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아침엔 숙소 1층에 있는 짐의 러닝머신에서 살짝 뛰었다. 이 날은 오후에 태국요리교실을 신청한 날이라 수업이 있는 총논시 역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결정. 방락 지역을 포함해서. 아침은 쪽 프린스에서 죽을 먹고, 낮에는 요리 교실 갔다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방콕 3대 재즈바 중 하나라고 하는 뱀부바도 저녁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아침 10시쯤 숙소를 나서 숙소 근처 BTS 빅토리 모뉴먼트 역까지 걸으면서 느꼈는데 방콕의 오전은 정말 덥다. 오후도 덥지만 오전은 진짜 덥다. 오전엔 되도록 쇼핑센터나 BTS 같은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현명하다.
BTS역에서 래빗카드 충전
- 빅토리 모뉴먼트 역의 창구에서 래빗카드 충전을 했다. 전날에 겨우 반나절 돌아다녔지만 기본 충전돼 있던 100바트를 다 소모하고 마이너스가 찍힌 상태였다. 100바트 단위로 충전이 돼서 200바트를 충전했다.
- 내가 외국인이어서인지 충전에 꽤 시간이 걸렸다. 여권 확인도 하고 이메일도 적어내야 한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참 많아서 좀 미안했다. 되도록 사람 적을 때 충전해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쪽 프린스 Prince Congee
- BTS 싸판탁씬 역에서 내려 5분 쯤 걸으면 나오는 작은 죽집으로 허름한 가게이다. 홍콩 여행 때 먹었던 아침 죽이 좋아서 찾았다. 입구의 설명문에는 60년 이상, 3대째 영업 중이라고. 2019년 미슐랭 빕그루망 식당이라고 한다. 여기도 평소엔 웨이팅이 있다는데 나는 오전 11시 쯤 가서 막바로 앉을 수 있었다. 계획 없이 아무 때나 다녀서 그런지 줄 서는 일이 없네. 혼자 다녀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 메뉴의 7번 Pork congee, nutririous organs and a soft boiled egg를 선택 했다. 반숙 달걀과 돼지 부속물이 들어간 죽이고 작은 그릇이 60฿이다.
- 아침에 식당을 정할 때 미처 생각치 못한 점은 태국은 더운 나라이고, 죽은 뜨거운 음식이란 점. 그래서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작은 식당에서 뜨거운 죽을 먹는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맛있었다. 특이하게도 죽에서 불맛이 느껴졌고, 특히 돼지고기 완자는 식감이 좋고 맛도 좋았다.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인지 생강채, 쪽파가 얹어져 있었지만 느끼함이 없었다. 큰 거 시켜 먹을 걸.
- 숙소에서 가까웠다면 매일 아침 가볍게 먹었을 것 같다.
로빈슨 Robinson 백화점
- 요리교실이 시작하는 2시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아서 죽집에 가는 길에 봤던 로빈슨 백화점 방락 지점에 갔다. 이날은 밤에 뱀부바에 가려고 긴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더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 백화점 지하의 TOPS슈퍼마켓에서 코끼리 바지를 팔길래 하나 구입하여 입었다(159฿). 유튜브에서 짝퉁(?) 코끼리 바지를 구분하는 법을 본적이 있는데 이 바지의 코끼리는 모두 바로 서 있는 걸 보니 진짜 태국에서 만든 제품인 것 같다. 레이블에 면 100%, 태국산이라고 돼 있긴 했음. 바지를 갈아입기 위해 백화점 화장실에 갔다가 가방을 쏟는 바람에 가방속 에어팟들이 각각 옆 칸과 옆옆칸에 굴러들어가서 줍느라 힘들었다. 코끼리 바지로 갈아입으니 살 것 같았다.
- 이 블로그에 22년 전의 신혼여행기를 읽으니 그 당시에 이 백화점의 맥도널드에 갔었다. 지금도 맥도널드는 있지만 들어가지는 않았음.
- 남은 시간동안 로빈슨 백화점 1층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때울까 하다가 요리 교실 근처에 가서 시간을 때우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요리교실 옆에 괜찮은 카페가 있다는 정보도 이미 입수한 상태. 그런데 이 더운 날 걸어서 BTS역까지 간 후, BTS에서 내려서 다시 요리 교실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그랩을 불러봤다. 어느 곳에서 내가 차를 타는지 감이 안 잡혀 좀 헤맸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그랩 탑승에 성공! 10분 이동에 88바트. 더위에 걸었을 거 생각하면 굳!
모노크롬 Monochrome 카페
- 실롬 타이 쿠킹 스쿨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카페. 시그니쳐 음료 중 하나인 “모노크롬 카스카라”를 주문했다. 아이스인 걸 두번 확인. 라떼에 카스카라 시럽이 추가된 거라고. 카스카라는 커피체리의 껍질과 과육이라는 듯? 그래서인지 음료에 체리 껍질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맛은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120฿. 거의 한국 수준의 가격
- 거의 2시간 동안 ‘메타 페이스북’이란 책을 읽었다. 원제인 “Facebook: The Inside Story”가 훨씬 와 닿는 제목이다. 저자는 스티븐 레비. 페이스북도 우리 회사만큼 고생 많이 했구만. (더 했겠지) 지금 생각해보니 음료 한 잔으로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네…
실롬 타이 쿠킹 스쿨 Silom Thai Cooking School
- 낮 2시부터 시작한 요리 클래스. 2시간 반 정도 진행했다. 오전반은 시장에 가서 장도 같이 보는데 오후반은 시장 방문 없이 막바로 요리로 들어간다. 그래서 오전반이 인기가 더 많고 예약이 좀 더 힘든편. 나는 하루 전에 klook에서 오후반을 예약했다. 43,200원
- 오후반에도 사람이 꽤 많았는데 분반하여 수업한다. 나는 한국 사람, 중국사람, 필리핀 사람이 있는 반으로 편성. 반당 대략 10명 정도.
