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
우리가 짐이 많다는 건 이미 이전에 얘기했다. 차를 호텔 입구에 탁! 대기만 하면 벨맨이 차에 있는 모든 짐을 카트에 실어 체크인을 할 프론트까지 옮겨준다. 물론 체크인을 한 후에는 방까지 옮겨준다. 이러니 어찌 호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ㅠㅠ. 게다가 한국은 호텔에서 팁을 안줘도 되지 않으니 금전적인 부담도 없다!
▲ 예상보다 나았던 뷰
우리방은 별관의 5층에 위치한 스탠다드룸으로 제일 싸고 좁은 방. 그래도 좁게 느껴지진 않았다. (실내 사진은 윙버스 포토리뷰 참고 요망) 룸은 깔끔했다. 방을 예약할 때 부탁했던 애기침대를 놓을만한 공간이 트윈베드 사이 밖에 없었는데 애기침대의 옆쪽 도어가 완전히 젖혀지지 않아 사용이 조금 불편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 젖병소독기는 없었지만 방에 비치된 전기 커피팟을 이용해 애기 젖병을 소독할 수 있었다.젖병 세척은 화장실 세면대를 이용.
제주그랜드호텔이 제주 시내에 있어 뷰가 엉망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조경이 잘된 정원이 보이는 뷰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 호텔 수영장에서 놀기 위해 급히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애기침대의 위치는 침대 사이.
수영장
내가 제주그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제주공항에서 가까우면서 수영장, 특히 어린이풀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 숙소인 대명리조트에 수영장이 없어 애들이 제대로 물놀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에겐 어린이풀이 굉장히 중요했다. 계획에 없던 만장굴과 김녕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오후 4시 다 돼서 체크인을 했기에 방에서 급하게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가지고 간 펌프가 고장났는지 튜브에 바람을 못채우고 있는데 마침 풀사이드 바에서 바람도 넣어주더라. 특급호텔답게 (특1급이던가?) 모든게 친절하다. 안전 요원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 든든.
▲ 어린이풀에서 노는 가현. 딸한텐 좀 얕지만 그만큼 덜 위험.
첫째를 튜브 들려 어린이풀에 넣어 놓은 다음 가현이가 애기 때 쓰던 보행기 튜브에 둘째를 태워봤다. 보행기 튜브가 너무 크고 아직은 혼자 잘 못앉아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금방 앙앙 울어서 둘째의 제대로 된 물놀이는 실패. 살짝 다리만 담궈봤더니 괜찮아 하는 것 같았다. 자, 이제 너도 물놀이 해본거다!
▲ 애들 세계에선 먹어주는 개구리 수영복과 방수기저귀!!
▲ 한시간 정도에 한번씩 휴식시간이 있다.
붙임성 있는 가현이는 수영장에서 금방 친구를 사귀어 함께 놀았다. 그 중 한명은 일본 친구였는데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여 인사: “Hi!”. 겁많은 가현이, 친구(나이 상으론 언니인 듯) 따라 튜브 붙잡고 깊은 풀에도 들어가 보고… ㅋㅋ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저녁 7시 수영장을 닫을 때까지 꽉꽉 채워 놀았다. 마지막 날에도 수영장을 여는 아침 10부터 수영장엘 갔으나 전날 만났던 친구들이 없어서였는지 2시간도 채 못놀고 재미없어 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역시 뭘 해도 동반자가 필요한 법.
풀사이드 음식
수영장 옆 파라솔 아래 앉아 있으니 심심하면서도 출출하다. 그래, 우리가 점심도 안 먹었지. 간단한 요기를 위해 풀사이드바에서 피자(10,000원)와 생맥주 한잔(4,000원)을 시킨다. 부가세, 서비스차지 추가로 붙는거 없이 그냥 저 가격. 아내는 피자 가격은 싸다고 했지만 저녁에 같은 곳에서 열리는 생맥주 무제한 + BBQ 안주 부페 가격인 20,000원과 비교를 하면서 맥주 가격은 자꾸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딱 한 잔만 먹기로 쇼부를 봄 ㅠㅠ. 피자는 냉동 피자 데워온 딱 그 맛, 먹을만 했다. 더운 날 수영장 옆 그늘에 앉아 마신 맥주는 무척이나 시원하고 맛있었다. 짭짤한 땅콩과 함께 서빙된다. 더 마시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우리가 피자를 먹는 걸 보더니 예준이가 입맛을 다시고 입을 오물거리며 먹고 싶어해서 아내가 방에 들어 가 전기 커피포트로 물을 데워 콘도에서 만들어온 이유식을 중탕해 가져나와 먹였다.
▲ 풀사이드에서 마시는 맥주, 정말 좋더라.
