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근처에 갔다가 학교 다닐 때 수없이 앞을 지나가봤지만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는 동묘에 들어가봤다. 정식명칭은 ‘동관왕묘’로, 서울 동쪽에 있는 관왕(관우) 묘(사당)라는 뜻이란다. 이름으로 볼 때는 서울에만도 곳곳(서쪽, 남쪽, 북쪽)에 관왕묘, 혹은 무묘(관우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동묘 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 건 다른 곳들이 남아 있지 않아서일까? 하여튼 조선시대, 한양의 동대문인 흥인지문 밖에 지어서 지금 이 위치에 있는 것 같다.
(후첨: 찾아보니 현재 서울엔 동관왕묘와 남관왕묘만 남아있고, 서묘와 북묘는 없어졌다고 한다. 남묘는 사당동에 있다고.)
관우 상을 모시고 있는 중심 건물인데, 아래처럼 닫혀있어 창살틈 사이로만 사당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아쉬웠다.
벽돌로 된 옆 쪽을 보면 확연히 중국풍 건물인 걸 알 수 있다.
일요일이라 동묘 주위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어렸을 땐 시장 재미있는 줄 몰랐는데, 이젠 시장 구경이 재미있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든 듯 ㅠㅠ. 이제는 보기 어려운 Aiwa 워크맨 등, 옛날 물건들과 브랜드를 볼 수 있어 이곳에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 난 현금이 없어 직접 구매는 못 했지만 이것 저것 구경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별의 별 것들이 많았는데, 중고 옷과 전자제품들이 많았다. 재미있는 건, 물건 파는 사람들은 물건이 좋은 거란다. 동묘 앞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는 허름한 다리미의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에게 “이게 필립스 꺼라 되게 잘 만든 거예요”라고 한다. 담벼락 아래서 냄비 등을 늘어놓고 파는 아저씨는 오래된 스뎅 냄비에 관심을 보이는 아줌마에게 ‘옛날 스뎅 냄비가 지금 것보다 스뎅이 좋다”란다. 가방 파는 아주머니는 배낭을 가리키며 가격을 묻는 청년에게 “몽벨 배낭이 제일 좋은 거예요”라고 가격을 말 하는데, 모두 다 신뢰가 별로 안 간다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