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 근무환경에 대한 이런저런 뉴스가 많다.
네이버는 사내 조직 간 문화가 너무나 달라서 다른 조직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잘 모르겠는데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보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번에 맵스의 돌아가신 분 케이스를 봐도 그렇고.
그런데 수당 체불에 대한 부분은 좀 이해가 안간다. 추가 수당 신청해서 거부된 적이 없기 때문. 이 것도 조직마다 다른 걸까? 아니면 기사에서 추정한 체불이 네이버의 근무제도가 고려가 안 된 추측일까?
네이버의 주40시간 근무제
내가 이해하는 네이버의 근무 규칙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 주 40시간 근무한다.
- 최대 주 5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 주 40시간 채우면 더 이상 근무 안 해도 된다.
- 주 40시간 이하로 근무해도 된다 (월급을 깍지 않는다)
- 주 40시간 이상을 일하면 추가 근무수당이 나온다.
- 휴일 근무나 야간 근무 (아마 06시 이전이나 22시 이후의 근무)를 하면 수당이 나온다.
- 근무하는 시간은 자율이다. 다만 근무시간을 못 채웠는데 하루 종일 근무를 안 하면 안 된다.
- 다만 근무시간 산정은 월 단위로 한다. (즉, 한달의 working day가 25일이면 월 200시간이 기준이 되어 200시간을 채우면 더 이상 일 안해도 됨)
월 단위 시간 정산을 했을 때의 장점은 바쁠 때 시간을 몰아서 쓴 후 몰아서 쉴 수 있다는 것. 이 체계에서는 최근 윤석열 씨가 말한 주120시간 근무도 이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 대략 1.7주를 빡쎄게 일하고, 그 달의 나머지 2.3주 동안 쉬는 식으로.
근무시간 산정: 셀프
근무 원칙은 위와 같고, 실제 근무시간 산정은 아래처럼 한다.
-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직원 자율이다. 직원 본인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시스템에 알아서 입력.
- 근무와 휴식의 기준이 루즈하게 정해져는 있지만 애매한 케이스도 있어서 스스로 판단하여 시스템에 휴게시간을 입력한다.
- 하루에 8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는 반드시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이 입력돼야야 한다.
실제 입력하는 출퇴근 시간과 휴게 시간의 예를 보자.
책임근무제 이전, 네이버의 근무시간이 10 to 7이였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직원들(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은 아래처럼 입력하며 하루에 8시간 씩 근무할 것이다.
- 출근 10:00
- 퇴근 19:00
- 휴게 01:00 (기본 휴게시간 1시간)
10시출근 7시 퇴근을 하더라도 점심시간에 외국어 수업을 들는 사람은 아래처럼 되기도 한다. (근무시간은 7시간 40분. 굳이 매일 8시간을 채울 필요가 없다) 내가 일본어 수업을 듣는 날에 이렇게 입력 했었다 (초기에는 휴게시간으로 2시간을 넣었는데, 나중엔 점심을 짧게 때우면서 1:20 정도로 줄였음)
- 출근 10:00
- 퇴근 19:00
- 휴게 1:20 (외국어 수업 1시간 + 퀵한 점심 20분)
나의 경우, 아침 잠이 많아서 출근 시간이 좀 늦고, 거의 매일 저녁 동료들과 간단히 맥주 한두잔한 다음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하곤 해서 하루 8시간을 근무하더라도 아래처럼 입력하는 경우가 많다.
- 출근 10:30
- 퇴근 22:00
- 휴게 2:30 (기본 휴게시간 1시간 + 치맥 1.5시간)
이런 식으로 근무패턴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 같이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을 하는 경우는 매일 매일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최근 근무일인 7월 30일 기록을 조회해보니 아래처럼 입력해놨다.
- 출근 10:06
- 퇴근 18:18
- 휴게 01:00
이걸로 7월에 주 평균 딱 40시간 채웠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 주 마다 편차는 좀 있지만 – 주 평균 40시간에 맞춰 일하려고 노력한다.
참고로 주 40시간 제도 도입 이전에는 근무시간 상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으니 근무 시간 입력을 하지 않고 마음 대로 일했다. 아마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이렇게 일할 것이다. 다만 네이버는 재택 (Work From Home)은 안 됐었다. 현재는 코로나에 대응하려 원격 근무를 허용하고 있고 근무 시간 입력은 위와 같은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뉴스의 수당 미지급 건은 어떻게 산정했을까?
뉴스만 봐서는 기사의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건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단순히 사무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가지고 계산을 했다면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바로 위의 저녁에 맥주 마시는 경우의 예에서 봤듯이 기록된 출퇴근시간의 차는9시간 30분 (22:00 – 10:30)이지만 실제 근무한 시간은 8시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단순히 기록된 출퇴근시간의 차가 아니라 오피스에 존재했던 시간으로 체크를 하더라도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무실 내에서 어학수업을 듣느라 근무 시간에서 제외된 시간이 제대로 고려가 안 되기 때문이다.
혹은 이런 경우를 일일이 체크했을까?
매일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들(개발자 중에 꽤 있을 듯)은 야간 근무를 올리기 싫어서 근무시간을 shift해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오후 3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총 7시간을 일해서 원칙대로라면 근무시간을 15:00 ~ 23:00으로 입력하고 22시 이후에 일한 1시간은 야근 수당을 추가로 받아야 하지만 오후 느지막히 출근해서 야간 수당을 받는 게 미안해서 아래처럼 근무시간을 -1시간 shift해서 입력하는 식이다.
- 출근 14:00
- 퇴근 22:00
- 휴게 1:00 (기본 휴게시간)
나도 가끔 늦게 출근해서 저녁 시간에는 놀다가 일을 시작해 밤10시 넘어까지 일하면 저런 식으로 입력한 적이 있다. 야간 근무를 올려서 한 번도 reject된 적도 없고 사유가 뭔지 질문 받아본 적도 없지만 말이다. 우리 팀 조직원이 나한테 야간이나 주말 근무를 올릴 때도 reject하거나 사유를 따로 물어본 적이 없다. 이런 숨어있는 야간근무 시간을 찾아내서 미지급 수당을 계산한 걸까? 아니면 실제로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은 근무 시간을 조금 입력하거나 추가 근무 신청하지 말라는 압력이 있었나?
여담으로 이런 근무제의 장점은 반차를 쓸 일이 없다는 것. 다른 회사를 다닐 때는 과음한 다음 날 오전 반차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반차를 낼 필요 없이 (오전에 회의만 없다면) 그냥 근무를 오후부터 시작하면 된다.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주말 여행을 갈 때도 금요일 오후 2시까지 근무하고 떠났다. 오후 반차를 쓸 필요가 없었다. (난 이날 오후 1시에 출근해서 1시간만 근무).
그래서 네이버에 와서는 휴가가 남아 돈다. 참고로 연말까지 쓰지 않은 그 해의 휴가는 돈으로 환급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