른편으로는 계속 바다가 보였다.

한참 가니 산으로 올라갔고 앞으로 보이는 바다 전망은 아주 훌륭했다. 이 산은 람람산인데 높이는 406M밖에 안되지만 세상에서 가장 깊다는 마리아나 화구 덕택에 바다 밑에서부터 따져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이렇게 따졌을 때 이 산의 높이는 무려 11,530m (406 + 10924).

어느 정도 가다 보니 어떤 사람들이 길 오른편에 차를 세워두고 낙서가 가득한 시멘트 축대 같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전망대인 것 같았지만 그게 전망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그 지점을 지나쳤다. 산 위에서 바다 전망을 보고 싶은 마음이 좀 있어서 U턴을 해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계속 진행했다. (나중에 보니 거기가 세티 베이 전망대란 곳이었다.) 좀 더 가다가 다른 전망대가 보여 차를 세웠는데, 이런, 거기서는 산만 보이고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산을 보는 전망대(Southern Mountains Overlook)였다. 바다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좀 실망하고 다시 계속 차를 몰았다.

차를 타고 평지까지 내려온 후 오른편에 차를 대고 GPO에서 사온 도시락을 까먹었다. 이때서야 지도를 보니 우리가 위치한 곳이 우마탁이란 동네였다. 이때가 5시 정도.

▲ 괌은 거제도 만한 섬이라고 한다. 오전에 라데라에서 떠나 리티디안포인트 갔다가 투몬으로 갔고, 이번 남부 드라이빙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의 남부를 한바퀴 돌아 다시 투몬으로 오는 것이 목적이었다.

도시락을 먹으며 아내에게 왔던 길로 돌아갈지, 아니면 가던 길로 계속 갈지를 물었더니 그냥 안가본 길로 계속 가자고 했다. 아내는 이 경우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돈지 몰랐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었다. 나도 이왕 온거 안가본 길로 계속 가자는 생각에 남행을 계속했다. (두번 연속된 잘못된 판단)

조금 지나니 마을이 나왔다. 마젤란이 처음으로 괌을 발견했을 때 상륙한 곳도 나왔고, 해변 옆에 있는 학교 같은 곳에선 마을 잔치인지 파티 같은게 열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으나 여유가 없어 계속 차를 몰았다. 관광지 말고 이런 곳의 사진을 찍어왔다면 좀 더 재미있는 사진이 많았을텐데란 후회가 된다.

언덕을 조금 올라가니 오른편으로 “솔레다드 요새”라는 표시가 있어 들어가보았다. 솔레다드 요새는 스페인 시대의 요새로 우마탁 만으로 들어오는 배들을 감시하기 위한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대포도 몇 개 설치돼 있다. 아래 사진에선 안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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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레다드 요새에서. 아내는 이제 다시 찾은 자신의 선글라스를 꼈다. 가현이는 자다 깨서 여전히 좀 괴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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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한 현지 사람이 소를 타고 등장해서 찍어봤다.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하얀 건물은 우마탁만에 있는 교회 건물이다. 스페인 시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바로 옆에 마젤란 상륙 기념비가 있다.

다시 차를 타고 길을 떠났다. 한참 동안 드라이빙을 하다가 “제프의 해적 동굴”이란 식당이 나왔다.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라는 아쿠아의 추천이 생각나 급히 차를 세웠다. ^^.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걸 팔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한국의 슈퍼처럼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하드바를 팔고 있었다. 돼지바와 비슷한 아이스크림($1.5)을 하나 사먹고 계속 진행했다.

이제 해가 다 떨어졌다. 지금도 정확히 어딘지 모르는 괌 동쪽 해안의 잔디밭에 차를 대고 석양을 감상했다. 이곳도 만 옆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이 만에서 일본의 어느 배가 침몰했다고 한다고 안내판에 써 있었다. 안내판도 사진을 찍어올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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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을 뒤로. 가현이가 위에 옷은 청자켓은 낮에 GPO에 있는 Ross란 매장에서 구입한 옷.

해가 지니 깜깜해지고, 시간은 자꾸 흘러 마음은 급해졌다. 7시까지 다운타운에 다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엑셀을 밟았다. 그 노력의 댓가로 7시 쯤 다운타운에, 7시 반쯤 마이크로네시안 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 왔던 마이크로네시안 몰에 다시 온 이유는 첫날 찜 해놨던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서. 하지만 소심한 우리 부부, 이번에도 아무 것도 구매하지 못한다. 원래는 한참 고민 끝에 $42정도 하는 가현이 폴로 드레스를 하나 골랐다. 그런데 한켠에서 장난 치고 있던 가현이를 내가 말렸더니 우리가 골라놓은 드레스를 발로 밟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쳐서 내가 가현이를 안고 딴 곳으로 갔다. 그래서 아내 혼자 그 옷을 구입해야 했는데 혼자 고민하다가 그냥 다시 옷걸이에 슬쩍 걸어놓고 왔단다. 서울에서의 가격을 잘 모르겠고, 25%정도 밖에 세일을 안하고, 어차피 1년밖에 못입을텐데 싶어서 그냥 두고나왔다고 한다. 소심 소심.

