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이번 추석 연휴의 시작과 끝을 뮤지컬로 했다. 시작은 뮤지컬 ‘벤허‘였고, 끝은 뮤지컬 ‘나폴레옹’이었다. 예상 외로 별 기대가 없었던 벤허가 더 나았고 나폴레옹은 실망.
주인공 마이클리의 노래는 내가 기억하는 그 마이클리의 노래가 아니었다. 이날 특별히 컨디션이 나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노래가 영 시원찮았다. 2막에서는 큰 성량으로 커버를 하려고 했으나 커버가 되지 않았다. 1막에서의 정선아와의 합창은 듣기가 괴로울 정도로 하모니를 찾을 수 없었다.
정치가에게 대중 연설은 힘의 원동력인데, 마이클리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은 이 연설을 우숩게 만들었다. 내가 봤던 마이클리의 다른 배역에서는 발음이 치명적인 단점이 되지 않았지만 카리스마가 넘쳐야 하는 나폴레옹 역에서는 큰 단점이었다. 그나마 날카로운 눈빛과 표정에서는 나폴레옹을 느낄 수 있었다.
내러티브로 극을 이끌어 가는 탈레랑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하이드와 같은 옷차림도 마음에 들지 않고, 코믹 캐릭과 진지 캐릭을 오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중요한 배역이라 더욱 아쉽다.
음악이 묘한데 뭐랄까, 음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진행되는 느낌? 미묘한 변화를 배우들이 제대로 해내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느낌이었음. ‘빅토리’ 정도가 귀에 남는 음악이다.
나폴레옹의 인생을 지루하게 늘여놓은 이야기라 재미있지가 않았다. 부각돼야 할 세력간의 정치적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본 벤허와 비교가 돼서 더 불만족스러웠다. 백형훈 배우 정도가 마음에 들었는데 2막엔 거의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뮤지컬 나폴레옹은 티모시 윌리엄스와 앤드류 새비스톤이 각본, 작곡, 작사를 함께 한 작품으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94년 토론토 초연 이후 2000년 런던에서 6개월 공연됐고, 탈레랑의 내러티브 중심으로 내용을 바꾼 후 2015년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에서 5회 공연했다고 한다. NYMF는 개발 단계에 있는 뮤지컬을 선보이는 행사라고 한다.
2017년 10월 9일 오후 2시 00분
샤롯데씨어터 1층 A구역 11열 7번
R석 추석위크 30% 할인 8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