사고(?) 친 예준
자동차 보험 서비스 퀄리티도 교통 사고가 나봐야 아는 것처럼, 호텔의 서비스 퀄리티도 사고가 나봐야 아는 법!
피자를 먹으며 이유식을 먹이는데 예준이가 응아를 하는거 같았다. 기저귀 갈고 씻기려고 아내가 예준이를 안고 방에 데려 가 침대에 눕혔단다. 방수 기저귀를 벗기고 닦으려다 보니 쉽지 않아 화장실에 안고 가서 씻기려 애기를 안고 보니 침대에 응아가 ㅠㅠ. 약간 설사인데다가 기저귀가 물에 젖어 었어서 그런지 눕혔던 자리가 엉망 ㅠㅠ.
아내는 일단 화장실에 가서 예준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후 고민하다가… 프런트에 전화해서 애기 기저귀를 갈다가 응아가 침대 커버에 묻었는데 커버 좀 갈아달라고 부탁했고 조금후에 아주머니가 침대 커버를 가지고 오셨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커버를 벗기고 보니 이불에까지 설사가 묻어 있었다. 아주머니는 커버만 가져 오셨기 때문에 이불을 가지러 다시 좀 멀리 다녀오셔야 했단다. 죄송 죄송.
아내가 목욕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유식을 먹는 예준이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침대에 실례했어요 해야지’ 하고 사과를 시켰는데 예쁜 예준이의 살인미소 덕분인지 고맙게도 아주머니가 싫은 내색도 전혀 안하시고 친절히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단다. 애기 넘 이쁘다시며…괜찮다고 애기가 안그럼 병원에 가야하는거지..하시면서 커버와 이불을 깨끗이 교환해주고 가셨다고 함. 호텔에서 이런 일이 벌어난게 천만 다행.
호텔 조식
제주그랜드호텔 조식은 호텔내 부페 식당이나 한/일식당을 선택해 먹을 수 있는데 부페를 먹고 싶다던 가현이를 위해 부페 식당으로 향했다. 1층의 부페식당은 이미 자리가 없어 2층의 연회장에 마련된 임시 장소에서 식사.
오전 10시에 오픈하는 수영장에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여유롭게 아침을 즐겼다. 예준이 이유식도 가져가서 먹이면서. 식탁이 달린 애기 의자는 없어 하이체어를 일반 식탁에 찰싹 붙여 예준이를 의자에 가둬(?)놓고 이유식을 먹였다.
▲ 오믈렛 먹는 가현.
언젠가 이 블로그에 썼지만 아내에게는 두 종류의 호텔이 있다. 오믈렛을 만들어 주는 호텔과 그렇지 않은 호텔. 제주그랜드는 전자에 속했다. 요리사 한분이 계란후라이나 오믈렛을 주문에 따라 만들어 주고 계셨다. 비록 오믈렛이 계란 외엔 별 재료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 쉐프가 계란 요리외에도 다른 임무가 있는지 자꾸 자리를 비워 오믈렛을 주문하기 위해 한참 기다려야 한 것은 마이너스. 전체적인 조식 퀄리티는 평범했다. 내가 부페를 싫어하기 때문에 애기가 없었다면 한식당에 가서 먹었을 것이다.
호텔 후원에서 사진 촬영과 체크아웃
짐 다 싸고 체크아웃까지 잠깐 남는 시간에 예쁜 호텔 후원에 가서 사진 촬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야외 결혼식도 열리는 곳 같다. 잘 가꿔진 정원이 예뻤다.



체크아웃할 때도 프론트에 전화해서 포터를 보내달라고 해서 짐을 몽땅 카트에 싣고 로비로 나갔다. 내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와 입구에 대니 친절하게 짐을 차에 다 실어주셨다. 비싸서 그렇지 호텔이 참 좋다.
▲ 심심한 외관
시내 한 가운데 있는 개성 없는 매머드급 호텔의 외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친절함과 깔끔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호텔. 부족한 게 거의 없었다. 북제주의 다양한 맛집들과 가까운 점도 플러스. 자연스럽게 하루 쯤 더 있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인터파크 투어를 통해서 1박에 192,000원 (2인 조식 포함)에 묵었다. 극성수기 가격이니 평소엔 좀 더 싸게 묵을 수 있을 것이다. 가격대 퀄리티 면에서 최고의 호텔 중 하나일 것 같다.
여기와보고 느낀점. 안그래도 서울 호텔에 1박 하면서 수영장가고 맛난 아침 부페 먹고 함 어떨까 고민했었는데 애기 데리고 여행하는덴 역시 호텔 만한데가 없다. 내년엔 호텔에 하루~이틀까지 있어도 제주도 여행비보단 적게 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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