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출장#7-4] 미국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_-;

미국에 와서 생맥주를 마셔보고 싶어 검색을 해보니 Sunnyvale downtown의 Murphy’s Law란 술집이 나왔다. 마침 이날 저녁엔 지역 야구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NLCS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리즈) 경기가 있어 바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지역 주민과 함께 지역팀을 응원하면 딱이겠다 싶었다.

여기서 한국 술집은 여러번 가봤고 미국식 동네 술집(dive bar)에도  회사 사람 여럿과는 한 번 가봤지만 혼자서 가보는 건 처음이라 살짝 걱정이 됐다. 일단 부딛혀 보기로 결정하고 술집에 들어섰다. 벽에 걸린 여러대의 플라즈마티비에서는 미식축구 중계와 야구 중계가 동시에 플레이 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야구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술집에 들어갔지만 식당에서처럼 자리 안내를 안해주길래 바에 슬쩍 앉았다;;; 눈치를 보고 있으니 바텐더가 다가와 뭘 마실지를 묻는다. 메뉴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단다. 어떤 종류의 생맥주가 있냐고 물었더니 아주 많다며 종류를 줄줄줄 말하는데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듣겠다 ㅜㅜ. 다시 묻기가 어색해서 미국 맥주는 아니지만 일단 있는게 확실한 기네스를 한 잔 시켰다. 무뚝뚝한 바텐더는 생맥주 꼭지에서 기네스를 한잔 따라 갖다주며 5불이라고 한다. 이런 술집은 보통 선불인 법. 신용 카드를 줬더니 오픈 시켜 놓을 거냐고 묻는다. 술을 다 마시면 한 큐에 카드로 결제할 건지를 묻는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더니 바 위의 주문서 위에 내 카드를 올려놓는다. 기네스는 한국에서 먹는 맛보다 덜했다.

예상 대로 술집 고객들은 거의 전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었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온 손님도 다수. 아쉽게도 자이언츠는 필리스에게 지고 있었고 점수 차는 더 벌어졌다. 티비 중계를 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는 나는 술을 빨리 마시게 됐고 금방 기네스의 바닥이 드러났다.

두번째 잔을 시킬 땐 바텐더에게 추천하는 생맥주가 뭐냐고 물었더니 “어쩌구 저쩌구… 시에라”라고 한다. 내가 병맥주로 마셔본 Sierra Nevada (이름만 보면 네바다주의 어딘가에서 만드는 술 같지만 캘리포니아산 술이다)를 말 하는 것 같아 한 잔 달라고 했다. 과일 향이 아주 강했다. 병맥주도 좋았지만 생맥주가 훨씬 더 나았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니 금방 또 바닥이 드러났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 있는 미국애들에 비하면 내가 빨리 마신 편.

두번째 마신 맥주가 마음에 들었지만 새로운 생맥주를 시도 해보고 싶어 중간 중간 바 뒷편의 생맥주 꼭지를 지켜봤다. 꼭지마다 맥주 브랜드 이름이 적혀 있다. 바텐더한테 더 물어보긴 민망해서 아는 척 하며 생맥주 꼭지의 브랜드를 주문하려고 했던 것. 언뜻 보기에 ‘블루리본’ 뭔가가 있어서 시켰는데 (제대로 된 명칭은 Pabst Blue Ribbon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의 브랜드란다.) 이건 좀 내 취향이 아니더라. 세번째 잔을 마시다 보니 경기는 자이언츠의 패배로 끝났고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삼삼오오 술집을 나섰다.

나도 계산해달라하고 술집을 나섰다. 맛있는 생맥주 3잔 마셨는데 겨우 11.5불. 팁까지 줘도 14불 정도다. 그나마 수입 맥주(?)인 기네스가 좀 비싼 것 같고 다른 맥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같다. 종종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맥주를 마시고 금방 운전해서 집에 갈 수는 없어 근처 일식당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며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갔음. 호텔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이런 술집이 있다면 훨씬 더 많이 마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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