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 혼자 세운 셀프 목표 중 하나가 수도권에 있는 프로야구장을 다 가보잔 거였다. 수도권에 있는 프로야구단 5개의 홈구장은 4개. 과거에 몇 번 가본 잠실과 고척을 제외하고 수원과 문학을 가보지 못한 곳했는데 몇 달 전에 수원 KT위즈파크는 갔었고 문학야구장만 남았더랬다.
그런 와중에 마침 키움의 인천 원정 경기가 주말(7/14)에 있어 인천으로 향했다. K리그 보러 다닐 때 문학운동장(주경기장)은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야구장은 처음이었다. 문학 구장의 정식 명칭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 참 길다. 지난 번에 갔던 “수원 KT위즈파크”도 그렇고. 비싼 돈 내고 왜 이렇게 이름들을 길게 짓는지 모르겠다. “SK텔레콤 야구장”처럼 짧고 명료하게 지으면 안 되는지. 하긴 지난 창원NC파크 명칭 논란을 보면 저런 길고 복잡한 명칭을 붙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 같긴하다.

워낙 일찍 가서인지 주말인데도 주차 공간이 넉넉한 점, 야구장 밖에서 티켓 구입 후 경사를 오르지 않고 막바로 좌석까지 입장할 수 있는 점, 어마어마한 고화질 대형 전광판이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가 가 본 몇 안 되는 야구장 중 최고이다. 물론 이 문학야구장은 한국에서 “신구장”의 효시격인 구장이니 당연할 수도. 타 구장보다 조금 작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되게 아담한 느낌이 들었다. 매우 큰 전광판 때문에 구장이 상대적으로 실제보다 더 작게 느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가장 짜맀했던 순간은 7회 초 넥센의 공격. 1:1로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고 있었고 2아웃 상황. 연속 두 명의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가서 2사 1,2루 상황. 안타 하나면 연전이 되는 상황인데 한동안 부상으로 빠져있던 박병호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 때 원정 응원석에 울려퍼지는 박병호의 응원가를 듣고 부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삼진 아웃으로 이닝 마무리. ㅠㅠ
경기는 키움의 패배로 끝났지만(키움 3:4 SK) 매우 재미있는 경기였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던 경기였고 7회부터 뒤졌지만 9회 초 키움의 마지막 공격에서 2루타를 펑펑 쳐대며 2점을 추가하여 한 점차로 추격하다가 끝났기 때문이다. 올해 직관 전패이다. 패배의 요정 흑흑. (네이버 스포츠 기록 링크)

이걸로 수도권 KBO리그 1군 야구장은 모두 가봤다. 올해 한정으로 따지면 아직 고척은 못 가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