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는 ‘최초’란 게 몇 개가 있다. 그 중 페피노(Pepino)는 1939년에 세계 최초로 누가바 같은 형태의 막대 아이스크림을 만든 가게란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메뉴판에 그렇게 적혀 있다. 특허도 받았다고 한다. 1884년부터 젤라토를 만들어왔고 몇몇 인터넷 사이트엔 이 집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젤라테리아(아이스크림 집)라는 얘기도 있다. 까리냐노 궁 (Palazzo Carignano) 바로 앞, 혹은 이집트 박물관 뒤의 광장 한 켠에 있다.

페피노는 이탈리아 가족 여행 당시 찾았던 여느 젤라테리아와는 다르게 식사도 가능해서 아이스크림만 먹고 가겠다는 계획을 바꿔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야외에 자리가 있어 광장에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영어로 돼 있어도 제대로 이해가 힘듬), Paccheri with fresh Norwegian salmon, stracciatella and pomegranate (12유로)를 주문했다. 한국말로 옮기면 “노르웨이 연어, 스뜨라치아뗼라, 석류로 만든 파케리”이다. 파케리(Paccheri)가 뭔지 몰랐는데 뒤늦게 음식을 받아보니 파스타의 일종으로 큰 튜브 모양 파스타이다.
음료로는 맥주를 주문했다. 병맥주 밖에 없다고 해서 이탈리아 맥주로 한 병 갖다 달라고 했는데 메나브레아(Menabrea)라는 처음 보는 맥주를 갖다줬다.
야외에서 궁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다니, 운치가 있다. 주변이 박물관들이라 소풍온 듯한 학생들도 많았다. 참고로 이탈리아는 흡연을 상당히 많이 한다. 실내에서는 안 하는 편이지만 이런 야외에서는 옆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으니 유념하길. 담배 연기를 싫어하면 식사가 괴로울 수도 있다.
빵이 먼저 나왔고 좀 시간이 지난 후 나온 메인 요리인 파체리가 나왔다. 치즈 소스의 파체리가 살짝 느끼하면서도 석류의 상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특이한 음식. 막 맛있지는 않았는데, 먹기 싫고 그런 것도 아닌.




후식으로는 당연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뭘 먹을까 하다가, 이 집이 원조라는 막대아이스크림인 “Pinguino”를 먹기로 했다. ‘펭귄’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로, 1939년부터 팔았다고 돼 있다. 생각해보면 막대아이스크림이 펭귄이랑 은근 닮았다. 여러가지 맛이 있는데 나는 바닐라 맛을 주문했다. 3.5유로. 핑귀노는 맛있었다. 하긴, 가격이 5천원 정도인데 맛이 없으면 안되지. 첫 발매 당시 가격이 1리라였는데, 영화 티켓 값과 같았다고 한다.
이 집에 대한 트립어드바이저에서의 평은 갈렸다. 관광객 대상의 비싼 집이라는 평과 맛있다는 평으로.
그런데 130년 이상 영업한 이 집, 주인은 그대로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걸까? 권리금은 얼마였을까? 찾아보니 창업자인 도메니코 페피노가 1916년에 다른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그 이후에는 5대 째 이어 내려오는 듯.

이탈리아답게 비둘기가 많다. 광장에 테이블이 놓여있어 더 그런 것 같다.

(내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 https://blog.naver.com/hoojungchung/221389795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