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경복궁을 간 것이 1994년인가였다. 그 이후에 근정전을 가로막고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한 후, 그 위치에 흥례문과 영제교를 복원하는 작업이 있었고, 최근엔 콘트리트로 잘못 복워됐던 광화문을 원위치로 옮겨 목조 건물로 재복원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학 다닐 때 이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겨울 휴가에 ‘꼭 보고야 만다’는 마음으로 추운 날씨를 뚫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막바로 이어진다. 3천원 짜리 입장권을 사고 입장한다. 미리 경복궁 홈페이지에서 무료 가이드 투어 시간을 체크해 시간에 맞춰 간다고 갔으나 30분이나 일찍 도착. 하필이면 흥례문 앞에서 무슨 행사를 위한 무대 공사를 하고 있어 흥례문의 모습을 여유있게 보기에는 불편했다. 가이드 투어까지 남은 시간엔 새로 복원한 광화문 구경을 했다.

뉴스에서 본 대로 새로 만든 광화문 현판은 금이 가 있더라. 수문장 교대식도 했는데 이날 날씨가 엄청 추워서였는지 수문장들이 예비군 훈련에 억지로 나온 사람들처럼 어슬렁 어슬렁 움직였다는…. -_-;

가이드 투어 시작 시간인 11시에 맞춰 안내센터 앞에 갔는데, 이런 한국어 투어 듣는 사람은 나 단 한명 뿐이었다. 가이드에게 미안해서 영어 투어를 들을까 잠시 고민했음;;; 결국 가이드와 나 1:1로 투어가 시작됐다. 한국 사람이 카메라 가지고 와서 가이드 투어까지 듣는 경우는 드물다며 신기해 하더라.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동안엔 사진 촬영을 안하고 설명에 집중한 후 돌아 나오면서 사진을 찍었다.

경복궁의 역사를 간단히 말하면 조선 초기에 지어진 후 임진왜란 때 홀라당 타버렸다. (왜놈들 때문에 탄 것도 있지만 조선인 난민들이 불태운 듯;;;) 한동안 내버려져 있다가 고종 때 중건. 그러다가 일제가 훼손. 위 사진의 근정전은 고종 때 중건된 후 남아있는 건물. 한국 최대의 목조 건물이란다.

위 사진의 강녕전은 1995년에 복원된 건물. 현재 경복궁에 있는 많은 건물들은 복원된 건물들이고, 아직도 복원되지 않은 건물들이 많아 궁이 많이 비어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경복궁 중심축을 따라 근정전 – 사정전 – 수정전 (집현전) – 경회루 – 강녕전 – 교태전 – 향원정으로 이동했고, 향원정에서 가이드는 끝났다.


경복궁의 북쪽엔 건청궁이란 건물이 있다. 궁안의 궁이라 신기. 고종이 명성황후와 아관파천 전에 기거하던 곳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이기도 하다. 가이드한테 일본과의 악연이 있는 경복궁을 일본인에게 안내할 때의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진심인진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이 미안해 한다고 한다. 궁궐의 양식이 아닌 일반 양반집의 양식으로 지어졌지만 왕이 지은 것이라 일반 양반집과 비교해서 훨씬 크다.

날씨가 안좋아 사진 속의 하늘도 모두 희뿌옇다. 날씨가 좋으면 더 좋으련만.


한시간 좀 못된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혼자 경복궁을 돌아다니다가 한켠에 있는 고궁박물관 관람을 했다. 서울촌놈이 서울 중심가에 나간 기회에 광화문광장, 교보문고 등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음. 날 따뜻해지면 궁이 더 이쁠 것 같다.

ps: 혹시 경복궁과 자금성의 크기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궁금하신 분? 건축가 황두진씨 웹사이트의 이글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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