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랑 송파어린이도서관 갔다가 빌려 본 책. 이 책은 우리가 성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부 틀렸다고 주장한다. 즉,
- 한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 – 즉, 천재성 -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잘났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 스타 변호사나 수학 천재, 소프트웨어 기업가처럼 성공한 사람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 노력의 산물이다.
- 아웃라이어(통계에서 다른 데이터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instance들. 특출난 사람)는 결국 날 때부터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
다음은 책을 읽고 좀 더 자세히 노트한 내용:
태어나면서 천재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은 천재여서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남들보다 더 빨리 기회를 잡게 된다. 예를 들어 몇 달 먼저 태어난 덕에 어렸을 때 친구들보다 잘하면 커서는 그 친구들보다 훨씬 더 잘하게 된다. 어렸을 때 조금 잘 하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그게 좋은 피드백이 돼 더 잘 하게 된다는 것. 반면 몇 달 늦게 태어난 친구들은 칭찬을 덜 받고, 그 탓으로 좋은 피드백을 못받아 더 못하게 됨. (마태복음 효과) 만약 1월 1일을 기준으로 동급생을 가르면 1~2월 생이 가장 유리하고, 7월 1일을 기준으로 동급생을 가르면 7~8월생이 가장 유리하다. 태어난 달이 하나의 조건이 되는 것.
위와 같이 조건이 운좋게 맞으면 훈련을 할 시간이 많아진다. 뭐든 잘 하기 위해선 1만 시간 정도를 연습해야 하는데 (1만 시간의 법칙) 빌 게이츠나 빌리 조이, 비틀스도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조건에 맞는 기회를 잡아 훨씬 더 열심히 연습한 후 업계 최고가 됨.
개인적 천재성이 성공과 관련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심리학자 Lewis Terman은 어렸을 때 IQ가 높은 아이들(‘터마이트’라고 부름)을 트래킹 해봤다. 이들 중 성인이 돼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정도로 성공한 경우는 드물었다. 결국 “실제로 천재들은 천재로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처럼지능과 성취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었다지능과 성취도 간에 완벽한 상관성이 있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후첨: 김창준님 블로그에서 이 부분이 오역이란 걸 알고 수정)”란 결론이 난 셈.
그런데 이 어릴 때 천재 집단을 가정환경으로 분류해보니 ‘집중 양육’의 환경에서 자란 넉넉한 집안 아이들이 ‘자연 양육’의 환경에서 자란 저학력 집안의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성공했다. 즉, 가정 환경(단순히 집안이 넉넉하고 가난한 여부는 아님)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자질(feature)이자 조건.
몇 가지 조건이 어떻게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지 성공한 스타 변호소 조셈 플롬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혼자 잘나서 성공한게 아니다. 이 아저씨가 성공한 이유는:
- 유태인이란 정체성: 이 당시는 유태인이 차별받던 시대라 유명 로펌에 들어갈 수 없었다. 작고 영세한 로펌에서 ‘적대적 인수 합병’ 같은 그 당시엔 시시하고 더러운 업무를 맡을 수 밖에 없었음. 이 경험(1만 시간을 소모했겠지?)이 나중에 대박이 됨.
- 통계학적 행운: 대공황기에 태어남. 이 땐 앞이나 뒷 세대에 비해 출생률이 훨씬 낮았기 때문에 학생당 교사수가 많은 학교를 다니며 질 좋은 수업을 받을 수 있었고, 직업을 가질 땐 공급은 낮고 수요가 높았음.
-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아일랜드나 이탈리아계 미국 이민자는 출신이 농노나 소작농이어서 미국 도시에서 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으나 유태인 이민자는 유럽에서 양복장이, 시계 수리 등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면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음. 유태인 애들은 이런 가능성을 보고 뭔갈 배운거지
실제로 이 3가지 케이스를 다 만족시키는 경우 성공한 사람이 많다고 함. 특히 3번째 이유는 여러가지 조건 중 역사적, 문화적 유산 (legacy)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임. 역사, 이 책이 설명한 문화적 유산이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들:
-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출신 미국 남부 이민자들은 ‘명예 문화’를 가지고 있어 더 발끈 함. 그룹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 대한항공의 괌 추락 사고는 한국의 ‘위계질서와 권위를 중시하는 문화’ 탓임(참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내용이었음). 실제로 항공기 조종사의 PDI (Power Distance Index, 권력간격지수)의 순위와 국가별 항공기 추락 사고 발생 빈도 순위는 유사하다는데 한국은 PDI가 높은 나라 2위란다. 1위는 브라질.
-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 하는 이유는 개인적 재능이 아니라 역사, 문화적 유산임. 아시아인은 쌀 농사를 지었는데 밀 농사에 비하면 굉장히 복잡하여 지능적으로 일해야만 했고 부지런함에 가치를 둠. 또한 숫자 체계도 동양언어가 영어보다 훨씬 체계적이라 수학에 적합함.
KIPP 아카데미라는 뉴욕의 공립학교는 노력과 휴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미국적 관점과 달리 굉장히 빡세게 공부를 시키는 곳. 즉 그 곳 학생들의 공동체가 원래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적 유산을 강제로 제공한다고 할 수 있겠지. 이 덕에 이곳의 진학률은 꽤 높다고 함.
몇일 밤 동안 띄엄 띄엄 읽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맥락을 잡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서 목차를 따라 다시 한 번 훑어 보니 대략 얼개가 나온다. 책에 있는 감수자와 역자의 글이 좋은 독후감이라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교육에 관한 접근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논란이 된 Amy Chua의 Why Chinese Mothers Are Superior가 떠오른다. 애들은 하드트레이닝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 책에 따르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