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맛을 조금 따지는 편이지만 술집에서 치킨이나 고기랑 함께 마시는 맥주의 브랜드는 원래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지금 회사로 옮겨온 다음부터 술집에서 파는 국산 맥주의 맛과 선호도 차이를 우연히 인지하기 시작했다. 회사 앞 깐부치킨에서 파는 맥스 생맥주의 맛이 괜찮은 편인데 비해, 길 건너 있는 경쟁 가게 핫선 치킨의 카스 생맥주 맛은 엉망임을 깨달은 게 계기였다.
그 후 난 회사 주변 술집에서 맥주를 주문 할 때 카스를 피하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열의 아홉 집은 국산 맥주가 카스밖에 없었다. 카스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라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90%의 점유율은 너무 한 것 아닌가? 카스의 영업력이 월등한가? 카스도 병맥주나 관리가 잘 된 곳의 생맥주 맛이 그다지 나쁘진 않지만 획일화된 카스 일변도가 싫어 나홀로 카스 타도를 외치기 시작했다. 카스의 대안은 맥스나 OB골든라거. 둘 다 맥아 100% 의 내 취향의 맥주다.
회사 주변에서 카스가 아닌 국산 맥주를 파는 곳은 깐부치킨 밖에 없었다. 회사 주변에 조금 익숙해지자 걸어서 10여분 거리인 정자역 부근까지 진출을 해봤지만 카스의 점유율은 비슷했다. 정자역으로 향하는 골목에 있는 밀맥이란 맥주집이 맥스 생맥주 한 잔을 2500원이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팔아 카스를 타도 대상으로 삼는 나와, 싸면 장땡이란 생각의 술동지 S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맥스 생맥주 @ 정자동 밀맥
카스로 점철된 세상에서 카스를 피하며 살다보니 다른 종류의 국산 맥주를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때가 있다. 며칠 전, 분당경찰서 쪽 횟집에서 맥주를 시키니 맥스보다 더 레어 한 하이트-D를 서빙 하는 게 아닌가? 많이 놀라 카스는 없냐고 서빙 했던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카스도 있지만 카스는 독일 자본의 맥주라 마시지 말고 하이트는 국산 자본이니 마셔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의견이었지만 어쨌든 반가웠다.
@ 신천역 웨어하우스
엊그제는 후배들과 오랜만에 신천역 근처에서 술을 마셨는데, 1차 닭갈비집에서도, 2차 맥주집에서도 맥스를 마실 수 있었다. 여러군데서 맥스만 마시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라 카스가 서울에선 경기도에서만큼 힘을 못 쓰나란 생각도 잠시 해봤다.
맥아 100% 국산 맥주(맥스와 OB골든라거)가 있는 집들은 따로 정리해 리스트화라도 해야할 듯.
참고: 내 느낌과는 달리, 이 매경 기사에 따르면 실제로 하이트와 카스(OB)의 점유율 차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 아빠 술 취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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