- 태국요리교실은 음식수업이라기보다는 음식을 소재로 한 몰입형 라이브 코미디 같은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개그감이 쩐다. 내가 수업 시작 전에 선생님께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이거 다 인스타에 올리려고 하는 거니 사진 마음껏 찍으라고 함. 요리는 안 하고 사진만 찍어도 된다고 ㅋㅋ. 인스타에 올리고, 틱톡에도 올리고, 틴더에도 올리라고. 틴더에는 왜 올리냐고 하니까 요섹남인 척 할 수 있으니까 ㅋㅋ. 한국 사람들한테는 ‘잘한다 잘한다’를 외쳐주시고, 가끔은 ‘이건 헬스키친!!’이라고 하기도. 데코레이션을 강조하며 200바트는 더 받을 수 있다고한다 ㅋㅋ. 같이 수업 받는 젊은이들 (나 빼고 2~30대)도 다들 재미있어했다. 쏨탐을 만들기 위해 절구를 계속 찧어야 하는데, 인싸 필리핀 청년은 절구 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도 ㅋㅋ. 요리 만드는 과정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문제가 있는데 선생님은 ‘끝나면 레시피 북 줄꺼니까 괜찮아’라는 식. 나중에 레시피 책 봐도 기억은 하나도 안 나는게 문제…
- 예약할 땐 한가지 요리를 배우는 줄 알았는데 코스를 만든다. 이날은 똠양꿍, 팟타이, 쏨탐, 그린커리, 망고밥 Sticky Mango Rice을 만들었다. 자기가 만든 건 본인이 먹는 거라서 꽤 많은 양을 먹게 된다. 인터넷에서 밥 많이 먹고 가지 말란 말을 본게 다행이었다. (아점으로 죽만 먹은 이유).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을 다 먹었는데, 양이 많았지만 맛이 괜찮았다. 팟타이가 오버쿡돼서 국수가 좀 질었지만 “내가 만든건데 누구를 탓하겠어요”라고 말하며 먹었음.
- 요리 전에는 각종 태국 요리 재료들을 소개하며 맛과 향을 느끼는 시간도 있다. 재료를 이해해야지 요리를 할 수 있겠구나란 걸 느끼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다 까먹었다. 다양한 향을 내는 태국 풀(허브)들이 있다는 건 기억 난다.
- 불 앞에서 요리를 해야해서 상당히 덥다. 코끼리 바지를 입은건 신의 한 수. 매운 음식의 경우 매운향이 계속 올라와서 계속 콜록 거리며 요리를 하기도.
- 짧은 방콕 여행 중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 중 하나!
걷기, 그리고 카페 아마존 Cafe Amazon
- 요리 교실 끝나니 오후 4시 반인데 그 다음 과업인 더 뱀부바가 라이브를 시작하는 8시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
- 근처에서 마사지를 받으려고 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누가 누르면 터질 것 같아 포기하고 배도 꺼뜨릴 겸 뱀부바 쪽으로 걸었다. 걷기 시작할 때는 비가 왔으나 걷는 도중 비는 멈췄다. 그리고 더웠다.
- 30분쯤 걸은 후 눈에 보이는 카페 아마존에 들어갔다. 방콕 곳곳에서 보이던 프렌차이즈 카페여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아이스 레몬티(50฿)를 한 잔 마시며 에어컨 바람을 쐤다.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조용히 책 읽을 분위기는 아니여서 좀 읽다가 말았다. 이 카페가 있는 건물 이름이 Gem Tower였는데 진짜로 보석상들로 가득하더라. 보석 가게로 가득 찬 던전 느낌.
태국 창의디자인 센터 Creative & Design Center (옛 중앙우체국 The Grand Postal Building)
- 카페를 나와 시간을 죽이기 위해 걷는 도중 본 어마어마한 매스의 건물. 1940년에 지어진 아르데코와 국제양식이 섞인 옛날 중앙우체국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태국 창의 디자인센터(TCDC)로 활용된다고 한다. 들어가볼 생각이 없었다가 어차피 목적지도 없는 신세니 들어가 보기로 했다.
- 창의디자인센터는 회원이 아닌 사람은 할만한 게 별로 없다. 입장료를 내면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굳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 4층의 테라스(루프탑가든)는 갈 수 있는데 주변 전경을 볼 수 있는 정도. 태국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건물 상단에 위치한 분홍색 가루다 조각상의 신비한 힘 덕분에 태평양 전쟁 기간 이 건물이 폭격을 피했다는 썰이 있다는데, 이 화환을 목에 건 가루다 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 그런데 1층에는 거대한 로비가 있고 한 켠에서는 지금도 우체국 업무를 보고 있더라. 손님은 거의 없어서 우체국 직원들은 업무시간에 폰으로 막 릴스 보고 있음. 땡보직이네. 우체국 카운터 앞 공간에는 꽤 편한 소파가 여러 개 배치돼 있다. 그래서 난 이 시원한 공간의 소파에 앉아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문을 닫는 7시까지 있다가 나왔다. 화장실도 깔끔한 편. 시간 때우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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