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이미 두 번이나 본 뮤지컬 젊음의행진을 또 보고 싶다고 했는데 사려 깊은 아내는 ‘티아라가 나오는 뮤지컬을 보여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뮤지컬 롤리폴리를 예매 하겠다고 했다. 난 그런 뮤지컬이 있는지도 몰랐다. 50% 할인 된 가격으로 짧게 진행 되는 프리뷰 공연 기간 중에 마침 티아라 멤버인 효민과 소연이 등장하는 공연이 주말에 한 회 있어 그 회차를 예매했다. 뒤늦은 예매라 좌석은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티아라 멤버 뿐 아니라 가수 장혜진씨, 김재희씨(그룹 부활 전 보컬), 탤런트 이장우와 윤영준씨까지, 연예인 캐스트를 앞 세운 공연이다. 물론 대부분의 배역이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이다. 딸 빼놓고 볼 공연을 선택 했다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스타일의 공연.
티아라의 곡 롤리폴리가 영화 써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는 얘기를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었는데, 뮤지컬 롤리폴리 역시 영화 써니의 이야기와 무척 비슷하다. 하지만 관객에게 주는 재미 측면에선 써니에 훨씬 못 미친다. 새로운 창작 작품이란 것과 프리뷰 공연임을 감안 하더라도 영 별로인 작품이다. 캐스팅을 보고 예상 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유치한 소재와 내용으로도 어느 정도는 재미있게 공연을 만들어 내는 PMC와 비교 됐다.
영화 써니에서처럼 세월이 흐른 후의 친구들 장면과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 장면으로 크게 나뉘는데, 어렸을 때의 장면이 좀 더 비중이 컸던 영화와는 다르게 뮤지컬에서는 성인과 학생 시절의 씬 비중이 50:50이다. ‘롤리 폴리’ (여자 동창 5명이 만든 모임의 이름으로 오뚝이를 뜻한다.) 친구들 사이에 우정이 형성 되는 어린 시절의 장면이 더 많길 바란 나로서는 실망스러웠다. 얼마 없는 어린 시절의 장면에서 롤리 폴리 멤버들 간의 끈끈한 우정 같은 걸 느끼기 어려웠으니 공연 전체가 단팥 없는 찐빵 느낌이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른 뒤 모인 성인 연기자들에게서 그들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케쥴 많기로 소문 난 티아라 멤버들이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등장 장면 자체가 많지 않아서였던 것 같고, 그래서 뭐라고 평가 하기도 어렵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1) 마지막 커튼콜이 돼서야 나오는 음악 롤리폴리에 맞춰 티아라 안무를 열심히 하던 윤영준씨와 2) 높낮이 없이 건조한 느낌으로 대사를 치던 김재희씨 정도 (아.. 누가 캐스팅 한 건지…). 김재희 씨는 연기 뿐 아니라 배역에도 안 어울렸는데 극 중 여행사 직원 김민지의 아버지라기 보단 오빠에 어울렸음. 서너살은 어린 엄마 친구들이 다 할머니들 같던데… -_-;;;
공연을 보고 나온 딸이 지금까지 본 성인(?) 뮤지컬을 재미 순으로 나열했는데 ‘금발이 너무해’ > ‘젊음의 행진’ > ‘롤리폴리’였다. 우리 딸 작품 취향이 나랑 비슷한 듯. 뮤지컬 롤리폴리의 컨셉이 ‘복고풍 팝 뮤지컬’이었으니 나나 우리 딸 취향이 아닌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에게도 그다지 매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공연이다.
2012년 01월 15일 일요일 20시 00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층 7열 42번
R석 프리뷰할인 50% 4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