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역 사거리에서 이번 월드컵 한국 첫 경기의 거리 응원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약속도 없이 집에서 혼자 터벅 터벅 걸어 나갔다.
비가 상당히 많이 오고 바람도 세게 불어 걸어 가기가 쉽지 않았다.
삼성역에 가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긴 한데 그다지 많진 않았더라.
비 때문이겠지?
비를 피해 코엑스몰에 들어가니 뻘건 옷 입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다들 젖기 싫어 실내에 들어와 있나보다.
비가 많이 와서 집으로 그냥 돌아갈까 말까 고민 많이 했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고 코엑스 내 편의점에서 1.5리터짜리 PET 맥주 한 병과 비옷을 사서 밖으러 나갔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채웠다.
앉으면 젖을 것 같아 난 펜스 구석에서 계속 서서 봤음.
응원용품 장사하는 아저씨가 맡아놓았던 명당인데 그 아저씨가 철수하면서 내가 차지.
대한민국 대 그리스 경기 킥 오프.
희안하게 게임 시작하니 비가 거의 멎었다.
축구 볼만 하구나.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이정수가 셋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어준다.
게임 쉽게 풀릴 것 같은데?
아래는 하프타임 때 공연 모습.
다들 신났다.
후반 시작.
박지성이 그림 같은 골을 넣는다.
이 골이 한국 축구의 달라진 면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8년 전이라면 이렇게 침착히 골을 넣는 건 보기 힘들었으리라.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그리스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2002년의 팀의 경우엔 ‘절박한 투혼’ 같은 게 느껴지는 플레이를 했다면
이번 대표팀은 굉장히 여유로운 플레이를 한다.
훌륭하다.
성남의 자랑스러운 넘버 1 정성룡 골키퍼도 상당히 잘했다.
삼성역에서 혼자 정성룡 콜도 하고.. ㅋㅋ
경기는 2:0, 깔끔한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난 막바로 지하철 타고 집으로 귀가.
집에서 차분히 보는 축구도 재미있지만 여러 사람 모여서 보는 재미는 또 다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축구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본다.
예선 두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 전은 극장에서 볼 예정.