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방콕 혼여 (2) – 1일차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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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도착 첫 날, 체크인 한 후 오후 늦게 점심을 먹고 술집 찾아다닌 이야기.

티츄카 루프탑 바 Tichuca Rooftop Bar

  • 시암파라곤에서 빙수를 먹으며 밤에 뭘 할지 고민하다가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에 있는 루프탑바 티츄카를 가보기로 했다. BTS 통로역에서 내려서 10분 가까이 걸으면 나오는 T-ONE 빌딩 꼭대기에 있다.
  • T-ONE 빌딩 1층에 들어가면 티츄카 입장을 위한 줄이 따로 있는데 거기서 여권 검사와 가방검사를 간단히 하고 주문 및 결제를 먼저 한다. 루프탑에 올라가서 돈 안 쓰고 구경만 하고 내려오려는 사람을 막는 조치겠지. 테이블을 잡을 건지 안 잡을 건지도 물어본다. 테이블 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테이블을 잡는 경우 대기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혼자 간 나는 당연히 테이블은 안 잡았다.
  • 받은 메뉴판을 대충 훑어보며 유주 콜라다 Yuzu Colada를 주문했다. 파인애플대신 유자가 들어간 피나콜라다 비슷한 칵테일로 상상했는데 대충 맞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파인애플 쥬스(코디얼), 유자 쥬스, 그리고 소금으로 만든  진 베이스의 칵테일이다. 내 예상이 달랐던 건 일반적인 칵테일 잔에 주는 게 아니라 통 파인애플에 넣어준다는 것이다. 테이블을 안 잡고 돌아다녀야 했는데 이 큰 파인애플을 들고 다니는 건 고역이었다. 맛은 그다지 없다. 가격은 480바트에 서비스차지(10%)+부가세(7%)가 붙어 총 565바트. 
  • 엘리베이터를 타고 46층에 위차한 루프탑에 올라가면 사진으로 많이 본 나무 같기도, 해파리 같기도 한 붉은 장식물이 보인다. 바람이 불면 광섬유 같은 것들이 흔들려 더 아름답다. 영화 아바타의 나무가 떠오른다. 실제보다 사진이 더 잘 나오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 1층에서 계산하고 받은 주문서를 바에 갖다 주면 음료를 내 준다. 
  • 계단을 올라가면 조금 더 높은 전망대 같은 곳 에서 도심의 야경을 볼 수 있다.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스톨들도 있어 무거운 파인애플을 내려놓고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DJ가 켜놓은 비트 있는 음악은 흘러나오지만 재미가 별로 없었다. 난 져녁 7시쯤 갔다가 30분 만에 내려왔다. 사진은 훌륭하게 나오고, 야경은 그럭 저럭 괜찮고, 재미와 칵테일 맛은 없는 그런 곳. 밤이 깊으면 좀 더 재미있을지도?

더 색소폰 펍 The Saxophone Pub

  • 티츄카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가 이대로 첫날 밤을 보내기 싫어 찾아간 도보 약 10분 거리의 더 색소폰 펍. 이 이후로 난 이 가게를 매일 간다.
  • 재즈 클럽으로 연주스케쥴은 홈페이지 http://www.saxophonepub.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통 하루에 3부 공연을 하는데 시간대는 다음과 같다:
    • 1부: 7:30 ~ 8:30 PM
    • 2부: 9:00 ~ 11:30 PM
    • 3부: 0:00 ~ 1:30AM
  • 하루에 세 팀이 저렇게 길게 공연하는 것도 놀랍고, 밤 12시부터 시작하는 공연이 있다는 것도 놀랍다. 라이브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밤의 재즈 테마파크인셈. 연주 스케쥴에는 밴드명과 함께 음악 스타일도 표시돼 있으니 참고하자.
  • 맥주가 100~200바트 사이 정도. 태국에서 보기 힘든 생맥주도 판다. 창과 칼스버그 생맥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곳의 칵테일은 별로 맛이 없어서 시도를 안 했는데 맥주보다 조금 더 비싼 듯 했고, 메뉴를 보니 소주도 팔더라. 매일 밤 여기선 술만 마셔 음식은 가격도 맛도 모른다. 10% 봉사료가 추가되며, 500바트 이상 쓰면 카드 결제 가능하다. 공연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 밤 10시 반쯤 갔더니 월요일인데도 사람이 꽤 많아서 뒷편 바 자리에 앉았다. 무대에선 Arin Jazz Band가 공연하고 있었다. 연주 스케쥴에 Classic Jazz로 소개돼 있는 밴드이다. 밴드의 연주는 너무 좋았는데 중간에 남자 보컬이 들어오면서 확 깼다. 보컬이 너무 별로였다.
  • Arin Jazz Band 공연 후 30분 동안 다음 타임을 위한 세팅 시간이 있었는데 바 옆자리에 앉은 분이 한국분이라서 잠시 얘기를 나눴다. 내일인가 귀국하신다고.
  • 12시부터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션은 Koh Mr. Saxman and Takeshi Band. Mr. Saxman이란 별명을 가진 Koh 씨는 공연하기 전부터 테이블의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진도 같이 찍어준다. 팬 관리, 혹은 성격이 굉장히 프렌들리 한 사람인 듯. 공연 시작시간인 12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팬 관리 하고 계셔서 연주를 기다리던 나는 좀 답답했다. 어쨌든 조금 늦게 공연이 시작됐고 이들이 들려주는 재즈가 스무드 재즈란 걸 알았다. Mr. Saxman이란 별명에 걸맞게 엄청나게 부드러운 색소폰 연주를 들려줬다. 어떤 곡에선 노래도 직접 부른다. (앞 타임의 보컬보다 훨씬 낫다.) 아마도 태국 노래로 들렸다. 손님들은 합창하고 난리났다. 스무드 재즈도, 태국 노래도 내 취향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듣고 일어났다.
  • 길지 않았지만 즐거웠던 시간. 생맥주 한 잔과 하이네켄 두병인가 마시고 495바트인가 나왔다. 음향도 상당히 좋고 술 값은 한국에 비하면 완전 혜자. 음악 취향만 맞는 밴드가 나오면 방콕 최애 가게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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