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방콕 혼여 (6) – 3일차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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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까마이 사바이자이에서 식사를 끝내니 오후 5시 10분, 뭘 할까 고민하다가 카오산로드 근처의 애드히어 블루스바에 가기로 결정. 라이브음악이 8시부터 시작되니 시간은 많이 남았다. 카오산로드까지는 대중 교통으로 가기가 불편해서 그랩을 불렀다. 혼다 하이브리드 차가 왔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음악도 좋은 거 틀어줘서 퇴근 시간이랑 겹쳐 1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편안히 갔다(324฿).

카오산 로드

  • 배낭여행의 성지라는 카오산 로드를 드디어 가봤다. 오래 전 고 이규형감독 책을 통해 알게 된 곳으로 배낭 여행을 안 해본 나에게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거리 양쪽에는 술집과 상점, 거리 위에는 옷을 파는 노점이 많았다.
  • 시간이 충분히 남아 카오산로드보다 한 블록 위에 있는 골목인 람부뜨리 로드도 구경했다. 소문대로 카오산로드보다는 조용한 골목이지만 여전히 화려한 편.
  • 목적지인 애드히어블루스바까지 걸었지만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한참 남아있어서 갈만한 곳을 찾으며 우왕좌왕 걸었다. 계획 없는 자의 힘겨움.

애프론 바 Apron Bar

  •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술집으로 방콕에서 보지 못한 크래프트 맥주를 파는 곳이라서 골랐다. 크래프트 탭들이 있고 각자 알아서 따라 마시는 스타일로 카운터에 가니 주인이 친절하게 사용방법을 알려준다. 1000바트가 충전된 카드를 받아 맥주를 따를 때 사용하면 나중에 나갈 때 실제 사용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
  • 방콕에서 싱하나 창 같이 싼 맥주만 마시다가 좀 비싼 크래프트 맥주를, 그것도 따르는 만큼 돈이 올라가는, 게다가 바트에 대한 감각이 없어 얼마나 올라가는지도 잘 모르겠는 걸 마시려니 많이 따르지 못 하겠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래봤자 한국에서 마시는 거랑 비슷할텐데 뭘 그리 쫄았는지.
  • 내가 마신 맥주는 총 석 잔으로, 각 잔을 200cc 정도씩 마신 듯. 총 310바트
    • 태국 Mardi Craft 양조장의 Vibes (뉴잉IPA, 4.9%, IBU 30, 600฿/리터)
    • 벨기에 Lindemans 양조장의 Apple (람빅, 3.5%, IBU12, 700฿/리터)
    • 벨기에 Molen 양조장의 Vurr & Vlam (아메리칸IPA, 6.2%, 63, 550฿ / 리터)
  • 원래 목적지인 블루스 바 공연 시간까지 책을 보면서 천천히 마셨다. 마지막 아메리칸 IPA는 너무 썼고 앞의 두개가 맛있었음. 특히 달달한 람빅이 좋았다. 비싼 걸 알아보는 내 혀.

애드히어 블루스 바 Adhere The 13th Blues Bar

  • 매우 작은, 한칸짜리 가게. 그러므로 공연자와 관객사이의 거리도 무척 가깝다.
  • 8시 반에 라이브 시작이라 8시 쯤 가서 롱아일랜드아이스티(220฿) 한 잔을 주문해놓고 공연 보기 최적의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미리 와서 앉아 있는 손님들이 왜 다 한국 사람임??? 한국 사람들만 성격 급해서 연주 시작 전에 오는 건가???? 내 뒤에도 한국 손님들 좀 더 들어옴. 여기 네이버 맛집 같은건가…
  • 공연은 기타 한 대 들고온 가수가 했는데 영 별로였는데, 가수 본인도 손님이 많아서 좀 당황한 듯? 기대했던 블루스 곡도 별로 없고 노래도 엉망. Fly me to the moon을 이상하게 부를 때는 옆 테이블의 한국 분들이 실소를… 공연이 너무 개판이라 미리 와서 기다리던 한국 사람들이 공연 시작 30분도 안 돼서 다 떠났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상황을 썼더니 어느 분이 “지금 색소폰펍 가시면 스윙재즈킹 보컬 스파이 (spy pasakorn) 오빠 보실 수도”란 글이 달렸다. 아니, 내 마음을 읽으셨나? 나도 그럴려고 했고, 그러기 위해 가게를 나섰다. 공연을 보려고 몇 시간을 기다린 건데 30분도 안 본 것.

