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즐거워했던 2박 3일 부여 가족 여행. 설날 아침 본가에서 제사를 지내고 출발했다. 명절이라 차가 막혀 3시간 넘게 소요됐다. 우리 가족 여행답게 무리하지 않고 적게 움직이며 즐겼다. 무리해 움직일만한 곳도 없었지만. 부여는 생각보다 작았고, 시가 아니라 군이더라. 백제의 수도였던 것에 비해 볼거리가 적다. 오래전에 백제가 망하면서 모두 활활 타버려서 그런 것일까.
숙소
- 롯데리조트 부여: 아주 오래전 한겨레 기사를 보고 가보고 싶었던 곳. 회사 휴양시설 중 하나인데 이번에 당첨되어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이용했다. 45평짜리 스위트룸은 4인 가족이 묵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전자동 변기에 아이들과 아내가 열광했다. 변기에 별명도 붙여줄 정도. 아내는 록시땅 욕실 어매니티를 마음에 들어했다. 화장실 하나에는 욕조가 있었는데, 애들이 욕조 목욕을 좋아한 것도 기뻤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 중 욕조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 나 밖에 없었기 때문. 바로 길 건너에 롯데아울렛이 있어 쇼핑하기에 편하다. 내부 식당들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들이 많아서 한 끼를 제외하고는 차를 타고 나가서 먹었다.
식당
- 장원막국수: 여러 사람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간 곳. 막국수(8,000원)를 야들야들한 편육(20,000원)에 싸 먹었을 때 맛이 특별히 좋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면 줄을 안 선다. 회전은 빠른 편. 가격도 합리적.
- 서동한우: 드라이에이징으로 유명한 한우 구이집. 건조숙성 등심&채끝(150g 39,000원)을 먹었는데 회삿돈으로 비싼 소고기를 종종 먹는 나는 치즈향이 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맛있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소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딸이 맛있다고 할 정도였다.
- 솔내음: 부여는 연잎밥이 유명한 것 같아서 부여를 떠나기 전 찾은 곳. 밥과 반찬의 양이 많아 적게 먹는 사람에겐 안 어울리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음. (백련정식 19,000원)
- 무드빌리지: 한옥 카페. 흑임자 크림라떼 (6,000원)은 맛있었지만 특별한 뭔가는 없었다. 논 가운데 있다.
- 롯데리조트 봉보야쥬 (Bon Voyage): 차 때문에 술은 숙소에서 마셔야 해서 방문한 부여 롯데리조트 지하에 있는 술집. 이 선택한 느타리 강정(21,000원)은 양념치킨 소스를 버무린 버섯튀김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버섯맛 나는 치킨인줄 시켰다고 ㅋ. 전반적으로 음식과 술(하이네켄 생맥 10,000원)의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고 맛은 무난.
관광 등
- 낙화암: 장원막국수 먹다가 근처라서 방문.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고 부소산성을 통해 도보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도보로 갔다. 애들이 별로 걷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낙화암까지는 잘 걸어 다녀왔다.
- 국립부여박물관: 부여박물관의 원탑 스타인 백제금동대향로를 보러 갔다. 금동대향로 하나만 가지고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박물관 전체가 입장료 무료라서 부담없이 금동대향로만 찍먹해서 보고 오기 좋았다.
- 궁남지: 연꽃 만발이 매력이라서 겨울엔 굳이 갈 필요 없다지만 가봤다. 연꽃은 없지만 오리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벼운 산책하기 좋았음.
- 정림사지석탑: 부여의 원탑 유적인 느낌이라 잠깐 들러 기념 촬영. 운동장 같은 정림사 터에 혼자 탑이 서 있다. 옆에 붙어있는 정림사지박물관은 휴무였다.
- 부여 롯데 아울렛: 롯데리조트 바로 길건너에 있었다. 예상 외로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우리 가족의 국내 여행에서 아울렛 방문은 하나의 의식이 됐다.
- (구) 부여박물관: 건축 좋아하는 사람들 중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김수근의 초기작. 왜색 논란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사비도성 가상체험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 (논산) 션샤인스튜디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가보는 것을 추천. 생각보다 좁지만 스튜디오를 구경하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 미스터 션샤인 뿐 아니라 경성크리쳐, 파친코 같은 드라마도 촬영했단다. 극 중 ‘글로리 호텔’이었던 건물의 2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가격은 비싸고 맛은 별로. 부여에서는 차로 약 1시간 소요되어 마지막 날 서울 올라오는 길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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