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관객을 공연 내내 미소짓게 만드는 귀여운 작품이지만 극중 코미디언 브라이언의 개그처럼 한 방 (punch line)이 없어 국내 관객 취향은 아닐 것 같다.
로버트 로페즈(Robert Lopez)와 제프 막스(Jeff Marx)의 음악으로 된 뮤지컬 애비뉴Q.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뮤지컬 위키드(Wicked)를 물리치고 2004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은 작품인데다 인형(puppet)을 가지고 하는 색다른 뮤지컬이라 어떨지 참 궁금했던 공연. 언젠가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전미 투어 공연을 하고 있어 볼 기회가 있었지만 못 본 공연. 이번에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갈 참이었는데, 전 직장 동료가 자비롭게도 초대권을 양도해주셔서 무료로 보러 갈 수 있었다.
이 프로덕션이 한국 공연만을 위한 걸리는 없고, 아시아 쪽 투어 프로덕션 같은데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배우들 출신 지역을 볼 때 영국 쪽에서 조직된 프로덕션 같음.
가장 비중에 많은 배우인 니콜라스 던컨과 칼리 앤더슨이 영국 배우
어렸을 때 즐겨보던 미국의 TV유치원 격인 세서미스트릿(Sesame Street)의 성인 버전 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인형의 모양새나 무대로 나오는 집들도 세서미스트릿의 그것들과 비슷하다. 트레키몬스터는 쿠키몬스터를 딱 빼왔고, 극중 룸메이트로 나오는 로드와 니키는 세서미스트릿의 버트와 어니의 모습 및 관계와 유사하다. 세서미스트릿에서는 인형을 통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줬다면 애비뉴Q에서는 귀여운 인형들이 썩은 현실을 노래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개성있는 장치들에 비해 음악은 평범한 편(그러나 2004년에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음)인데, 아기자기한 극에는 잘 어울린다. 다만 배우들이 고음으로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넘버가 없어 고음을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에겐 그다지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인형 보랴,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 보랴, 한글 자막 보랴, 정신이 없는 것도 약점. 미투데이 친구 ㅇ님은 여주인공 인형을 맡은 칼리 앤더슨(Carly Anderson)이너무 예뻐 인형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맞는 말 :).
정말 정말 귀여운 공연이다! (인형들 덕분) 인형으로 표현되는 씬들(19금 씬 포함)과 내용이 재미있어 시종일관 웃으며 볼 수 있었다. 칼리 앤더슨이 맡는 케이트 몬스터와 루시가 대화를 나눌 때처럼, 한 명의 배우가 목소리를 바꿔가며 능청스럽게 같은 무대에 있는 두 인형을 표현하는 모습은 마술 같기도.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표정들도 놓치지 말자. 노홍철, 김구라, 29만원 밖에 없다는 전 대통령까지 등장하는 한국 맞춤식 변형도 큰 웃음을 준다. 영어 공연의 유머를 좀 더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자막에는 짤방까지 동원했는데,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적절한 이미지가 더 큰 웃음을 유발한 듯.
처음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 내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어서 이상했는데 (‘라이브 공연엔 라이브 연주가 당연한 외국에서 들어온 뮤지컬임에도 라이브 연주를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란 생각),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 건물 2층에 숨어있었다. 공연 중엔 커튼이 드리워져 소리만 들린다.
몇몇 공연 영상은 플레이디비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몰래 녹화한 브로드웨이 공연도 볼 수 있다.
2013년 8월 29일 목요일 20:00
샤롯데씨어터 1층 A구역 17열 11번
VIP석 지인이 준 초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