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말술남녀”란 팟캐스트를 정주행 하고있다. 술에 관한 잡담을 하며 시음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팟캐스트인데, 나꼼수 이후로 가장 열심히 듣고 있는 팟캐스트이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 뿐 아니라 다양한 막걸리, 약주, 소주, 와인, 블랜디, 위스키까지 다룬다. 2월부터 들었는데 아직 최신 편까지 따라잡지 못 했을만큼 많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
말술남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alsool/
맥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종인 맥주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최근에 들은 해외 크래프트 맥주 편에서 미국 에일과 영국 에일의 차이점을 들으며 무릎을 쳤다.
미국식 페일에일이라고 하면 … 호피함이 있어요. 페일에일 치고 홉의 성격이 많이 드러나거든요? 그런데 영국식 페일에일은 홉보다는 약간 몰트의 성격이 드러나는, 그러니까 전체적으로는 발란스가 좀 더 맞춰진 …
말술남녀 138 크래프트맥주 (해외) 편 게스트였던 서울신문 맥덕기자
즉,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미국식 페일에일: 홉 강조
- 영국식 페일에일: 홉+몰트의 조화
2017년, 내가 기대에 부풀어 에일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본토 에일을 마신 다음에 엄청나게 실망했다. 영국에서 마신 에일이 마음에 안 든 이유를 곰곰히 생각한 후 어렵게 내렸던 결론인 “내가 좋아하는 건 영국의 에일이 아니라 미국의 크래프트 에일이구나”의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홉향을 좋아한다.
그 당시 내가 쓴 글:
참고로 이 에피소드에서 소개한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 (Sierra Nevada Pale Ale)은 미국에 갈 때마다 슈퍼마켓에 가서 한 팩씩 사 놓고 마시는 내 최애 맥주이자 내가 처음으로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맥주였다. (두번째는 팻타이어일 듯) 야후 다닐 때 미국 출장 가서 알게 된 술로 이 블로그에도 이 맥주에 대한 소감이 여기저기 있다.
- [SV출장#7-5] 출장 가서 마신 미국산/수입 맥주들
- [SV출장#7-3] 야후! 사내 컨퍼런스, 2010년 Tech Pulse
- [SV출장#7-4] 미국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_-;
캘리포니아 맥주인데 양조장 이름에 ‘네바다’가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더니 박모 후배가 ‘시에라 네바다’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산맥이라고 알려준 일도 기억난다.
이 팟캐스트에 따르면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은 미국식 페일에일 (American Pale Ale)의 표준을 만든 술이란다. 이전에는 미국 양조장들이 영국식 페일에일을 흉내내서 만들었는데 이 맥주 이후에 홉향이 쎈 미국식 크래프트 페일에일이 나왔단다.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미국
알코올 함량 5.6%캘리포니아의 캔 그로스먼이 치코에서 처음으로 시트러스 풍미의 페일 에일을 양조했던 1980년만 해도 미국은 맥주 애주가들에게 형편없게 여겨지는 맥주 생산지였다. 이리하여 선구적 정신이 깃든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은 캐스케이드 홉으로 양조되며, 샌프란시스코의 앵커 스팀 (Anchor Steam)과 더불어 캘리포니아에 크래프트 브루잉 혁신의 시동을 걸어 준 맥주로 인정받고 있다.
생각하는 술꾼 (밴 맥판랜드, 톰 샌드햄 지음 | 정미나 옮김)

막걸리
이 팟캐스트를 들으며 가장 관심이 커진 건 막걸리이다. 이태원에서 근무할 때 월향이나 위인전집에서 다양한 막걸리를 마시면서 막걸리에 흥미를 느꼈지만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다. 이번에 팟캐스트를 들으며 많은 막걸리들을 알게 됐고 주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을 사 마시면서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사서 집에서 혼자 비교시음도 한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혼술을 자주하다보니 생기는 일.
얼마 전에는 회사 앞에 있는 막걸리 바에 가서 원산지가 지방이라 평소에는 마시기 힘든 생막걸리들도 잔뜩 마셔보았다. 송명섭 막걸리는 예전에 마셔봤지만 금정산성 막걸리나 복순도가 막걸리는 팟캐스트에서만 들어보고 마셔본 것은 처음이었다. 새콤한 매력이 있는 술들이었다. Y군은 막걸리 많이 마신 후에 올라오는 신물 같은 맛이 난다고 질색을 했지만.

이 글도 백련 생막걸리 Snow를 마시며 쓴다. 생산된지 4일 밖에 안돼서 그런지 프레쉬하고 부드러운 편이며, 느린마을막걸리에서 나는 배향이 살짝 느껴지는 막걸리이다. 연잎이 들어간 게 특징인데 맛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