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한 직원 분이 영어책 함께 읽기 스터디를 제안 하셔서 얼른 참여했다. 야후 퇴사 후 점점 멀어지고 있는 영어와의 끈을 놓치 않으려는 나의 노력이랄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그 분이 제안 하는 영어 공부법은 다음과 같다.
1.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꼭 찾으세요 (의미와 발음)
2. 내용 전달을 염두에 두고 끊어 읽을 부분에 표시를 합니다 (체크, 슬래쉬 등)
3. 표시한대로 본문을 1번 이상 소리내서 읽으세요 (문장과 문장간, 문단과 문단간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나도 킨들로 영어 책을 읽지만 소리 내어 읽지 않고 모르는 단어들은 별로 찾아보지 않으니 영어 실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영어 독서 스터디에서는 이 분이 제안한 방법을 지킬려고 노력 중이다.
종이 책으로 읽을 땐 위의 방법을 적용하기 쉽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 적절한 단어의 의미를 빈 여백에 적어 놓으면 되고, 끊어 읽을 부분은 슬래쉬로 마킹 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빠른 배송 속도, 보관 공간을 차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어디(Mac, PC, 아이폰, Kindle 디바이스, 안드로이드 태블릿)서나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킨들로 영어 책을 읽는 걸 선호 한다. 킨들로 책을 읽을 땐 1번과 2번이 좀 어렵다. 킨들로 모르는 단어를 찾을 수는 있지만 문맥에 맞는 정확한 의미를 기록해 놓기가 쉽지 않고, 끊어 읽을 부분에 표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모르는 단어 뜻 찾기: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는 일단 highlight로 마킹을 해 놓는다. Kindle 내장 사전으로 그때그때 뜻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Mac용 Kindle을 켜고, Highlight로 표시 해 놓은 단어를 워드프로세서에 적고 사전을 찾아 의미를 덧붙인다.
영어를 끊어 읽는 건 나한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부분인데, 그래도 상당히 긴 문장이나 구문 구조가 복잡한 문장의 경우는 스터디에서 자연스럽게 읽기 위해 끊어 읽을 부분을 표시해 놓는다. Kindle의 note기능을 이용하는데, 끊어 읽기 할 위치에 의미 없는 note을 만들어 놓는다. 주의 할 점은 끊어 읽기 할 위치보다 하나 앞의 공백에 메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But approaching field observations with a spirit of curiosity [쉬어읽기] can make all the difference in the world in identifying new opportunities or solutions to existing problems (Ten faces of innovation의 p 19에서 발췌)
예를 들어 위 문장에서 “approaching ~ curiosity”가 문장의 주어이기 때문에 curiosity에서 끊어 읽는게 좋은데 (딴 사람은 어떻게 읽는지 몰라도 난 저렇게 한다), 이 끊어 읽을 위치를 Kindle의 note로 표시하기 위해선 curiosity 다음의 빈 칸이 아니라 그 앞 단어 of 뒤의 반 칸에 커서를 놓고 note을 생성해야 한다는 말.
curiosity 뒤에 [1]로 끊어 읽기 표시. 뜻을 잘 모르는 true calling과 uncanny knacks는 highlight 기능을 이용하여 밑줄
킨들의 반응이 엄청나게 느린 편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하면 종이책을 읽으가며 필요한 걸 직접 적을 때보단 확실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는데 나중에 처리하기 힘들어질 종이책 생각하면 해볼만은 하다. 모르는 단어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리스트가 나온다는 것은 장점.
파일럿 모임 때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스탠포드 졸업 축사를 같이 읽었고, 이번 주부터 The ten faces of innovation: IDEO’s strategies for defeating the devil’s advocate and driving creativity throughout your organization이란 책을 읽는다. (그래서 원래 읽고 있던 Steven Levy의 In the plex는 잠시 놓았다.) 하루에 5페이지씩, 일 주일에 25페이지를 계속 읽어 나가야 하는데 읽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모르는 단어 찾아 기록하며 읽으려니 꽤나 시간을 투자 해야 한다. 하루에 약 40분 정도는 쓰는 것 같다. 종이책으로 읽었으면 이 정도 시간은 안 걸릴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몇 년 째 정체 돼 있는 영어가 조금이라도 는다면 해볼만 한 것 같다.
아, 그리고 전자책엔 기본적으로 페이지란 개념이 필요 없고 킨들도 원래는 페이지가 표시 안됐다. Location이라는 디지털적인 현재 위치만 표시 됐다. 그런데 책의 페이지를 함께 표시 해 주는 기능이 최근에 생겼다. 독서 클럽 같은 데서 토론을 할 때 전자책과 종이 책의 페이지 번호가 맞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킨들에 종이 책 페이지 번호가 표시가 안됐다면 나도 이 독서 스터디용으로 책 읽기가 힘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