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때우던 우체국 건물을 나와 뱀부바가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까지 걸었다. 아, 우체국 화장실에서 코끼리 바지를 멀쩡한 면바지로 미리 갈아 입고 갔다.
뱀부바 The Bamboo Bar
- 네이버 블로거들이 색소폰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뱀부바, 그리고 스쿰빗 쉐라톤그랜드의 리빙룸을 방콕 3대 재즈바라고 하더라. 내가 봤을 땐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붙인 명칭 같다. 이 세 곳 모두 방문 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색소폰바는 충실한 공연 스케쥴이, 뱀부바는 러프한 스케쥴이 나와있고, 리빙룸은 스케쥴이 아예 없더라. 이 것만 봐도 이 세 곳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 수준인지 모르겠고, 실제로 내가 현장에서 느낀 점도 동일하다.
- 호텔 로비의 콘시어지에게 뱀부바의 위치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나를 직접 데려다 주셨다. 사실 공연이 시작하는 8시까지 호텔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안내해준 직원이 열어주는 뱀부바 문을 무시할 수 없어서 7시 갓 넘어 막바로 입장했다. 한적했다.
- 밤부바는 1953년에 생긴 방콕의 첫 재즈바라고 한다. 바의 이름에 맞춰 인테리어는 대나무를 많이 썼고 라탄 의자로 결을 맞췄다.
- 홈페이지의 Live뮤직 스케쥴을 보면 요일마다 공연 팀이 다른데 하필이면 내가 간 화요일엔 보컬 공연만 있다 (난 보컬이 없는 재즈를 좋아함). 요리교실을 화요일에 예약한 게 실수지. 하지만 난 계획이 없는 걸… 다른 요일에는 재즈 듀오, 트리오, 쿼텟이 공연하기도 한단다. 다른 분들은 본인 취향 맞춰 가시길.
- 호텔바에 왔으니 시그니쳐 칵테일은 하나 시켜줘야지. 밤부 다이키리 The Bamboo Daiquiquiri 를 한 잔 시켰다 (610฿. 여기에 추가료 봉사료 10%와 부가세 7%가 붙는다). 메뉴의 설명을 보니 4년 숙성, 7년 숙성, 12년 숙성, 23년 숙성 럼을 다른 쥬스들과 섞는 듯. 웰컴 드링크 망고 쥬스와 기본 안주를 함께 준다. 이후에는 저렴한(?) 로컬 병맥주(290฿++)를 마셨다.
- 주문을 하며 공연 시간을 묻자 8시부터 피아노 솔로, 9시부터 11시 45분까지 3타임에 걸쳐 보컬 공연을 한다고 했다. 8시부터 시작한 Egor이란 연주자의 피아노 솔로는 내가 원래 피아노 솔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지루한 편. 이 바에서 틀어주는 음반을 듣는 것보다 나은 게 뭔지 생각했다.
- 9시부터 시작하는 공연의 보컬은 바 홈페이지에서 본 Alana Bridgewater이란 가수. 캐나다 출신이라고. 거대한 체구의 소리통 좋을 것 같은 가수이다. 홈페이지에는 We will rock you의 유명한 역을 맡았다고 돼 있길래 나도 본 적이 있는 동명의 뮤지컬 영화에 출연했나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뮤지컬의 캐나다 프로덕션에 출연한 경력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이렇게 내세울 정도의 경력인가 싶다? 첫 세트의 Summer time, Fly me to the moon 같이 널리 알려진 넘버들은 꽤 즐기며 들었다. My favorite things와 What a wonderful world 같이 긍정의 힘을 노래하는 곡을 부를 때는 웬지 모르게 울컥했다. 45분 공연 후 15분 쉬고 10시부터 시작한 두번째 세트는 내가 모르는 곡들이 많았다. Route 66, Moon River 등을 불렀고 사실 점점 지루해졌다. 두번째 세트 끝나고 맥주로 찬 방광을 비우러 화장실에 가다가 Alana와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만약 가능하다면 Detour Ahead를 요청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건 어려울 듯’이라고 했음. 11시부터 시작한 3세트를 듣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어 지하철 끊기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확인했고 11시 15분쯤 일어섰다. 무려 4시간이나 바에 있었네. 설마 나 나온 다음에 Detour Ahead를 부르진 않았겠지?
- BTS 막차 타려고 급히 호텔을 나섰지만 걷다 보니 이미 BTS를 타고 숙소까지 가기엔 늦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랩을 타기로 결정했고, 그랩을 탄 김에 색소폰바로 향하기로 결정. 밤은 기니까.
이틀 연속 방문한 색소폰펍 The Saxophone Pub
- 만다린 오리엔탈 근처에서 색소폰바까지 그랩으로 15분 (151바트) 소요. 늦은 시간이라 차가 막히진 않지만 탑승까지 차를 꽤 오래 기다렸다. 기사가 고속도로를 탈지 물어봤는데 안 탄다고 했다.
- 색소폰바에는 자정 가까이에 도착. 자정부터 공연을 시작하는 곳이 있다니 정말 방콕 만세, 색소폰펍 만세다. 이날 자정에 공연하는 팀은 The Bangkok Connection이란 팀이고 Jazz, Funk를 연주한다고 돼 있네. 딱 내 취향이잖아? 리더인 Hank는 가수 조영남 씨 느낌이었고, 키보드 치는 Aun은 일본 배우 코이나타 후미요 씨 느낌의 외모였다. 색소펀펍 사이트에서 가져온 밴드 멤버:
- Osoth Prayoonvej (Hank) (Vocal, guitar, band leader)
- Lek (Vocal, rhythmic guitar)
- Aun (Keyboard)
- Kay (Bass)
- Neung (Drums)
- Geng (Saxophone)
- Not (Percussions)
- Ple (Vocal)
- 펍 입구에서 종업원에게 무조건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를 원한다고 하니 U자 형태의 무대를 감싼 테이블 중 가장 말석을 찾아줬다. 정면을 보고 연주하는 밴드 멤버들의 뒷모습이 주로 보이는 자리지만 키보드 주자 건반 연주는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위치.
- 차분하기만 해서 지루했던 뱀부바보다 훨씬 재미있고 신나는 솔로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난 Funk가 좋다. 실시간으로 도네가 터진다. 관객들이 티슈에 신청곡을 적어서 지폐와 함께 전해주는 식.
- 내 건너편, 그러니까 U자 테이블의 반대쪽 꼭지점에 앉은 네 분은 한국인으로 보였는데 어머니와 세남매 그룹으로 보였다. 연주에 맞춰 신나게 노는 모습이 재미있었는데 어머니는 퍼커션 주자의 마크트리를 막 건드리기도 ㅋㅋ. 하긴, 다음 날 어떤 아저씨는 무대 앞에 앉아 드럼 스틱으로 드러머의 드럼을 박자 맞춰 치는 경우도 있었다. 다 같이 흥청망청 오예~!
- 나는 일어서 춤추며 영상 찍다가 벽에 걸린 그림을 쳐서 거의 떨어뜨릴 뻔 하기도. 이날 나는 공연이 끝나는 1시 40분 돼서야 펍을 나섰다. 이날은 400바트 치 맥주를 마셨다. 숙소까지 도보 10분인게 참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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