▲ 대충 이렇게 생긴 옷이었음 (polo.com에서 찾은 사진. 흠 근데 이 사이트 가격이 더 싸다. 히히히)

1시간 가량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냈으나 또 아무것도 못산 채 밖으로 나왔다. 드라이빙과 쇼핑에 지친 몸을 끌고 괌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할 카프리초우사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스파게티아와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인데 스파게티아에 비하면 양도 2배, 가격도 2배 정도 한다. 자리가 없어 좀 기다렸다가 9시 다 돼 자리를 잡았다.

양이 많다는 걸 익히 듣고 갔지만 메뉴판에 먹고 싶은게 이것 저것 보여서 많이 시켰다가 딱 망했다. –;;;;;; 우리가 시킨 것은 라이스 크로켓 (사랑의 절벽 티켓 뒤에 쿠폰이 있어 $5.99짜리가 무료), 클램챠우더 스프 ($9.50), 지노바식 스파게티 ($16.99), 그리고 음료 두잔 ($2.00 * 2). 성인 두명과 18개월짜리 애기 하나가 먹을 음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 반 이상, 아니 거의 다 남겼다. –;;;; 클램챠우더 스프는 사발에 담겨 나왔고, 스파게티는 자장면 곱배기 그릇 같은데 말그대로 “가득” 담겨져 나왔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어이가 없었다. 배가 불러 라이스크로켓도 반 정도 밖에 못먹었다. 흑흑.

시원한 실내를 좋아하는가현이는 갑자기 쌩쌩해져서 의자 위를 신나게 돌아다니며 방긋방긋거리고 놀았다. 옆 테이블의 외국사람들이 가현이를 쳐다보면서 웃곤 했다. 아내는 가현이의 미모가 국제적으로 통함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식당 직원들은 테이블에서 이것 저것을 집어 밖으로 떨어뜨리는 가현이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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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리초사에서. 생기가 도는 가현이 우측하단의 스파게티가 줄지 않는 신비의 스파게티

라데라로 돌아가는 길, 기름을 다시 채워 렌터카를 반납해야 하는데, 이 기름을 채우며 이번 여행 최고의 삽질을 경험한다. ㅠㅠ. 셀프 주유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호텔 근처에 봐뒀던 주유소까지는 무사히 갔다. 주유하는 방법은 대충 읽고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초보 같은 티를 내지 않으며 기름 주유구 열고, 주유 호스를 주유구멍에 넣고 주유기 번호를 편의점(주유소와 편의점이 붙어있다) 안에 있는 직원에게 표시했다.

그리고 주유호스 손잡이를 당기면 기름이 철철철철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기름이 꼼짝도 안한다. -_-; 난 편의점 안에 있는 직원이 잘못했는 줄 알고 내 주유기 번호를 계속 손짓으로 알려줘도 마찬가지였다. 답답해서 편의점 안에 들어갔더니 “레버”를 누르란다. 난 이 “레버”가 주유호스 손잡이에 달린 걸 말하는 줄 알고 다시 나가서 그 러버를 당겼지만 여전히 기름은 꼼짝도 안한다. 답답하다.

결국은 주유소 직원이 와서 직접 기름을 넣어줬다. 얘네들이 말한 레버는 주유기 기계에 달린, 주유호스 손잡이 받침대와 같은 걸 말한 것이었다. 이걸 올려야지 작동이 되는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흑흑. 아.. 개망신이다.

하루 종일 달렸는데 기름값은 $10 정도 나왔다. 차도 작아 기름도 별로 안 먹고, 기름값도 싸기 때문일 듯.

라데라로 돌아가 차 키를 프론트데스크에 반납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밤 11시다. 드디어 짐을 쌀 때다. 새벽 1시에 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나기로 했으니 2시간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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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싸기 전 방에서. 모두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다.

아내는 토할 것 같고, 머리 아프고, 감기 기운도 있었는데, 거기에다 가현이를 너무 안아서 몸이 많이 아픈 상태였다. 하지만 가현이가 너무 졸려 괴로워 해서 일단 가현이를 아내가 안아 재웠다. 그리고 번갈아 가며 샤워를 하고 둘 다 녹초가 된 상태에서 짐을 쌌다. 그리고는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여행을 마무리 하는 맥주를 한잔씩 했다. 온 몸이 나른해지며 기분이 좋았다. 강행군이었던 하루가 후회됐다.

첫날 Payless 슈퍼마켓에서 산 스테이크는 그냥 버려두고 가기로 했다. 나중에 한국 와서 생각해보니 그 때 산 망고 2개도 냉장고에 그대로 놔두고 왔더라.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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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괌 여행 후기 7편 – 4일 오후”의 2개의 생각

  1. 첫사진의 우리 가현이 사진 보니 넘 불쌍해보이네요. 잠도 모자라고 먹는것도 시원찮았고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해서 아플까봐 걱정했는데 우리 효녀가 아무탈없이 건강해서 무지 고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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