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오래 전, 후배가 재즈의 성지인 뉴욕 블루노트에서 엽서를 보내준 적이 있다. 그 엽서를 받기 전에도 그랬지만 엽서를 받은 후에 언젠가는 나도 블루노트에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로부터 20년이 넘었지만 뉴욕을 갈 일이 생기진 않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출장 중에 짬을 내어 도쿄의 블루노트에 가기로 했다.
예약은 블루노트 도쿄 공식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내가 시간이 나는 건 단 하루인데 그날의 밤 공연은 매진. 다행히 저녁 공연은 좌석이 남아있어서 예약. 나에게는 단 하루만 시간이 비어 선택권이 없었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홈페이지의 스케쥴을 보고 원하는 뮤지션이 공연하는 날을 고르면 된다. 일본어로 된 사이트이지만 브라우저의 번역기를 이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 예약할 수 있다. 공연비는 그날 공연하는 아티스트에 따라 달라지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6000엔으로 다른 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 외에 무대 근처 좌석을 예약하려면 추가 좌석료를 내야 한다. 내가 예약한 아레나합석석은 1100엔을 추가로 받는다.
내가 방문한 날의 공연 정보이다.
YUSUKE SASE (佐瀬悠輔) “#1”
featuring Kei Koganemaru (小金丸慧), Kota Kaihori (海堀弘太), Kazuki Arai (新井和輝) & Shu Akimoto (秋元修)
Guests:Kei Matsumaru (秋元修), Akiha Nakashima (中島朱葉), MELRAW
방문
청담동 느낌이 나는 아오야마란 지역에 있다. 공연 1시간 전쯤 오픈한다. 미리 와서 식음료를 팔아달라는 얘기겠지.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갔는데 입구 바로 안쪽에 우산 보관대가 있고 지하로 한 층 내려가면 로비가 있는데 코트를 받아준다. 한국의 많은 공연장이 cloak room이 있는데도 코트를 안 맡아 주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최근 국내에서 두 번 거절당했음). 우산과 코트를 맡기고 홀가분한 몸으로 공연장에 입장한다.
인터넷 예약을 하면 이메일로 좌석번호를 미리 보내주기 때문에 막바로 지하 2층의 공연장으로 내려가면 계단 밑에서 대기하던 블루노트 직원이 에스코트 하여 좌석으로 안내해준다. 내 자리인 아레나석의 경우 좁은 4인용 테이블의 좌석 하나를 준다. 같이 앉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이라 혼자서 밥 먹을 때 조금 민망. 예상보다 무대에서 훨씬 가깝다.


식사
메뉴를 훑어보고 음료 먼저 주문하고 식사를 골랐다. 내가 이날 먹은 것은
- BNT 레몬샤워: 1,700엔
- 3코스 식사: 5,800엔
- 화이트와인: JCB카드로 받은 무로 음료.
가격은 봉사료를 제외한 곳이다. 여기는 일본에서는 드물게 봉사료 10%를 추가로 받는다. JCB카드 회원은 음료 한잔 이상을 주문하면 간단한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bluenote.co.jp/jp/jcb/를 참고.
3코스 식사는 아래처럼 나온다. 서빙할 때 설명을 해주는데 일본어라 이해 못했고, 메뉴에 적힌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일본 돼지고기와 닭고기로 만든 테린
- 베이컨으로 싼 로스팅한 아귀와 스튜로 끓인 콩
- 카사타
음식이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술 한두잔과 안주를 시켜 먹고 나처럼 밥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음악
공연은 아쉬웠는데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음악이었기 때문. 말로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코스믹 재즈의 느낌? 헤비메탈과의 협연? 느낌. 퓨전재즈라고 보기에는 좀 과하고.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듯. 인스타에서 찾아보니 “어떤 곡이든 카오스.신곡은 더욱 카오스 ㅋ“, “공연은 내가 상상했던 재즈보다 더 현대적이고 아방가르드했다“는 후기가 있다.
어쨌든 무대 앞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대단했다. 아티스트가 취향에 맞거나 알고 있는 곡을 연주한다면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곳으로 생각된다. 블루노트 사이트에 들어가 오늘 스케쥴을 보니 연주자가 크리스 보티 (Chris Botti)던데 오늘 갔다면 훨씬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 (다만 공연비가 14800엔으로 내가 갔을 때의 두 배 이상이다).
공연 중간중간 이날의 연주자인 유스케 사세 씨가 짧은 멘트를 일본어로 하는데 딴 건 다 못 알아듣고 이것만은 알아들었다. “블루노트는 재즈계의 무도관이다”.
아래는 블루노트 도쿄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예고편.
아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Yusuke Sase의 #1이란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