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방콕 혼여 (7) – 4일차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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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유야마 오후 반일투어를 신청한 날로 오전 시간이 비었다. 전날 밤에 폭우로 젖은 운동화는 여전히 축축해서 신을 수가 없었다. 젖은 신발을 대신 할 슬리퍼를 사러 실내 운동 용으로 챙겨 온 러닝화를 신고 BTS역 앞의 Century The Movie Plaza로 향했다.

내가 찾는 건 이날 하루 동안 막 신을 수 있는 싼 슬리퍼였는데 1층 가판대에 파는 아디다스 슬리퍼는 좀 비쌌고, 핑크핑크한 다른 매장에서는 화장실용 슬리퍼 밖에 찾을 수 없었다. 이왕 쇼핑센터에 간 김에 2층 약국에서 태국 특산물 타이레놀 2통 (한 통에 160바트)을 구입하고 쇼핑센터를 나온 후 매의 눈으로 슬리퍼를 팔만한 곳을 찾던 중 세븐일레븐을 발견했다. 첫번째 세븐일레븐에는 없었지만 100m도 떨어지지 않은 두번째 세븐일레븐에서 슬리퍼(70฿)를 살 수 있었다. 아니 근데 100m 남짓한 거리 안에 세븐일레븐이 세 개나 있네. 이래도 되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신이 나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생각해보니 오후 아유타야 투어에 사원이 포함돼 있어서 슬리퍼를 신을 수가 없네? 바보구나 바보… 어쩔 수 없이 애지중지 실내에서만 신던 트레드밀 용 러닝화를 다시 신고 숙소를 나섰다.

솜분 시푸드 Somboon Seafood

  • 오후 반일 투어 집합 장소인 아속역 주변 식당을 검색하던 중 푸팟퐁커리에 대한 글을 봤다. 아속역 가는 경로에 있는 씨암역에 푸팟퐁커리로 유명한 솜분 시푸드가 있어 여기서 아점을 먹기로 결정. 씨암스퀘어와 연결돼 있는 씨암역 4번 출구로 나가 왼쪽 스타벅스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서 그냥 주욱 걸어가면 나온다.
  • 역시나 대기 없이 바로 입장. 내가 방콕에서 온 식당 중 가장 고급스럽다. 
  • 푸팟퐁커리는 보통 게껍질이 같이 나온다는데 이 집은 게살이 발라져서 나온다고 한다. 메뉴 상의 명칭은 Crab meat Fried Curry(Small. 760฿+)으로 밥(35฿+)과 함께 비벼 먹었다.  비싸지만 맛있어서 애들 생각이 났음. 같이 먹은 망고프라페(130฿+)도 개존맛. 진하다.

터미널21 스타벅스

  • 식사 후 아속역으로 이동했지만 투어 시작인 2시 반까진 한참 남았다. 계획 없는 자는 피할 수 없는 게 짜투리 시간이구나. 역에 연결된 터비널21 쇼핑몰을 한 번 훑어봤는데 층 마다 해외 도시 컨셉으로 꾸며져 있는게 좀 특이한 정도. 제일 윗층엔 극장, 그 아래엔 푸드코트가 있었다. 투어 미팅 시간 전까지 꼭대기 층에 있는 마사지샵을 갈까 잠시 고민했다가 가격만 확인 후 그냥 몰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시간 죽이기로 결정.
  •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라떼를 시켰는데 한국돈으로 7500원!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태국에서는 현지 카페를 갔어야 하는데 실수네. 여전히 한참 남은 페이스북 관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유야마 선셋 리버크루즈 오후 반일 투어

