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고등학생 때는 ‘시내’의 개봉관이 충무로와 종로3가 쪽에 많았는데, 왜인지 나는 항상 종로3가로 영화를 보러 갔었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개봉관을 간 게 종로3가의 피카디리여서 그랬던 것일까? 중3 때 심종찬이란 친구와 탑건을 보러 갔을 때였다. 이 당시는 선착순 입장객 n명에겐 선물도 주고 그랬는데, 친구와 새벽 같이 가서 줄을 서서 탑건 로고가 박힌 마이크로 세라믹펜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종로3가의 터줏대감은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이었다. 서울극장은 다른 극장들과 달리 멀티플렉스란 특징이 있었다. 아마 3개관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서울극장에서 봤던 걸로 기억나는 영화는 꼭지딴과 패밀리 비즈니스. 아마 더 있을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서울극장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서울극장 폐관 뉴스를 보고 떠오른 일. 고 최진실 씨의 팬이었던 나는 1990년에 최진실 주연의 꼭지딴을 보러 서울극장에 갔다. 상영 후 최진실 씨가 팬싸인회를 한다고 해서 팬싸인회 날짜에 맞춰 갔던 것. 영화 보고 나와서 극장 앞에서 한참 기다렸는데 최진실 배우가 나타나지 않았던 게 기억난다. 아마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싸인회가 취소되거나 그랬을 것이다.
옛 추억이 있는 극장들이 계속 없어져서 아쉽다. 종로3가의 다른 터줏대감들은 이미 옛 모습이 없어졌다.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진 모르겟지만 모습이 완전히 변했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Curran Theater는 1922년에, 멜번에서 갔었던 Her Majesty’s Theatre는 무려 1886년에 지어졌지만 극장으로 사용 중이다. 문화재로 지정될 스카라극장을 급히 철거하는 거 보면 땅 좁은 우리나라에선 랜드마크 급 건물이라도 오래 살아남기는 힘들다.
현재의 서울극장 내가 기억하는 서울극장 (출처: 한국일보)


ps: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추억의 시내 개봉관들에서 뭘 봤는지 일일이 기억은 안 나지만 기억에 남는 거라도 메모해두려고 한다.
- 서울극장: 꼭지딴, 패밀리 비즈니스
- 피카디리: 탑건
- 단성사: 어른들은 몰라요
- 아세아극장: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대한극장: 남부군
- 할리우드극장: 공작왕
내 기억 속의 단성사 내 기억 속의 피카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