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차까지 가지고 왔는데 나들이를 안 하는 게 억울해 차를 몰고 태종대로 향했다.
꽉꽉 막히는 부산 도로
주차를 하고 걸어서 태종대 공원 내를 도는 기차를 타러 걸어 올라갔다. ‘다누비’란 이름의 기차 탑승료는 3인 이상 가족요금을 적용 받아 총 2,900원 (성인 1,200원 * 2명 + 어린이 500원. 만 3살인 아들은 무료)
이런 기차를 타고 태종대 등대까지 가야하는 것임
그런데 기차를 타려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 대기시간만 40분 가량. 더운 날 기진맥진해진 우리 가족.
줄서서 (앉아서?) 대기 중
정말 불쌍해 보이는 아들
드디어 탄 기차
그런데 이날, 우리는 이미 지쳐있었고, 안개가 많이 껴서 그 좋다는 경치가 안 보일 것 같았고, 등대에서 기차를 내리면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 다시 기차를 타고 내려올 수 있을지 몰라서 기차에서 내리지 않기로 결정.
그래서 기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태종대 공원을 한 바퀴 돈 후 주차장으로 다시 걸어 내려왔다. 그리곤 예약해 놓은 파크하얏트 부산에 애프터눈티세트를 마시러 갔음.
터덜터덜
힘들었던 태종대 여행에 기진맥진 했던 우리 가족. 하지만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모두 원기 회복을 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이게 바로 호텔의 힘.
원기회복한 와이프
전 날 예약하며 좋은 자리를 부탁했는데, 구석 자리가 예약 돼 있었음. 아마 떠들 것 같은 애들이 있어서 그런 걸까? 다른 자리보다 전망은 나쁜 편이지만 굉장히 편안한 자리였다.
안타깝게도 이 날 안개가 짙어 그 좋다는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창가의 애들은 구름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았을까?
파크하얏트의 애프터눈 티세트는 3단 트레이 + 2인용 차 + 아이스크림 + 크레페로 구성돼 있다. 50,000원. 호텔 오픈 초기에는 35,000원이란 가격이었는데, 얼마 전에 올랐다. 예전 가격이 참 착한 가격이었는데…
이게 나오자마자 음식 좀비들인 애들 때문에 엉망이 됐음. 사진 왼편과 윗쪽에 맹렬히 다가오는 아들의 손과 딸의 팔이 보인다.
난 딸과 아들의 음식 다툼에 정신이 없어 뭘 먹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어 맛이 어땠는지 잘 기억도 안난다. 아이스크림은 테이블에 오자마자 딸과 아들이 하나씩 들고 먹어서 사진도 없다. 아내는 스콘이 정말 맛있었다고 한다. 아, 아내는 애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어서, 세트에 포함돼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호텔에서 애들한테 서비스로 주는 거라고 생각했단다.
아들은 기분이 업돼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지난 2월 제주 신라호텔 캠핑장에서 봤던 그 흥분 상태가 떠올랐다.
부산을 떠나는 날, 아들은 할머니에게 이번 부산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호텔’이라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