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틀란타에서 열린 2022년 CIKM 31st ACM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and Knowledge Management에 참관하러 왔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학회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아직 남아서인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학회를 진행했다. 아틀란타란 도시가 매력이 없어서인지, 온라인/오프라인이 동시에 진행되는 학회여서인지, COVID 이후 학회의 경향인진 모르겠지만 학회가 전체적으로 좀 썰렁했다.
현장에서 보니 하이브리드 학회는 엉망이었다. 많은 경우 온라인 발표로 매끄럽게 넘어가지 못했다. 라이브 대신 녹화된 영상을 트는 온라인 발표자들도 꽤 있었는데, 영상의 소리가 제대로 재생되지 않아 발표 시작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잦았다. 현장에서 하는 질문을 원격에 있는 발표자가 잘 못 알아 듣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현장에 앉아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게 편하지 않았다. 발표 차례가 됐지만 발표자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때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마지막 날의 한 세션에서는 발표자가 나타나지 않자 좌장이 본인이 아는 팀의 연구라며 슬라이드를 켜놓고 흐름만 간략히 소개해주는 경우까지 생겼다. 내 느낌이지만 현장에서 대면으로 발표하는 사람들이 좀 더 좋은 발표를 했고, 온라인으로 발표하는 사람들의 발표는 준비가 부족해보였다. 차라리 완전 오프라인으로, 혹은 완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렇게 하이브리드로 가는 게 시대의 흐름일 수도. 요즘 AI학회는 중국인들의 논문 발표가 굉장히 많은데 중국 본토에 있는 사람들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귀국시 격리 같은 걸 해야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많이 참가한 게 아닌가라고 추측해본다.
학회 준비도 아쉬운 게 보였다. 미국에서 하는 학술 컨퍼런스는 처음와 보는데 원래 미국인들은 행사 준비에 섬세함이 부족한가 싶었다. 학회가 열린 아틀란타 웨스틴 피치트리플라자 호텔의 컨퍼런스 룸은 방음이 너무 안 돼 옆 세션의 소리가 많이 넘어왔다. 시끄러워 회의실 문을 닫으면 다시 열릴 정도로 허술. 리셉션에는 주류가 유료로 제공됐다. 유료로 술을 주는 리셉션은 처음 본다. 뱅킷은 별도 장소가 아닌 학회가 열리는 컨퍼런스 홀에서 했는데 원탁에는 테이블보도 깔리지 않았다. 메뉴도 예상보다 훨씬 단촐. 추가 참석자가 있는 경우 90$을 내야했는데, 누가봐도 90$짜리 식사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술을 한 방울도 제공하지 않아 놀랐다. 술이 없는 뱅킷은 처음이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학회에서는 뱅킷과 리셉션은 물론, 점심 식사에도 와인을 제공됐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난다.
프로시딩을 주지 않는 건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지만 프로그램 조차도 종이로 주지 않는 건 놀라웠다. 들어야 하는 세션이나 발표를 정리하는 덴 종이만큼 편한 게 없다. 발표 세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컨퍼런스 플랫폼인 underline.io를 써야했는데 매우 불편했다. 참석비가 저렴한 온라인 참가자가 60%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대응하기에 예산이 부족해서 그럴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돈의 문제인지 정성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엉망이었다.
나는 아틀란타까지 갔지만 일부 세션은 호텔 방에서 온라인으로 들었다. 현장에서 듣는 것보다 소리가 더 잘들리는데다가 세션 사이를 옮겨다니기도 편했다. 회사에서 학회 기간동안 업무 대신 학회만 들을 수 있게 허용한다면 온라인으로 학회를 참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 세션 도중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좌장이 급히 온라인 참석자에게 현장에 화재 대피를 해야하니 나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고 전원 대피했다. 물론 false alarm이었다. 학회장으로 복귀한 이후 발표자가 ‘이래서 false positive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조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