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을 꽤 재미있게 봤던 뮤지컬 스팸어랏. 상당히 웃겼지만 좀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다시 돌아온 이 공연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마침 활동하는 (사실 이 공연 본 게 처음으로 한 일) CJ E&M 뮤지컬 패널에서 모니터링 행사가 있어 다녀왔다.
아래는 공연 보며 든 생각들: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장에 들어섰는데 무대가 참 작다. 몇 번 공연을 봤던 곳이었는데도 무대가 작았다는 건 깜빡 잊고 있었다. 소극장과 중극장 중간쯤 되는 사이즈의 무대로, 초연 때 공연했던 한전아트센터보다는 훨씬 작은 무대다. 공연을 보다보니 여자 앙상블들은 하나도 없다. 등장하는 여배우는 호수의 여신 단 하나 뿐이다. 풀몬티도 아니고… 참으로 찰진 공연이로다. 초연 때도 이랬는데 못 느꼈었나 싶었는데, 지인의 말로는 그 당시에는 여자 앙상블들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뮤지컬대상 축하공연 영상에서도 확인 됨. 공연 규모를 줄이면서 앙상블 수를 줄였나보다. 무대 장치도 무대 크기에 맞춰 줄었다. 초연이 A급 코미디라면 올해 재연은 B급 코미디가 된 느낌. 사실 이런 코미디는 B급이 더 어울릴 수도.
- 규모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첫 장면인 핀랜드 씬. 사회자가 소개한 ‘잉글랜드’를 잘못 듣고 ‘핀랜드’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코미디 장면인데, 싹 드러내고 중국 무술이 나오는 씬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영국’을 ‘중국’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처럼 연출한 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고. ‘Finland’란 곡은 통째로 날라간 듯. 이전 핀랜드 씬도 그다지 자연스럽진 않았는데 바뀐 장면은 더 어색하다.
- 어색함은 잠시. 그 이후는 깔깔 거리며 무척 재미있게 봤다. 내 취향에 맞는다. 초연 때는 너무 심하게 웃기려고 하는 게 눈에 거슬렸는데, 이번엔 그런 걸 못 느꼈다. 공연 당일 내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듯. 요즘 내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웃을 일이 필요했던 걸까?
- 새롭게 집어넣은 코미디가 몇 개 있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풍자가 추가됐는데 재미있었다. 올드한 느낌의 개그 코드가 남아 있는 것도 꽤 있다. “생각대로 T”도 3년 전과는 좀 다른 느낌. 절대반지를 사랑하는 골룸이 나오는 장면도 새로 추가된 것 같은데, 골룸은 이제 좀 유행이 지나지 않았나?
- 내가 쓴 초연 후기를 보니 코코넛을 잉글랜드에서 볼 수 있는지 만담하는 장면 얘기가 있다. 이 장면도 재미있었는데 빠졌다. 어떤 기준으로 장면을 뺀 건지 잘 모르겠다.
- 초연 때 박명수씨가 목소리 출연했던 신 역할은 정형돈 씨로 바뀌었다. 유행어(?)인 ‘아니아니아니아니’ 부분을 넣어 잘 살렸다.
- 주인공 아더를 맡은 서영주씨. 참 잘 한다. 초연의 정성화씨도 잘 했지만 서영주씨도 아주 적절히 코미디와 진지함의 경계를 잘 지킨다. 주인공을 가리키며 ‘당신이 바로 연예인이잖아요’라는 대사가 있는 걸 감안하면 연예인 아더 (이번 공연에선 정준하)가 더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서영주씨만큼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 무대 위에 있던 유일한 여자, 신의정 배우. 노래 참 잘 한다. 가창력 좋은 배우로 기억할 또 한 사람이 늘었다. 코미디에도 잘 어울림.
- 랜슬럿 역의 정상훈 씨. 그가 아니면 누가 프랑스 성문지기 역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을까? 정상훈씨가 아닌 랜슬럿은 상상이 안 간다.
- 베데베르의 이훈진 배우. ‘산초’로 기억에 박혀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돈키호테에게 ‘주인님’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이 특히 웃겼다. 딸은 옆에서 이훈진 씨가 김준현 같다고 평함 -_-;
좌충우돌 잉글랜드 기사단의 이야기를 많이 웃으며 봤다. 코미디는 한 번 보고 두 번째 보면 별로 안 웃긴데, 초연에서 안 바뀐 부분도, 바뀐 부분도 많이 웃겼다. 초대권으로 본 공연이라 더 즐거웠는지도. 🙂
일요일 낮공이라 딸과 함게 갔다. 극장 로비 벽에 사탕이 꽂혀있는 걸 보고 딸이 흥분하며 사탕을 뽑으려고 했다. 예술작품처럼 보여 건들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어셔가 뽑아가도 된다고 했음!
2013-06-09 일 오후 2시 00분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 1층 C구역 05열 004번
R석 CJ E&M 뮤지컬 패널 모니터링 초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