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Maybe Happy Ending을 대학로에서 본 직후,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진출 소식을 알게 된 후 지구 반대편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한국산 뮤지컬의 소식이 궁금했다. 이를 안다는 듯 유튜브, 인스타그램, 레딧의 알고리즘들은 꾸준히 어쩌면 해피엔딩의 소식을 나에게 전달해주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호평을 받으며 꽤 성공적으로 공연하고 있는 것 같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시놉시스를 훑어보니 예상과 다르게 서울과 제주 같은 한국의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 올리버의 반려 화분도 미국에서 ‘화분’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면 무대 디자인은 상당히 많이 바뀐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앨범이 발매됐다. 따로 앨범을 주문하지 않고도 스트리망 사이트를 통해 막바로 들을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 한국에서는 꽤 오랫동안 공연했지만 완전한 캐스트 음반이 안 나온 반면 미국에서는 공연한지 몇 달 만에 앨범이 나온 셈. 처음부터 끝까지 음반을 들으면 공연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는 다음과 같다.
- Oliver: Darren Criss
- Claire: Helen J. Shen
- Gill Brentley: Dez Duron
- James & Others: Marcus Choi

OBC 음반으로 듣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넘버는 더 좋다. 영어 가사도 좋다. 올리버 역 Darren Criss의 목소리가 꽤 좋다. 이 배우는 내가 한 때 즐겨보던 글리 Glee에서 라이벌 학교의 에이스로 나왔던 배우다. 클레어 역을 맡은 Helen J. Shen의 노래는 가끔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목소리로만 들어도 연기가 좋을 것 같다. 특히 좋은 곡은 ‘The rainy day we met’ (한국 공연 곡명: ‘My Favorite Love Story’)으로, 두명의 로봇이 둘의 관계를 지어내는 곡인데, 실제 썸 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 설렘이 있다. 내가 한국 공연에서 가장 좋아하던 ‘고맙다 올리버’ (미국 공연 곡명: Where you belong)처럼 한국어 가사가 영어 가사보다 곡에 좀 더 어울리는 넘버도 있기도 하다.
Why Love와 Jenny, A sentimental person 같은 재즈 넘버들은 재즈의 본고장에 가서 완벽해졌다. 한국 공연엔 별도로 없던 재즈 싱어 Gill Brentley역을 맡은 Dez Duron은 해리 코닉 주니어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노래한다. 분위기에 맞게 미국 공연에선 오케스트라에 트럼펫도 추가된 걸로 보인다. 재즈에 익숙한 관객이기에 가사와 대사에도 올리버의 취미 생활인 재즈 관련 내용을 보강한 것 같다.
만약 뉴욕을 간다면 보고 싶은 공연 리스트에 이 한국산 공연이 들어갔다. 참 놀라운 일이다.
아래는 몇몇 넘버들의 영상.
- 번역: 메이베해피엔딩은 정말 아름다운 보석 같은 공연입니다. 새로운 뮤지컬에 이렇게 놀라고 감동받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스포일러 없이: 만약 이시구로 가즈오가 <컴퍼니>를 썼다고 상상해보세요. 먼 미래와 최애 재즈 음반을 멋지게 잇는 음악을 만든 Hue Park과 Will Aronson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Michael Arden은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Darren Criss, Helen J. Shen, 제 오랜 친구 Marcus Choi, 그리고 놀라운 팀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새로운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이 벅차 오릅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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