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저녁에 도착한 첫날을 빼면 실질적으로 둘째날)의 주요 일정은 보르게세 미술관 탐방. 보르게세 미술관은 미리 한국에서 전화로 예약을 해두었다. 예약없이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구글맵을 살펴보니 호텔 근처에서 보르게세 미술관 근처까지 막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 9시쯤 호텔을 나섰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라 버스가 꽉 차있다. 그래도 무사히 탑승. 앉아서는 못 갔지만 한방에 갈 수 있어 좋았다.

11시 관람을 예약해뒀는데 표를 교환하고 나서도 관람 시간까지 1시간 이상 남아 보르게세 공원을 구경했다. 무척 넓은 공원이다. 미술관을 포함한 공원이 원래는 보르게세 추기경의 소유였다고 한다. 종교인이 너무 재산이 많은 것 아니야? 어쨌든 파산을 해서 경매로 이탈리아 정부에게 넘어갔다고.


커피나 한 잔 하려고 카페를 찾아 이정표를 찾다보니 연못 같은 게 나왔다. 연못 가운데 있는 신전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 (Temple of Aesculapius)이라고.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학과 치료의 신이다.


이 호수 한 켠에서 노젓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이게 고생의 시작이었다. 애들은 배를 꼭 타고 싶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도 안 하던 노젓기를 로마에서 하게 됐다. 뙤약볕 아래에서.


호수에는 우리 가족만이 배를 타고 있었다. 하긴 누가 이 더운 날에 아침부터 여기서 노를 저으랴. 애들은 너무너무 좋아했다. 중간엔 애들이 돌아가며, 혹은 애들끼리 노를 저어보기도 했다. 어이없게도 우리 애들이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게 보르게세 공원에서 배를 탄 것이었다고 하니 타길 잘했다.


배를 다 타고 근처에 있는 Casina Del Lago란 찻집에 들어가서 차가운 커피인 카페 샤케라또를 한 잔 사서 마시며 미술관으로 향했다. 카페 샤케라또는 바리스타가 쉐이커로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흔들어 만들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