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에 벚꽃이 한창이란 정보를 입수하여, 일요일 낮에 유모차를 밀며 석촌호수로 나갔다. 몇 년 전에 여의도에 벚꽃 구경을 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고생을 한 뒤, 다시는 벚꽃 구경을 안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집 근처라서 가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날씨도 따뜻하고 하늘도 맑았다. 가는 길의 슈퍼에서 바나나 우유와 커피, 야구르트 같은 마실거리를 사서 빨아 마시며 레이크팰리스를 지나 석촌호수 서호로 내려 갔다. 예상대로 사람이 많았고 벚꽃도 아름답게 폈다.


점심 시간이 가깝다 보니 걷다 배가 고파졌다. 송파대로쪽으로 진입로로 올라가 호수 남단의 식당들을 탐색했다. 오리엔탈스푼에 가려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마침 딸이 스파케티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 옆 건물에 처음 보는 이탈리안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 봤다. 몬디알레(Mondiale)란 이름의 레스토랑. 날씨가 좋아 경첩으로 연결 된 창을 오픈 해 놨는데 벚꽃 핀 석촌호수와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았다. 비록 애들 때문에 분위기를 즐길 입장은 아니었지만.


알리오 올리오 + 해산물 스파게티 + 풍기 피자가 약 5만원 정도. 가격에 비해 음식 맛은 그저 그런 편. 가현이가 선택한 해산물 스파게티가 그 중 가장 나았다는 평을 받았다. 내가 시킨 알리오 올리오는 좀 짰는데, 희한하게 치즈향이 좀 났다. 와이프의 평가는 내가 집에서 만드는 파스타 수준이라고;;;;


애들한테 플라스틱으로 된 아이들용 접시와 컵을 내어주는 건 좋았는데, 둘째용 하이체어에 먼지가 수북히 쌓였있었던 건 마이너스. 의자에 탁자를 고정하는 버클도 고장나서 둘째가 계속 탁자를 올렸다 내렸다 했음. 장난꾸러기.

배를 채우고 석촌호수 산책로에 들어가 산책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동호를 한 바퀴 돌았다. 작년의 석촌 호수 걷기 대회 때 초등학생들 관심을 집중시켰던 동호의 오리들은 여전히 있었다. 그리고 송파대로 밑을 지나 서호의 북쪽 산책로로 계속 걸었다. 벚꽃은 동호보단 서호가 훨씬 낫다.


집에 와서 걸은 거리를 재어 보니 5km를 넘게 걸었다. 예준이야 유모차에서 자면서 가서 고생은 안 했지만, 가현이는 걷기에 좀 힘들었겠다. 그래도 기특하게 별 짜증 없이 집까지 걸어왔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