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아이다를 세번이나 보게 됐다. 원캐스트인 공연을 세번째 보니 주로 조명 연출이나 무대 장치에 눈이 많이 갔다. 무대 예술의 극치란 평가를 받는 작품 답게 볼수록 감탄을 했다. 씬마다 조명 떨어지는 거 정말 예쁘다. 색감은 더 말할 나위 없고.
뒤에는 뭔가 복잡한 장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간단한 무대 장치로 환상적인 장면을 효과적으로 연출해낸다. 빨래터 씬에서 강물바닥으로 쓰이던 천이, 씬이 바뀌면 끈에 묶여 높이 올라가 시장의 차양이 된 후, 다시 라다메스의 천막으로 변하는 무대 연출은 단순하면서도 화려하며 신비롭기까지 한 움직임.

말하자면 이 공연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한 작품을 배우만 바꿔서 그대로 가져온 공연이니까. 그러고 보면 이렇게 이미 완성된 작품 – 물론 한국 배우와 로컬라이제이션이 완벽하다곤 할 순 없지만 – 과 트라이아웃 수준의 몇몇 작품이 비슷한 티켓 값을 받는 것도 웃기는 일.
프리뷰 공연 후 두번째로 이 공연을 보는 아내는 프리뷰때보다 많은 부분이 안정됐다고 한다. 나도 배우들 – 특히 옥주현양과 김우형씨 – 이 조금 능숙해진 것처럼 느껴지더라. 메랩의 칼싸움 장면은 여전히 어설픔 ㅎㅎ. 공연 앞부분의 아이다가 칼을 뺏는 장면이 더 화려한 걸 보면 정말 메랩은 칼싸움보단 응원하는 걸 더 잘하는 걸지도.
내가 두번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옥주현씨와 김우형씨의 보컬이 오케스트라에 묻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 날 앉은 1층 중앙 우측 좌석은 우측 스피커 앞이라 그런지 보컬이 더 강하게 들려서 무척 좋았다. 아, 그리고 이 날은 박칼린 수퍼바이저가 아니라 오민영 음악감독이 지휘를 한 점도 좋았다. 오민영 감독님이 지휘를 해서 오케스트라와 보컬이 좀 더 조화로와진 건 아닌 것 같지만. 관객들이 칼린감독님 보기를 기대하는 탓에 오민영 감독님은 인사할 때마다 좀 뻘쭘하실 듯…
가장 좋아하는 곡은 Enchantment passing through. 이 작품에서 이렇게 행복한 노래가 있을까? 그런데 아담파스칼은 음반에선 한 번 키를 높여 부르는데 우형씨는 안그러는 듯. 프리뷰 땐 어떻게 부르셨는지 기억이 확실히 안나지만 최근 두번은 정상키로 부름. 예전엔 OBC 음반으로만 듣던 아이다에 익숙해서 김우형씨의 목소리가 불편했는데 이젠 공연에 익숙해져 음반을 들으면 ‘왜 아담 파스칼은 김우형씨처럼 노래하지 않는가’라 생각한다는 -_-; 아담파스칼 지못미.
가장 슬픈 곡은 끝부분에 나오는 아이다의 Elaborate Lives. 아이다가 앞부분을 주절주절 읊다가 중간에 고백할 때 정말 찡함. 그리고 그 후 아이다-롸다메스의 중창 나오면 막 눈물 난다는.
2011년 3월 2일 오후 4시00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층 9열 35번
R석 극단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