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뮤직의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감상회 행사를 다녀왔다. Bravo, My Life! (7집)을 리마스터링 해 발매한 기념 행사로 팬미팅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건 공연에서 여러 번 봤지만, 그들과 같이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경험은 처음이다. 새로운 음반을 함께 들으며 이 음반이나 음악 작업에 대한 뒷 얘기들을 들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행사 장소는 이태원의 화수목이었는데, 초행길이라 행사 시작 시간인 5시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행사는 시작하지 않았다. 벽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뮤직비디오나 이 이벤트 신청 때 받은 사연을 보여주고 있었다. 입장 시 받은 기린 병맥주를 마시며 김종진씨와 전태관씨가 등장하길 기다렸다.
입장시 제공된 맥주 (각 1병씩이었으나 나중에 더 나눠줬음)
내가 보낸 사연이 벽에 흘러가고 있었음.
10분쯤 기다린 후였을까, 두 분이 등장했고, 맥북에어에 적어온 진행 멘트를 어색하게 읽으며 음악감상회 행사가 시작됐다. 새 앨범을 CD나 LP로 들으며 음반과 음악 얘기를 했다. 중간 중간 전태관씨의 넌센스 퀴즈를 맞추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멤버들이 7집 이전의 앨범들에서 어떤 곡이 히트할 건지를 예상했겠냐는 질문에 나는 ‘아니다, 예상 못 했을 것이다’며 손을 들었는데, 관객의 호응이 엄청 없었기 때문에 손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앞 쪽에 앉아 있던 나는 이번 새 음반을 선물로 받았다. ^_^
경품으로 받은 CD. 행사 후 사인도 받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이 앨범에 두 번 들어있는데, 한 번은 이번에 새로 찍은 뮤직비디오로, 두 번 째는 10년 전에 찍었던 뮤직비디오로 감상을 했다. 김종진 씨가 샤워를 할 때 이 곡의 일부 멜로디가 떠올랐고, 그들은 금방 이 곡이 명곡이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고 한다.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 보는 새로 찍은 뮤직비디오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화해연가는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감상했다. (여기서 실제 영상을 볼 수 있다) 윤상, 김현철, 유희열씨가 빤짝이 옷을 입고 코러스 넣으며 춤추는 장면은 무척 웃겼는데, 봄여름가을겨울엔 관심이 별로 없지만 윤상은 무척 좋아하는 아내에겐 꽤 재미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녹음에 참여한 분들은 이적, 김현철, 유희열 씨였는데, 이적 씨는 이 뮤직비디오가 평생의 굴욕이 될 걸 예감하고 빠진 것 같다는 게 김종진씨의 설명이었다. (윤상, 어떻게 해 -_-;;;)
다 함께 보는 ‘화해연가’ 뮤직비디오
리마스터링한 한정판 LP를 소개 중
행사는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이 마치 DVD의 커멘터리를 녹음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열 아홉 트랙으로 이뤄진 새 앨범을 다 들은 후에는 김종진씨가 기타 하나 들고 브라보 마이 라이브를 라이브로 들려주며 행사가 끝났고, 두 멤버의 싸인회가 뒤를 이었다.
행사 막바지에 Bravo, My Life!를 직접 연주하며 부르는 종진 아저씨
뒤늦게 나온 안주(?)
봄여름가을겨울은 (네이버 인물정보에 따르면)1986년에 결성된 밴드로, 2002년에 발표한 Bravo, My Life!는 그들의 7집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곡은 봄여름가을겨울 곡 중 가장 히트한 곡으로 생각되며 (내가 좋아하는 따로 있지만), 그래서인지 이 앨범을 발표한지 10주년 된 올해 이 앨범을 리마스터링을 하여 새로 선보였다.
연주자와 같은 공간에서 연주가 아닌 음반을 듣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과 함께 한 시간이니! 원래는 히든 트랙이었다가 이번 앨범엔 정식으로 들어간 ‘Too old to rock’n rool, too young too die’의 한상원씨 기타 연주를 들을 때, ‘In the city’의 김광민씨의 오르간 솔로를 들을 때 봄여름가을겨울과 “으악!”하고 같이 느낄 수 있는 자리. 나와 마찬가지로 예전 음반의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등과 비슷한 펑키한 곡인 ‘In the city’ (봄여름가을겨울은 이 곡을 연주곡으로 친단다) 가 자기 취향이라는 팬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
운전 때문에 많이는 못 마셨지만 맥주와 함께 하는 음악 감상이 무척 좋았다. 얘기 없이 그냥 음악 들으며 술 마시는 거 완전 좋다는. 회사 앞에서도 술 마실 때도 좀 이렇게 우아하게 마셔줘야 하는데…
받아온 주먹만한 캔맥주. 엄청 귀엽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