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듣는 팟캐스트 말술남녀 인스타그램에서 글렌고인 위스키 온라인 시음회를 한다는 공지를 보고 신청을 했다. 난 참가하면 거의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이후 기사를 보니 경쟁률이 24:1이었다고!! 참가비로 적십자사에 만원을 기부한 후 시음 키트를 받았다. 시음잔 3개와 시음용 10년, 12년 18년 글렌고인 위스키 세 병, 그리고 견과류와 초콜렛 같은 간단한 안주가 들어있는 큰 박스가 택배로 도착했다. 집에 위스키 전용잔이 없었는데 개이득이다. 미리 마셔보고 싶었지만 온라인 시음회까지 꾹 참고 기다렸다.


말술남녀 온라인 시음회
11월 28일 시음회 당일, 줌으로 접속했다. 글렌고인 시음 키트를 제공한 롯데칠성의 이런저런 홍보를 먼저 들었다. ‘피트에 오염되지 않은 위스키’란 도발적인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보통 다른 양조장은 피트와 석탄을 태워 열로 보리를 건조 한다는데, 글렌고인 양조장은 그냥 햇볕에 말려서 이런 슬로건을 쓴다는 듯. 또 증류를 굉장히 느리게 한단다. 그래서 양조장 마크 아래 “Unhurried since 1833″이라고 써 있다. 스코틀랜드의 느린마을인 셈? ㅎㅎ. 양조장이 하이랜드와 로우랜드의 경계에 있어 증류는 하이랜드, 숙성은 로우랜드에서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글렌고인 Glengoyne 은 게일어로 기러기 골짜기란 뜻이란다. 그래서 병이나 잔에 기러기 그림이 들어가있다.
시음회는 12년부터 10년, 18년 순서로 진행됐다. 위스키를 많이 마시지 않고 맛을 잘 구분하지 못 해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평은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ㅋ. 다만 절대 평가가 아니라 세 잔을 같이 놓고 마시는 비교 평가라 내 나름대로의 차이는 느낄 수 있었다.
- 글렌고인 12년: 첫 잔이라서 그런 걸까? 20분 정도 마개를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알콜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견과류 향이 살짝 났고, 도수가 높아서 목넘김에 임팩트가 있었다. 그냥 위스키네.
- 글렌고인 10년: 앞서 마신 12년과는 달리 새콤한 향이 났고 목넘김도 부드럽다. 끝맛이 썼는데 이건 내 문제일 수도. 요즘 술에서 거의 항상 쓴맛을 느낀다. 이것 역시 그냥 위스키네.
- 글렌고인 18년: 이제야 좀 괜찮은 술인 느낌. 피트향이 났기 때문 시음회에서 논란이 됐다. 몇몇 사람들이 피트향이 아니라 스모크향이라는데 피트를 태우면 스모크향이 되는 게 아닌가? 혹은 태운 배럴에서 나는 향이 스모크향인가? 민트향과 배향도 있다.
이후 패널들은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랑도 비교 시음을 했는데 스카치블루에 혹평이 많아 앞에 앉은 롯데칠성 담당자는 당황했을 듯. 그리고 말술남녀 답게 이것 저것 섞어 마시는 폭탄주와 하이볼도 만들어 드심. 이 방송에서 달교수님께 배운 하이볼 만드는 팁이 유용할 것 같다. 가향 탄산수를 조금 마신 후, 거기에 위스키를 부어 뒤집어 놓으면 들고 마시기 쉬운(?) 하이볼이 된다고. 써 먹어봐야겠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별 걸 다 해본다. 말술남녀, 롯데칠성 감사합니다. 이날 시음회 내용은 편집되어 말술남녀에 올라올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