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사랑하는, 특히 에일(Ale)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국에 왔으면 펍을 돌아다니는 건 당연하다. 하루 종일 학회장에서 공부를 한 후 저녁에 마시는 맥주는 꿀맛일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며 찾은 케임브리지의 펍들을 소개한다.
The Eagle
케임브리지의 다른 모든 곳들도 그렇지만 The Eagle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펍이다. 위키피디아 더이글 페이지까지 있다. 1667년에 처음 오픈(헉!!!!!) 했으며, 1953년에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했다고 처음 발표한 곳으로 유명하단다.




다양한 생맥주들이 있는데, TimberWolf (울프 브루어리)가 오늘의 에일이라고 적혀있어 주문해봤다. 흑맥주인데 좀 별로였음.
며칠 후 재방문해서 BritishBulldog (웨스트햄 브루어리)을 마셨는데, 역시나 밍밍한 에일 맛. 이 곳에서 기네스 생맥주를 마시던 동행인은 절반을 남기기까지. 왜 영국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맛이 없는지 모르겠음.



분위기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캠퍼스 앞에 있던 하이텔베르크 같은 올드한 맥주집과 유사한 면이 있다. 어두침침하고 좁은 ㅎㅎ. 역사적인 장소라니 케임브리지에 와서 펍에 갈 일 있으면 한 번쯤은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음식은 안 먹어봐서 맛이 어떤지 모르겠다. 맥주만 주문해 마셨다.
The Mitre
둘째 날인가? 저녁 식사와 맥주를 마실 곳을 찾으며 걷다가 들어간 The Mitre. 홈페이지에 따르면 1874년부터 있던 펍이라는 듯… 다들 역사가 후덜덜 하다.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란 책에서 저자 조용준은 “영국의 펍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묶인 술집 Tied House’이고, 또 하나가 ‘자유 술집 Free House’이다. 묶인 술집은 특정한 맥주 종류만을 판매하는 펍인데, 대개 큰 맥주 회사가 위탁 경영을 하는 펍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펍 간판에 ‘Tied House’라고 쓰여 있지 않고, 대신 그 맥주회사의 상호가 쓰여 있다. 자유 술집은 당연히 특정 회사에 관계 없이 주인 마음대로 여러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다”라고 했다.
The Mitre는 아마 Tied House인 듯 간판에 Nicholson’s란 맥주 양조장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잔에는 Free House라고 명시돼 있다. 뭐지? -_-


9.5 파운드에 저녁과 맥주를 곁들여주는 세트 메뉴가 있어 주문했다. 주로 햄버거로 이뤄진 선택 메뉴 중에 나는 ‘Hunter’s chicken’이란 걸 주문. 여기 돌아다니면서 깨닫게 된 건데 술집마다 햄버거가 많다. 영국 주식이 햄버거인가?


영국의 정통 에일 스타일로 생각되는 Nicholson’s Pale Ale은 내가 기대했던 에일 맛과 달라 너무 실망했음. 내가 기대했던 에일의 맛은 한국 펍이나 미국 술집에서 맛 봤던 것들인데.
처음엔 이 Nicholson’s 페일 에일이 싸구려 맥주라서 맛이 없는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인터넷에서 찾은 이 글을 보면 영국의 맥주는 1) 대량 생산되는 라거 2) 전통 에일 3) 크래프트 맥주로 나뉘어지는데, 내가 이태원의 펍이나 미국 술집에서 마셨던 건 크래프트 맥주에 해당되는 에일이었고, 영국 펍에서 마신 건 영국의 전통 에일이어서 스타일이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곳의 라거 또한 한국보다 싱거운 이유는 여저히 정확히 찾지 못했다.
One thought on “영국 케임브리지 출장 (5) – 케임브리지의 펍 1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