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판데믹 때문에 2월말부터 시작된 원격 근무는 연말이 돼도 종료되지 않았고, 더욱 강화된 거리두기로 송년회도 원격으로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법인카드로 결제한 배달의민족 쿠폰을 보내 각자 먹을 걸 준비한 후 모여 먹고 마시는 형식.
꽤 많은 사람이 함께한 랜선 송년회는 살짝 어색함이 감돌았다. 각자 모니터를 향해 건배를 한 후, 돌아가며 올해를 보낸 소회를 간단히 나누고 끝났다. 회식 자리에선 사람이 많으면 삼삼오오 모여 대화 그룹이 형성되는데 원격 회식엔 그게 불가능하니 왁자지껄 떠들기에 부적합하다.
2020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자 우여곡절 많은 한 해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가까운 회사 사람들에게 번개를 쳤다. 어찌어찌하여 세 명이 모였다. 집에 맥주가 없어 위스키를 마시겠다고 했다가 모두 다 같이 위스키로 통일하게 됐다. 참석자가 적으니 화상회의처럼 오디오가 물리지도 않고, 친한 사람들이다 보니 어색하지도 않았다. 3시간 넘게 떠들며 마셨던 것 같다. 이 정도면 할만하다.
보통 자리를 옮길 때 술자리를 끝내느냐 계속하느냐가 결정되는데 랜선 번개에서는 한 자리에서 계속하다 보니술 자리를 끝내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랜선번개의 경험이 괜찮아서 또 다른 지인들과는 랜선 신년회를 하기로 했다. 이 멤버는 5명인데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생전 처음 해보는 게 많았던 한 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