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나 축구장을 혼자 찾아 갔다. 이번 시즌부터 도입된 스플릿 시스템에서는 처음 30경기 성적으로 각 팀을 상위 스플릿과 하위 스플릿으로 배정하는데, 바로 이날이 30 경기째 날이었다. 상위 스플릿에 배정돼 열심히 하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딸 수 있으나, 하위 스플릿에 배정되면 최선의 경우에도 최종 순위 9위 밖에 되지 못하고, 성적이 안 좋으면 2부로 강등을 당할 수도 있다. 성남이 상위 스플릿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봤다. 상대는 마계대전의 라이벌 수원으로, 성남 홈에서 수원한테 진 기억이 없어 상대적으로 열세이지만 큰 불안함 없이 경기를 봤다.
전반 중간, 에벨톤의 골로 1:0으로 앞서 나갔다. 날시가 더워 온 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골이 들어 가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이런 맛에 축구를 보는 거다. 끊임 없이 소리 지르며 노래 하던 수원 서포터즈도 이 때만은 조용했다.
후반 시작 후 얼마 안 돼서 터진 수원 보스나의 프리킥 골. ㅠㅠ. 프리킥 지점이 꽤 멀었는데, 보스나가 공 한참 뒤에서 다다다다~ 달려와 뻥! 하고 차니 공이 돌직구처럼 퍽! 날아가 어느새 골대 안에 공이 있더라. @@ 눈 앞에서 봤는데도 골을 먹고 나서 ‘아니 골이 들어간거야?’하고 멍~했다. 경기는 1:1인 상태로 끝나 버렸고, 성남은 하위 스플릿에서 놀게 됐다.
항상 축구장에서 맥주+치킨 같은 걸 먹고 경기 후 막바로 집에 왔는데, 이 날은 경기장에서 무더운 축구장에서 맥주를 1 리터 마셔주고, 집에 오는 길에 순대국으로 해장(?)을 했다. 얼큰한 게 무척 괜찮았다. 사우나 갔다가 맥주 마시고 해장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