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Pulse (테크펄스)는 올해로 3회 째인 야후!의 사내 기술 컨퍼런스로 약 50명의 논문 발표와 150명의 포스터 발표가 이틀 동안 이어진다.
학회 첫날 아침, 바로 전날 미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시차에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일찍 일어나 행사 시작 시간인 8시에 맞춰 호텔 바로 옆에 붙어있는 행사 장소인 Santa Clara Convention Center로 갔다. 학회에 등록을 하고 밥을 주는 곳부터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행사장 안의 테이블 위엔 음료수 밖에 없었다. 두리번 대고 있는데 우연히 만난 대만에서 온 팀동료 A양이 컨벤션센터 외부에 음식이 있다고 해서 간신히 베이글 + 커피를 챙겨 먹을 수 있었다.

행사는 마치 방송국 토크쇼 스튜디오처럼 생긴 무대에서 조직위원장의 인삿말과 감사의 표시로부터 시작 했고 CEO 캐롤 바츠의 환영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곤 프로그램 위원장의 사회로 회사 CTO와 Chief Scientist 간의 회사 연구/개발 정책에 관한 대담이 있었다. 이 대담을 마친 후에 논문 발표와 포스터 발표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행사가 이어졌다.

사내 직원들의 논문 발표 세션이 끝나고, 점심으로 나눠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초청 강연자인 콜럼비아대학의 Shree K Nayar 교수의 컴퓨터비젼시스템에 관한 초청 강연이 있었다. 우리회사에서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지만 직원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부터의 영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다른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한다. 작년엔 무인자동차를 연구하는 스탠포드대학의 Sebastian Thrun 교수 (Google의 Principal engineer이기도 하다.)를 초청했었는데 발표 자체도 흥미롭고 유머를 가미한 발표 스킬도 뛰어났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들었다. (작년 Tech Pulse 후기 링크) 아래는 런치 박스에 들어있던 진짜 맛없는 샌드위치 등등들. 작년에도 맛이 없어서 먹다 버렸는데 올해도 여전.

그 후엔 내가 발표해야 하는 포스터 전시 시간. 1미터x1미터 정도 되는 포스터 앞에 서 있다가 질문 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답을 하는게 내 일. 뭐 대충 대충 무난하게 끝냈다. ㅎㅎㅎ – 자세한 내용은 생략;;

포스터 발표 후 흥미롭지 않은 세션이 있어 호텔방으로 몰래 돌아가 1시간 정도 자고 ㅎㅎ 다시 나와 남은 세션을 모두 들었다.

리셉션 파티는 숙소인 Hyatt 호텔의 수영장 옆에서 했다. 간단히 식사와 함께 술이나 음료를 들고 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하는 자린데, 주로 예전에 함께 일하던 본사 사람들과 안부를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작년에 이 컨퍼런스 왔을 때 봤으니 1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인 셈. 바에는 와인, 위스키, 칵테일을 포함해 다양한 맥주들이 준비돼 있었다.

요즘 한창 맥주에 관심이 많아 맥주, 특히 한국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미국 맥주 위주로 골라 마셨다. 아래는 내가 마신 세병의 미국 맥주인데,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Anchor Steam Beer, 캘리포니아 치코의 Sierra Nevada 맥주(Pale Ale), 그리고 매사츄세츠 보스톤의 Samuel Adams 맥주다. Sierra Nevada Pale Ale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 맥주의 브루어리가 새크라멘트 북쪽에 있는데 투어가 가능하다고 해서 지도로 찾아보니 운전에만 왕복 6시간 정도가 걸릴 것 같아 방문을 포기했다 ㅜㅜ. 아, 주말에 뭐하지…

1시간 정도의 리셉션 후 조금은 뜬금없게 다 같이 근처 극장으로 버스를 나눠 타고 영화를 보러 갔다.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부르스 윌리스 주연의 RED란 영환데 예상 외로 코믹한 액션 영화라서 재미있게 봤다 – 일단 말을 잘 못 알아들어도 되는 장르라 부담이 없었음 ㅋㅋ. 주위에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만 나 혼자 즐겨보던 미드인 Weeds의 여주인공 Parker 아줌마(나이와는 달리 엄청 동안)도 나와 반가웠다.

학회 둘째 날도 비슷한 시간에 행사가 시작됐지만 사무실에서 8시 회의가 있어 차를 몰고 회사로 갔다. 하지만 회의에 와야할 대만의 B 아저씨가 약속 시간이 돼도 안나타 캐나다 J아저씨와 나는 삐져서 회사에서 밥만 먹고 컨퍼런스 장소로 돌아갔다 ㅎㅎ.

이 날은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이 인삿말을 했다.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나와 야후!를 시작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학위를 못받은 제리는 이번에 스위스에 있는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닥터 얭”으로 불러 달란다. ㅎㅎ. 같이 스탠포드를 그만두고 나온 공동창업자 데이빗 파일로는 아직 박사가 아니고 자기 혼자 박사이기 때문에 더 좋단다. ㅎㅎ.

그 다음에 이어진 건 취임한 지 얼마 안되는 CPO (Chief Product Officer)의 기조 연설. C자 들어가는 높은 사람들이나 외부 초청 인사의 경우 발표 스킬이 뛰어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훨씬 편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그 뒤론 “The Wisdom of Crowds”(대중의 지혜)란 책을 쓴 저널리스티인 James Surowiecki 가 책과 같은 제목의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소수의 전문가 집단보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더 좋은 예측을 한다는 재미있었던 내용. 다양한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예측을 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모아 보면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는 얘긴데 과연 그의 말대로 내 주변이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지 둘러보니 불행히도 그렇지 않더라. orz
그 뒤로 이어진 다시 연구원/개발자들의 논문과 포스터 세션들을 듣고, 점심을 먹고 또 듣다가 회의 때문에 회사로 가봐야했다. 아래 사진은 이날 학회에서 먹은 점심. 전날 먹은 샌드위치가 너무 맛이 없어 채식주의자들 메뉴인 아시아국수(이름이 뭐 이래)를 선택했다;;; 여전히 맛은 별로 였으나 샌드위치보단 나았다.

셋째날은 초청장이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첫 두 날의 행사와는 달리 우리 회사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참석할 수 있는 포스터 세션이 있어 또 2시간 정도 포스터 앞에 서 있기를 했다. 회사에서 주는 또띠야를 점심으로 씹으며… 이걸로 이번 컨퍼런스 참석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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