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키자니아 방문기다. 이제 나도 중견 키자니아 보호자. 초보(?) 보호자일 땐 체험 하나 하나를 자세히 설명했지만 이번엔 우리 애가 체험하는 동안 했던 잡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딸이 체험한 내용은 뒤에 짤막하게 정리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체험테마파크란 캐치프레이즈를 내 건 키자니아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개점 초기 사람이 적었을 때는 부모의 희망과 다른 직업을 경험해 보려는 아이들과 보호자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다면 (예를 들어 아이는 이마트 계산원을 하고 싶은데 엄마는 판사 체험을 권함) 사람이 넘쳐 나는 요즘엔, 뭔가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을 참지 못 해 원하는 체험이 쉽게 바뀌는 아이들과 진득하게 줄을 서서 기다려 뭔가라도 하나 경험하길 원하는 보호자와의 싸움이 잦다. 어른들은 기다리지 않고 여기저기 가봤자 줄이 더 길다는 것, 그래선 결국 아무 체험도 못한다는 걸 알지만 애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키자니아에서 애들이 직업의 의미는 못 배우더라도 기다림의 소중함은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키자니아는 보호자가 편하게 있을 수도 있는 곳이다. 아이가 대기 하는 동안에만 잠시 같이 있다가 체험에 들어가면 휴게실이나 벤치에서 쉬고, 체험 종료 시간에 맞춰 체험 시설로 돌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애들의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이 체험을 하는 모습을 궁금해하며 동물원에 구경 온 아이들처럼 유리벽에 달라붙어 체험 시설 내를 들여다 보거나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나도 이미 중견 키자니아 보호자가 됐지만 여전히 쉽게 쉬지는 못하겠다. 이러니 보호자 노릇이 피곤하고 힘들다. 오늘 딸과 키자니아에서 5시간 이상을 보낸 후, 집에 왔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지금 두 살인 둘째가 지금의 첫째 정도 나이가 되면 나는 마흔 살이 훌쩍 넘는다. 그땐 둘째 데리고 키자니아 다닐 체력이나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오늘 우리 딸이 한 체험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갔던 오후 타임이 매진이어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많은 체험을 하기가 어려웠다.
페인트칠전문가: 벽에 페인트칠 한다. 단순한 체험으로 보였다.
이마트 고객: 우리 딸이 이미 많이 해본, 사랑하는 역할. 키조를 벌지도 쓰지도 않지만 이런 곳에서나마 펑펑 지르고 싶은가보다. 대기 시간도 없다.
메이크업아티스트: 화장을 잠깐 배워 다른 친구들에게 화장을 시켜주는 듯 -_-; 벤치에 앉아 있느라 자세히 못 봤다. 일전에 했을 때는 손님이 없어 마네킹에 화장을 시켰다.
국세청 국세공무원: 꽤 오랫동안 하는 체험. 세금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것 같고 실제 세액 계산도 하는 것 같다. 덧셈, 뺄셈의 개념도 좀 알아야 하고, 컴퓨터도 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딸 힘들었겠다. 그리고는 키자니아 내의 여러 시설에 가서 세금을 받아 온다. 주의할 점은 키자니아 내 다른 시설의 직원들은 세금을 깎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절대 깎아주면 안된다는 것.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내 마음에 들었던 체험
클럽 연예인: 역시나 우리 딸이 사랑하는 직업. 벌써 3번은 한 듯. 배우는 안무는 그때그때 다른데, 이번엔 티아라의 롤리폴리 춤을 배워 췄다.
던킨도넛 도넛셰프: 먹는 체험 중에선 그나마 인기가 덜한 편인 것 같다. 작은 사이즈의 도넛 두개에 토핑을 한다. 모든 것이 실제 크기의 2/3인 키자니아에선 도넛까지 작다.
교보문고 북마스터: 우리 딸이 가장 즐거웠다고 말한 체험. 아마 가장 뒤에 해서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나는가수다에서도 늦게 노래할 수록 청중 평가단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한다. 얼마 전에 영화로 본 “마당을 나온 암탉” 동화책을 읽고 동생에게 권한다고 썼더라.
은행 손님: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체험은 더 못하고 번 돈을 은행에 저금. 대부분의 아이들이 퇴장 직전 남은 키조를 은행에 저금하기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번 방문에서 찍은 전체 사진은 이 플리커 셋에서 볼 수 있다. 총 소요 비용은 37,100원 (성인 1 + 어린이 1. BC제휴카드로 30% 할인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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