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오후, 더위를 못 참고 딸을 데리고 집 앞 커피집으로 향했다. 내가 읽을 책 한 권과 딸이 풀 문제집들을 챙겨서.
집 주변엔 여러 커피 전문점들과 패스트푸드 점이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커핀그루나루(Coffine Gurunaru)는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아니지만 지난 번에 갔을 때 추울 정도로 시원했기 때문에 피서 목적으론 딱 맞는 곳이었다. 마침 이 곳에서 쓸 수 있는 허니버터브레드 무료 쿠폰도 한 장 있고.
현대카드 Like&Deal로 받은 쿠폰이다. 지난 번엔 계산하는 직원이 못 쓴다고 하더니 이 번에는 별 말 없이 한 번에 주문 성공. 이것 때문에 현대카드 직원과 장기간 통화를 했는데 그 효과인가? (현대카드 Like&Deal은 참 괜찮은 서비스였는데, 사용자에게 괜찮은 서비스답게 금방 없어졌다. -_-; 난 뒤늦게 알게 돼 겨우 쿠폰 3개 받음)
좌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니 죽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는 사람도 있고. 회전이 이렇게 안 되니 커피값이 비쌀 수 밖에 없는 듯. 편한 자리는 모두 차 있어 불편하고 좁은 가운데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딸 공부를 시켰으나… 먹고 마시는 데만 관심이 있고 문제집 풀 생각은 않는 딸. 보통 어른들은 이런 데 오면 책을 읽던 얘기를 나누던, 뭔가 할 일을 하면서 먹고 마시는데, 우리 애들은 일단 눈 앞에 있는 건 다 먹어치운 다음에 할 일을 한다. 어른과 애들의 차이인지, 우리 집 애들의 특징인지.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 나는 딸기 스무디(5,800원)는 딸이 생색내듯 나에게 몇 모금 주더니 혼자 다 마셨다. 치사해서 내 음료수를 따로 시키려다가 돈 아까워서 참았음 -_-;
허니버터브레드 접시에 적혀있던 문구. 이곳이 이 빵을 만든 곳인가? 난 결혼(2003년) 전에 강남역 맥주집에서 이 빵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모양은 좀 다르다. 그 당시 먹었던 건 자르지 않은 직육면체의 식빵 위에 동그란 아이스크림 모양의 생크림인가 버터가 올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ps: 검색해보니 “2000년 ‘레비스’와 ‘기린비어페스타’ 때부터 있던 메뉴”로 특허까지 받은 데가 따로 있단다.)
우리가 차지한 자리가 에어컨 정면에 있어서인지 딸이 춥단다. 우리 같은 사람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겨울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카운터에 신분증을 맡기면 무릎 담요를 대여해준다.
창가 자리로 옮긴 후. 무릎담요를 걸치고 공부하는 딸.
이왕 온김에 시원한 곳에서 죽치고 몇 시간 동안 공부하고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딸이나 나나 지루해졌다. 결국 2시간 만에 집에 가기로 결정. 역시 도서관파(?)인 나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공부하러 카페에 갔던 게 기억난다. 아마 대학 1학년 때였을텐데, 지금은 아마 없어졌을 이공대 후문 앞 ‘하야로비’란 찻집에서 과 동기 K군과 같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아마 쉐이크를 마셨던가? 그 당시도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게 나랑 잘 안 맞는다는 걸 깨달은 것도 그 때. 그 이후, 카페에서 공부를 한 적은 거의 없는 듯.
하여튼 내가 읽던 책은 다 읽고, 딸이 풀어야 하는 문제집은 다 풀고 가야겠다는 소기의 목적 달성은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