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할 생각으로 회사에 늦게까지 앉아있다가 후배 송모씨와 눈맞아 맥주 마시러 퇴근. 목적지도 없이 일단 정자역 방향으로 걸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며칠 전에 본 초록색 아이리쉬 펍 간판이 생각나 그 곳에 가기로 했다.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괜찮다. 이태원의 펍 분위기. 외국인과 한국인이 공동 운영하는 술집처럼 보였다.
한 켠에는 외국인들, 다른 편에는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보는 직장인들이 앉아있다. 우리는 가운데 쪽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봤는데, 인디카(Indica)란 드래프트 IPA가 있다. (오!). 가격이 싸진 않지만 이 동네에선 마실 수 없는 맥주가 보여 좋았다.
호기롭게 안주 메뉴판 따위는 없었다. 안주에 대해 묻자 주방장 사정(?) 때문에 되는 건 Wings and Fries밖에 없단다. 그래서 그냥 그거 달라고 했다. 맥주는 송모씨는 기네스 드래픝, 나는 인디카 드래프트
먼저 나온 내 인디카 생맥주. 아름답다!
잔에 쓰여져 있듯이 캘리포니아 맥주이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캘리포니아 북부, 유레카란 도시에 위치한 Lost Coast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이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못 마셔본 캘리포니아 맥주를 정자동에서 마시게 되는구나. 쓴 맛이 내 취향!
주문한 Wings and Fries는 두 개의 다른 안주처럼 나왔다. 15,000원. 안주가 맛있다고 하긴 힘들지만 맥주엔 참 잘 어울렸다.
오래간 만에 해보는 푸쓰볼. (내 블로그에 모자이크란 없음)
가볍게 한 잔 하자고 갔는데, 계속 마시게 됐음. 난 인디카, 카스, 산미구엘 생맥주와 잭다니엘+콜라를 마셨다. 후배는 기네스, 스미스윅, 카스, 산미구엘 생맥주와 맥캘런 샷을 마셨다.
이 집의 단점은 일하는 아가씨가 맥주를 너무 못 따르는 것. 맥주란 원래 거품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따라야 하는데, 잔마다 거품의 양이 다른데다, 거품이 전혀 없게 따라 주기도… (위 사진의 인디카는 잘 따른 예.)
주인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오픈한지 2주 밖에 안 된 이 집을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었다. 지나가다 간판 보고 들어왔다고 대답해줬다. 이 날은 장사 잘 되는 걸로 보이던데 (하긴, 외국인들은 와도 한~두잔 시켜놓고 놀기 때문에 매출이 많이 오르진 않았을지도), 장사 계속 잘 돼서 안 없어졌으면. 안주 없이 딱 맥주 1~2잔 하러 가기에 좋을 것 같다.
주소: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59-5 백궁프라자2 2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