  • 여행 가기 전에 읽었던 책에서 타이 민족의 왕조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수코타이 왕조 (1257-1350) → 아유타야 왕조 (1360 – 1767) → 톤부리 왕조 (1767 -> 1782) → 짜끄리 왕조 (1782 -) (출처: 방콕에서 잠시 멈춤)
  • 이 날 방문하는 아유타야는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 투어는 전날 klook에서 39,000원에 예약했다. 사원 구경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낮에 할 일이 없고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아서 예약한 것이다. 차를 타고 다음 코스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 왓 야이 차이몽콘 사원
    • 코끼리와 사진. (옵션으로 코끼리 트래킹)
    • 왓 프라 마하탓 사원
    • 아유타야 선셋 보트
    • 왓 차이왓타나람 사원 (밖에서 사진만 촬영)
  • 시간 맞춰 미팅포인트인 옆 건물 1층 맥도널드 앞으로 가니 여행 가이드가 여럿 서 있었고, 그 중 한 분이 내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갖고 있어서 확인하고 봉고차에 탔다.
  • 같은 그룹은 모두 한국인으로 대부분 가족 여행객이지만 혼자 오신 남자 분도 한 분 계셨다. 태국인 투어 가이드의 한국어 발음은 액센트 때문에 묘하게 알아듣기 어려웠고 구사하는 유머는 올드했는데 투어를 하는 일반적인 연령대에 맞춘게 아닌가 싶다. 타이 쿠킹 클래스 선생님의 젊은 감각 유머가 그리워졌다.
  • 차로 1시간 정도 달려 아유타야에 도착했다. 사원에 도착하면 가이드의 짧은 설명을 들은 후, 가이드가 알려준 포즈대로 사진을 찍고 자유시간을 가지는 형식이 반복됐다. 혼자 여행하면 본인이 담긴 사진을 남기기가 어려운데 이 투어 덕분에 내 사진이 몇 장 남았다.
  • 코끼리농장이라는데에서도 가이드가 지정한 포즈로 사진 촬영 후, 희망자는 코끼리를 타고 나머지는 공원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나는 혼자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연못 속에 있는 뱀을 봤다. 물 안에 뱀이 있는 게 너무 신기해서 검색을 해보니 물뱀이란게 있다고. 팔다리도 없는데 어떻게 수영을 하는 건지 신기방기.
  • 왓 마하탓의 보리수 나무 뿌리에 박힌 부처의 머리는 경이로웠다. 투어 가이드에 따르면 도굴꾼들이 서양에서 인기 많은 부처상 머리를 팔기위해 잘랐다가 모양이 별로면 그냥 버려뒀는데, 새가 물고온 보리수나무 씨를 근처에 떨어뜨려서 현재의 모습이 됐단다. 믿거나 말거나. 다 무너진 이 사원의 색과 잔디의 색,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의 색이 잘 어울려 예상 외로 아름다웠던 곳.
  • 석약 질 무렵 차오프라야 강에서 타는 선셋 보트는 배에서 나는 디젤 특유의 냄새 때문에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선셋투어라고는 하지만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보이는 곳이 아니라 노을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미리 식사를 주문하면 도시락을 갖다줬는데 난 식사 없이 맥주만 한 병 주문 (100฿). 비가 많이 와서 강 주변 가옥들이 피해를 본 것 같았다. 눈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며 코로는 디젤 냄새를 맡고 있으니 혀에서 술 맛이 느껴질리가 없다. 배에서도 중간 중간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주셨다. 어둡기 때문에 인물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을텐데 가이드는 기가 막히게 노출을 잘 잡아줬다. 다만 수평 같은 건 맞지가 않아서 내가 후보정해야 했지만 노출 보정하는 것보단 훨신 쉬운일. 
  • 마지막으로 왓 차이왓타나람 사원의 야경을 배경으로 주차장에서 사진만 찍고 방콕으로 출발. 저녁 시간대에 방콕으로 들어가는 길은 엄청나게 막혔다. 힘들게 도착한 아속역에서 투어가이드에게 팁 100바트를 드리고 하차. 관람 시간에 비해 이동시간이 무척 긴 편이고 기대했던 선셋 리버보트도 별로라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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