3일 연속 색소폰펍

  • 귀를 씻기 위해 음악 퀄리티가 보장된 색소폰펍으로 GRAB을 타고 이동했다(116฿). 2부 공연이 진행 중인 10시쯤 펍에 도착. 이 날도 입장할 때 무대 가까운 자리를 요청했지만 적당한 자리가 없이 2층으로 안내되던 중, 20시간 전(즉, 전날 밤)에 봤던 서버가 나를 인터셉터했다. 전날 내가 둠칫둠칫 몸을 흔들며 공연 촬영하다가 벽에 걸린 그림을 쳐서 떨어뜨릴 뻔 했을 때 그림을 잡아주셨던 바로 그 언니. 이 분이 나를 1층 밴드 바로 옆 구석진 자리로 안내했는데 어제 앉았던 바로 그 자리. 쌩큐!
  • 공연 중에 옆에 앉은 분들(다 한국분들으로 추정)이 떠나면서 나는 점점 무대 중앙 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무대 뒤에 앉아 있다가 내가 앉았던 자리로 옮긴 북유럽(추정?)인은 “우리 자리가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있다”며 나에게 말했다 ㅋㅋ.
  • 이 날의 2부 공연은 The Swing Kings. 빅밴드, 혹은 마칭밴드 스타일의 밴드로, 이 펍의 가장 인기있는 밴드 중 하나로 보였다. 특히 리더 싱어인 Spy Pasakorn이 쇼맨쉽이 좋고 잘 논다. 노래도 여기서 봤던 보컬들 중 가장 나은 편. 가끔 김범수의 보고싶다도 불러준다고 한다. 이 밴드가 노래할 때도 도네가 막 터짐. 확실히 한국 라이브클럽과는 분위기가 다르다.Spy아저씨는 1,000바트 지폐를 가슴에 꽂고 노래함. 아, 이 밴드의 색소폰과 건반을 같이 연주하시는 분은 유희관 선수 닮아서 시강 ㅎㅎ.
  • 3부는 전날 밤에도 봤던 The Bangkok Connection의 공연으로 셋 리스트는 달랐고 이 날이 더 재미있었다. 이들의 연주 하나는 너무 마음에 들어 혼자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도. 조영남 닮은 밴드 리더가 본인의 아들이라는 퍼커션 연주자에게 ‘son of bitch’라고 부른 개그가 웃겼음.
  • 왼쪽에 앉은 태국 청년은 언뜻 봤을 때 한국인으로 예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태국어(추정)로 대화하는 걸 보고 아닌 걸 알았다. 뒤늦게 이 분과 인사를 나눴는데 서강대에서 1년동안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한국 거주 경험이 있으셔서 한국 스타일이셨는 듯. 한국어로 짧게 대화를 나눴다. 김구 선생님, 방콕 재즈클럽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걸 예상하신 적 있나요? 오른쪽 프랑스 아저씨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건배! 건배! 소주! 소맥!”이라면서 술잔을 들었고, 나는 프랑스 출장 갔을 때 배운 “상떼”를 외치며 건배.
  • 새벽 1시를 넘어 밴드가 “nothing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부르니 다들 따라 부른다. 글로벌 히트곡의 힘이란. 다 같이 합창하며 왼쪽의 태국 아저씨와 오른쪽의 프랑스 아저씨랑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 이날은 맥주를 700바트 어치(봉사료 포함 770바트) 마셨다. 공연을 4시간 가까이 보고 맥주를 이 정도 마셨는데 한국돈 4만원이 안 나온 것.
  • 공연이 끝난 새벽 2시에 펍을 나서니 미친듯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비 좀 맞고 가지’라고 생각한 난 방알못. 집중호우에 배수가 안 돼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침수됐다. (다음날 신문에 뉴스가 실릴 정도였음) 큰길은 물론이고 골목길은 물이 정강이까지 차는 바람에 신발이 다 젖어버렸다. 저녁에 갔던 까오산로드에 슬리퍼를 많이 팔던 이유가 있었던 것임. 숙소에 들어와서 에어컨 세게 틀어놓고 신발 끈을 풀고 건조를 시도했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 마르지 않았다 ㅠㅠ
The Swing Kings가 연주하는 Caravan
The Swing Kings의 Can’t take my eyes off you
The Bangkok Connection의 연주곡 (제목 아시는 분?)
The Bangkok Connection의 September
밤에 온 비로 도로가 침수됐다는 다음날 아침 방콕포스트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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